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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아 Oct 17. 2023

'연세우유크림빵'을 만든 주니어 MD의 일잘러 되는 법

'BGF리테일 스낵상품팀 김소연 MD' 이야기

1. 이왕 하는 거 재밌게 일하면 좋잖아요.


흔히 말하는 요즘 세대는 받는 만큼 일한다고들 하는데 이왕 하는 거 재미있게 하면 좋잖아요. 일이 안 풀리거나 지겨울 때도 물론 많지만 그럴 때마다 '일상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들이는데, 무작정 싫어하기만 하고 스트레스받으면 내 손해다'라고 생각해요. 내가 성장하는 하니까 그저 회사일은 아니라는 거죠.



2. 회사 인프라를 '내 일'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거예요.


자본, 네트워크, 심지어 회사에서 만나는 동료들까지도 회사의 인프라잖아요. 그걸 활용해서 제가 좋아하는 일, 잘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거예요. 연세우유크림빵을 만약 개인사업으로 했다면 이렇게 빠르게 전국으로 퍼지는 경험도, 수많은 고객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 경험도 못했을 겁니다. 좋은 공장들을 순조롭게 만날 수도 없었을 거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일에 들이는 시간도, 에너지도 아깝지 않아요. 어차피 해야 할 일은 즐겁게, 똑똑하게 하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3. 회사 돈으로 '빵지순례'를 다녀요.


빵 개발을 맡게 됐는데, 관련 배경지식이 너무 없었어요. 제과, 제빵 공부를 해 자격증을 땄지만, 시장에 대한 감은 여전히 부족했거든요. 직접 나가야겠더라고요. 신입 때는 일도 많지 않아서 책상 앞에 그냥 앉아있는 시간도 많잖아요. 팀장님께 시장조사 보고서를 올렸어요. 직접 나가서 맛보고 오겠다고요. 다행히 팀장님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보고서에 살을 덧댈 방향도 가이드해 주셔서 회사 결재도 받게 됐습니다.


다녀보니 어떤 베이커리든 크림빵은 꼭 있더라고요. 기본 메뉴이면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기 좋은 아이템이죠. 이걸 잘 살리면 고객들이 CU를 일반 빵집처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내용물은 무조건 '빵빵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편의점에 기대하는 건 무조건 가성비잖아요. 우유 크림을 가득 채우기로 했어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통과하고 자체 목장도 가지고 있는 연세우유와 협업하기로 했어요. 



4. 일이 되게 하는 첫 번째 무기는 '추진력'입니다.


기본적으로 '일단 해보는'스타일이에요. 될지, 안될지 모르니까 일단 두드려보고, 안되면 마는 거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제조사에 사진 찍어서 보냅니다. '이거 돼요?'라고 물어요. 가능하다고 하면 바로 디벨롭하고 상품 품질이 안 좋다 싶으면 공장으로 달려가요. 생산라인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끝까지 해결하죠. 컬래버레이션 하고 싶은 브랜드를 찾으면 바로 연락해서 매장을 찾아뵙고 설득해요. '어떻게든 되겠지' 마인드가 점점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야 가볍게 도전해 볼 수 있고 힘든 일도 금방 털어낼 수 있어요.



5. 일이 되게 하는 두 번째 무기는 '집요함'입니다.


제가 좀 집요한 구성이 있습니다. 빠르게 추진한 뒤에 그 일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그다음에는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일이 '되게' 만들어요. 연세우유크림빵의 경우, 크림 양 때문에 빵이 무너지지 않게 크림을 쫀득한 질감으로 만들어야 했어요. 반죽 배합도 다양하게 바꿔보고 크림양도 3~5g씩 추가하면서 테스트를 반복했습니다. 새로운 맛 출시를 앞두고는 냉장고에 빵을 넣어두고 매일 먹어봐요. 공장에서 생산되고 하루이틀 지난 뒤에 상품이 입점되는데, 그사이에 맛변화는 없는지, 빵이 터지지 않는지 꼼꼼히 체크해요. 족히 100개씩은 먹은 것 같아요. 


그리고 SNS, 블로그 등에 올라오는 후기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봐요.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연세빵 나왔으니 고대빵도 나오는 거 아니냐'해서 바로 기획으로 이어갔어요. 더불어 저만의 업무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각 단계에서 해야 할 일과 체크리스트, 유관부서와 협력사, 제조사 목록을 정리했어요. 



6. 일이 되게 하는 세 번째 무기는 '설득력'입니다.


사실 저희 팀은 MD 개개인에게 주도권이 커서 내부적으로는 동료를 설득할 일이 많지 않아요. 대신 협력사, 제조사, 컬래버레이션 제휴처 등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많아요.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해보니 설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이 뭘 원하고 걱정하는지 아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확실하게 해결하려 해요. 예를 들면, 최근 출시한 코코라카라 푸딩을 SNS에서 브랜드 발굴을 하고 바로 DM을 보내 사장님을 만나 뵀어요. 사장님은 컬래버레이션은 얼마든 할 수 있는데, 퀄리티가 좋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거듭강조하셨어요. 자칫 브랜드를 해 칠 수 있다고요. 그래서 품질에 만족하실 때까지 상품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렸어요. 실제 상품이 나오기까지 정말 공을 많이 들이기도 했습니다. 보통 상품 출시까지 2개월쯤 걸리는데, 이건 6개월이나 걸렸어요. 사장님께서도 결과물에 만족해하셔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7. 저에게 일은 수단이자 과정이에요.


저에게 일은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수단이자 과정이에요. 아직 주니어잖아요. 또렷한 목표지점을 두고 그곳을 향해 달리기보단, 한 단계, 한 단계 방향을 잡아가고 싶어요.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내가 어떤 걸 잘하고 못하는지, 어떤 게 잘 맞고 안 맞는지 알아가고 싶습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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