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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아 Sep 18. 2023

창업은 제로 투 원, 경영은 원 투 헌드레드

'삼분의일 전주훈 대표'이야기

1. 포기에서 만족했습니다


삼분의 일에 오기까지 두 번의 실패를 겪었습니다. 첫 번째 창업은 멕시칸 레스토랑이었는데 처음에는 잘됐어요. 그런데 두 번째 인도 음식 레스토랑은 쫄딱 망했어요. 두 번째 사업은 '홈플'이었습니다. 가사도우미를 연결하는 O2O서비스였는데 수요가 없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익화가 잘 되지 않았고, 청소해 주시는 분들 관리 및 교육도 어려웠어요.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을 버틸 동력이 부족했습니다. '계속하는 게 맞나'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어요. 확신 없는 지속은 낭비 같아 2016년 4월,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홈클을 정리하며 브런치에 '홈클의 흥망성쇠'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왜 서비스를 종료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래도 잘한 건 어떤 부분인지 정리해서 글을 썼습니다. 일부러 실패를 드러냈어요. 실패를 실패라 인정하고 마침표를 깔끔하게 찍고 싶었거든요. 그래야 그 시간을 진짜 내 자산으로 남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창피하지 않냐는 사람들의 질문이 많았지만, 저는 포기에서 만족했습니다. 배운 게 훨씬 많았거든요. 레스토랑에선 인사, 재무, 마케팅, 기획까지 사업전반에 필요한 역량과 홈플 사업에서는 개발자들과의 협업,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사업에 메시지 담는 법을 익혔습니다.



2. 모두가 반대해서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번의 실패를 통해 다음 사업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비타민 같은 영양보조제말고, '페인킬러'같은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둘째는 플랫폼보다는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뚜렷한 브랜드 철학을 기반으로 메시지를 구성하고 스토리텔링하는 게 제일 맞는 거 같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게 삼분의일입니다. 홈클을 접고, 두세 달 정도 잠을 잘못 잤어요. 빚도 쌓였고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도 깊었습니다. 평소 수면에 대해 별생각 없었는데 막상 잠을 못 자니 죽겠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큰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풀어내면 큰 비즈니스가 될 거 같았어요. 시장 진입 경로로 선택한 게 바로 매트리스입니다. 국내 시장을 좀 알아보니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구상한 아이디어를 지인들에게 신나게 설명하니 다 말렸어요.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을 스타트업이 어떻게 뚫겠냐고요.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오히려 전 모두가 반대하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반대가 많으니 진입할 회사가 별로 없을 거 같았습니다.



3. 페르소나는 '판교에 사는 37세 백엔드 엔지니어'


매트리스는 타깃이랄 게 없는 제품입니다. 거의 모두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면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게 제 철학입니다. 타깃을 구체적으로 잡고 브랜드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하기로 했습니다. 페르소나를 '판교에 사는 37세 백엔드 엔지니어'로 잡았어요. 인터뷰해 보니 이분들은 일할 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비싼 돈을 주고 키보드와 의자를 바꾸더라고요. 그 포인트로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매트리스를 바꾸면 그날 하루의 생산성이 달라지지 않겠냐고요. 제품 설명도 그들에게 맞춰 세팅했습니다. 디자인이나 인테리어를 강조하는 대신, 매트리스의 레이어링 구조를 기능별로 나눠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4. '사명감'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이 시장을 뚫을 수 있었던 동력은 바로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썼다는 겁니다.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하고 보니 이게 창업의 매력이자 성공 포인트더라고요. 물론, 지금도 제가 읽고 싶은 그래서 직접 쓰고 싶은 주제는 많아요. 한번 관심이 생기면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그 끝은 창업이고요. 그런데 요즘은 자제 중이에요. 인생에서 원하는걸 하나씩 얻을 때마다, 불행도 하나씩 얻게 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또 다른 창업을 하게 된다면 분명 성취와 만족이 있겠지만, 그만큼 번뇌가 얹히겠죠. 요즘 저는 창업가에서 CEO로 변태 중입니다. 여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창업이 0에서 1을 만드는 것, 즉 '제로 투 원'이라면, 경영은 '원(1) 투 헌드레드(100)'입니다. 창업가는 없던 개념을 만들고,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을 빠르게 반복해야 합니다. 반면 경영자는 알을 품듯 더 진득하게 사업의 규모를 키워야 하죠. 하지만 문제에 대한 '사명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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