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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아 Oct 19. 2023

브랜딩에서 중요한 건 '빼기'입니다.

'감도 조수훈 대표'이야기

1. 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습니다.


무엇이든 한번 꽂히면, 끝까지 가보는 성격입니다. 쇼트트랙 선수를 처음 시작한 게 중2 때인데, 처음에는 성적도 안 좋았어요. 남들보다 한참 늦은 시작이었지만 3년 뒤, 고등학생 때는 전국대회에서 1위를 했습니다.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는걸 하루도 빼먹지 않았고, 마지막 1년 동안은 탄산음료도 끊을 만큼 독하게 했어요.


어릴 때부터 워낙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하루에 7개까지 먹은 적도 있었어요. 제 취향이 워낙 확고하다 보니 아무리 먹어도 '이거다'하는 게 없었는데 어느 날, 질소를 넣어서 만든 아이스크림을 맛볼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 지금까지 먹었던 아이스크림과는 완전히 달라서 깜짝 놀랐어요. 질감도 달랐지만 입안에서 녹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랐고, 풍미가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찾다 보니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첨가물이 적게 들어간다는 점도 좋았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액화 질소로 만든 아이스크림 브랜드 '브알라'입니다. 10년 정도 운영하면서 지금은 매장이 17개까지 늘었어요.



2. 시장에 없는 것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파인다이닝에 가서 마지막에 디저트로 나오는 아이스크림에서 만족한 기억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 플레이팅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브알라는 실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프랜차이즈 특성상 세심한 디렉션이 필요한 플레이팅 디저트를 만들기는 어렵더라고요. 


사업을 한 지 8년쯤 된 시점이었는데, 의미 있는 걸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의미 있는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어요. 국내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디저트'라는 시장이 없는 것에 가까웠잖아요. 제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기존에 없던 영역을 개척해 시장을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당시 셰프나 대표 등 업계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파인다이팅'이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재료비와 인건비는 높은데,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기가 어렵죠.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3. '파인 디저트 다이닝'은 더 뾰족한 타깃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생소한 콘셉트인 만큼 크게 두 가지를 고려했습니다. 첫 번째는 입지였어요. 성수동 디타워에 입점했는데, SM사옥이기도 하고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이기도 하죠. 하지만, 파인다이닝 디저트에 대한 타깃이 좁은 만큼 입지에서 승부를 봐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비력 있는 구매층이 모여있을 만한 곳을 찾은 거죠. 


두 번째는 전시 콘셉트를 입힌 겁니다. 다시 방문했을 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쉽게 말해 갤러리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전시 주제에 따라 작품이 달라지듯, 저희도 콘셉트에 따라 메뉴가 전부 바뀌는 겁니다. 전시를 진행할 때마다 80% 이상 메뉴를 새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4. 창의성은 다양한 경험과 분야를 섞을 때 나옵니다.


평소 매장을 오픈하기 전, 제가 하려는 사업과 유사한 브랜드를 최대한 많이 방문하고 경험해보려 합니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F&B브랜드의 경우 현장 경험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루 동안 최대한 많은 매장을 다니다 보면, 그 지역에서 잘되는 점포의 공통점이 보여요. 그렇게 특성을 파악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레퍼런스보다 중요한 건 평소의 관심인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분야면, 습관처럼 디저트와 공간에 대해 찾아보고 공부하니까요.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였을 때 좋은 것을 판별할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요즘은 분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것을 찾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럴수록 저는 다양한 분야를 섞어서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창의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감도를 기획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한 건 스트릿 패션 브랜드인 'Kith'였거든요. 오히려 비슷한 분야의 레퍼런스를 많이 참고하다 보면 아류가 될 위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서 출발한 브랜드는 경쟁자가 없어요. 메뉴 기획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같은 음식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이나 건축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음식을 보더라도 재료의 조합이나 구성을 보는 편입니다.



5. 브랜딩은 더하기보다 '빼기'입니다.


브알라를 시작할 때 브랜딩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해서 시작한 사업이고, 매년 트렌드가 바뀔 때마다 좋아 보이는 것들을 갖다 붙였어요. 어느 날 보니 제 브랜드가 멋이 없더라고요. 8년 차쯤 브랜드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운 거 같아요. 더하기보다 중요한 게 덜어내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게 왜 필요할까?'를 질문하고 빼는 작업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정립했어요.


그래서 브랜드를 이해하고, '꼭 지켜야만 하는 원칙'을 따르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대중의 반응을 듣기보다는 페르소나에 맞는 고객의 피드백 위주로 듣는 것도 필요합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의견을 듣다 보면 방향을 잃기 쉬워요.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5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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