2026 대한민국, 이제는 '사회성'의 시대가 왔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그동안 외향적인 사람에게 초점이 맞추어진 사회에서 고통받아 왔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내성적인 사람이 온다」라는 글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타고난 성향에 따라 불합리한 대우나 생활을 하지 않길 바라는 저자의 선언을 읽으며, 나는 한국 사회의 내향인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외향인의 제국이라는 표현은 단체, 조직 생활의 ‘뭐든 같이’ 해야 정상인의 취급을 받고,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쳐주던 현실과 맞닿아 있어 깊이 공감했다. 나 역시 그런 문화 속에서 답답함을 느꼈던 적이 많았다.
코로나 시기, 그간 당연시했던 조직 문화에 대한 의문들이 생겨났고, 개인의 자율권을 침해해왔던 관행들에 대해 한국 사회 전반에 경각심이 커졌다고 느낀다. MBTI가 이제는 ‘국룰 질문’으로 자리잡을 만큼 보편화 되면서 내향형과 외향형이 단순 성향의 차이라는 사회적인 이해도 이전보다 훨씬 깊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내향적인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이 왔다’는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코로나 이후 사회는 내향성과 외향성을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내향성이냐 외향성이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내향성이라도 사회에 잘 녹아드는 사람을 선호하고, 반대로 외향성이라도 사회성이 부족하면 배제되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실제로 내 주변의 젊은 팀장님과 대표님도 단체 생활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함께하는 자리에 참여하지 않은 행동은 ‘내향적인 성향’으로 이해받기보다, 개인의 의지와 태도의 문제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내향성을 이해는 하지만 존중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사회에 우리는 여전히 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묵묵히 기다리는 태도는 점점 불리해지고, 스스로를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자기 PR을 해야 알아봐주는 사회가 되었다. 나를 표현할 줄 알아야 기회가 주어지고, 사람들과의 연을 잘 맺어야 그 연에서 또 다른 기회가 파생되는 구조가 여전히 한국 사회 안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처럼 관계중심적인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서, 저자가 바래왔던 내성적인 사람들의 시대는 아직은 요원하게 느껴진다. 시대의 잣대가 바뀌었을 뿐, 내향성이든 외향성이든, 타인과 원만하게 교류하고 조직에 융화되는 '사회성'의 가치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우리가 이 사회에 제대로 소속감을 느끼길 원한다면, 후천적인 노력으로라도 사회성을 기르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우리 스스로가 사회의 룰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인 시대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런 사회성의 결여가 유독 'MZ세대'를 향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물질적 풍요를 누렸고 자신의 권리를 챙기는 데 누구보다 익숙한 이 세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MZ 세대'라는 단어가 예의없다는 프레임의 꼬리표가 붙은 것일까? 기회가 된다면 이후 글에서 대체 MZ세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그 이면을 들여다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