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만나는 날까지

by 생각하는감자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하루의 풍경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아침은 평소처럼 시작되고

일은 여전히 많고

도시는 늘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그런데도

어딘가에서

시간의 결이 조금 달라진다.


예를 들면 이런 순간이다.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다가

문득

“이거 그 사람이 좋아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길을 걷다가

익숙한 노래가 들리면

무의식적으로

“다음에 같이 들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은

특별한 날이 아니라

이런 평범한 장면들 사이에서

조용히 자란다.


그래서 기다림은

외로운 감정과 조금 다르다.


외로움이

누군가가 없는 상태라면

기다림은

누군가가 올 거라는 걸 아는 상태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괜히 다음 만남을 상상해 본다.


그날의 날씨는 어떨지,

어디를 걸을지,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정확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이미 작은 장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장면들은

지금의 하루를

조금 덜 지루하게 만든다.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시간을 빨리 보내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조금 더 다르게 느끼는 일인지도 모른다.


같은 하루인데도

다음 만남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오늘이라는 시간이

어딘가 조금 더 가벼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괜히 날짜를 한 번 더 확인한다.


그날까지

아직 며칠이 남았는지.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기다림이란

결국

곧 만나게 될 사람의 그림자를

조금 먼저 함께 걷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는다.


그저 평소처럼 하루를 보내고

평소처럼 밤을 맞이한다.


다만 마음 한편에서는

조용히 생각한다.


다음에 너를 만나면

오늘의 이 기다림까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아마 그때쯤이면

이 시간이

꽤 괜찮은 시간이었구나 하고

웃게 될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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