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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아 Sep 19. 2023

'프로'디자이너보다 '필요'를 찾는 디자이너

'디앤디 나가오카 겐메이 대표'이야기

1. 디자인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디자이너가 아니면 디자인을 할 수 없다', '디자인은 새롭고 기발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들이 디자인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입니다. 저는 35살쯤 됐을 때 직업 디자이너로서 할 일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여러분, 디자이너가 되지 마세요."라고 자주 말했습니다. 직업 디자이너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말했더니 3년 만에 잘렸어요. 디자인으로 사회를 바꾼다는 인식보다는 디자인의 의미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애초에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2. 프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에 대해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이건 좋은 디자인이야'라고 느끼는 지점이 존재합니다. 그런 지점은 프로 디자이너가 아니라 초등학생, 동네의 평범한 아저씨라도 느낄 수 있고 생각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모두에게 통용되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는 겁니다. 제가 얻은 디자인의 정답은 보통 사람들이 오래 써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이에요. 직업인으로서 디자이너는 제대로 된 생활인으로는 실격입니다. 생활인으로서, 제대로 생활한다는 건 뭘까요? 깊이 생각하면 정말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필요'를 파고들면 어떤 디자인이 올바른지 또 생각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올바른 디자인에 대한 기준이 세워집니다. 문제는 직업 디자이너는 이걸 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제가 디앤디를 통해, 오랫동안 쓰임새를 인정받는 훌륭한 생활용품을 디자이너로서 수집해서 제안하는 활동을 시작한 겁니다.



3. 버려와 할 것과 새롭게 더해야 하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디앤디는 물건을 소개할 때 '모노노마와리 (もののまわり)'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물건의 주변, 그 주위라는 뜻인데 물건을 놓고 관련 산업, 환경, 지역 등 주변도 함께 전달하는 겁니다. 주변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그 중심에 있는 물건이 계속성을 띠게 됩니다. 과거에는 물건자체, 그리고 물건을 누가 디자인했는지와 같은 화제성이 그 물건의 가치를 보여줬지만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그래서 주변을 파악할수록 어떤 물건이 남아야 하는지, 남겨져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4. 비즈니스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합니다


돈을 생각하지 않아야 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창업할 때 사회문제를 우리 방식으로 해결해 보자고 뛰어들었는데 경영인이 아니라 수익성을 의식하지 않고 다양한 것들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순수한 창작물, 디자인이 나올 수 있거든요. 그렇게 했을 때 우리가 인식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수익으로 이어집니다. 디앤디는 일본과 전 세계 14개 매장이 있지만 직영을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 가족, 지역, 국가에는 고유한 '다움'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걸 우리가 발견하고 알리고 확장하는 게 디앤디의 큰 테마고요. 이 테마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룰입니다. 진심으로 우리와 인식을 같이하고 의식에 공감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5. 디자이너 이전에 생활인의 시각, 태도가 먼저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현상이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나가는 의식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일상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결국 디자인적인 행위가 필요하게 됩니다. 디자이너로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개인으로, 그냥 생활인으로서 내 삶이 더 나은 방향을 향해서 갈 수 있도록 바꾸려는 의식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굳이 선후를 따지자면 디자이너 이전에 생활인의 시각과 태도가 먼저라는 거죠.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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