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성아 Oct 20. 2023

롱런의 비결은 '열등감'과 '자기 정리'

'지춘희 패션 디자이너' 이야기

1. 결국 제가 잘 살아야 합니다.


44년간 정상에 있다고 해주시는데 사실 버티기 힘듭니다. 끊임없는 경쟁이죠. 사실 옷도 영화처럼 흥행의 영역이니까요. 발표하기 6개월 전, 1년 전에 원단을 택해야 하고 옷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6개월 후에 이 오렌지색이 맞을지 안 맞을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결국 내가 정답을 가졌냐 안 가졌냐는 사람들의 호응도에 달려있는 거고. 그러니까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합니다. 남의 걸 자꾸 눈치 보지 않고 결국 제가 잘살아야죠. 내 라이프를 잘 살면, 내가 터득하는걸 남들이 원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사는 편입니다.

유행이라는 게 결국은 사람 마음이잖아요. 내가 원하는 것, 이렇게 바뀌길 바라는 것. 그러니까 내 삶을 잘살면, 내가 원하는걸 남들도 원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2. 저를 만든 건 '열등감'입니다.


패션잡지는 잘 안 봐요. 나보다 잘하니까 거기 나왔을 텐데 얼굴이 화끈거려서 그걸 보는 게 힘들어요. 그리고 좋은 건 머리에 남아서 내 작업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안보죠. 외국 가면 어쩌다 매장에 들르는데 옷을 보다 보면 가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느낌을 받습니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죠. 그런데 어쩌겠어요. 다시 잘해봐야지. 다 내 능력 껏 하는 거예요. 뛰어넘을 거면 넘는 거고, 못 뛰어넘으면 못 넘는 거고. 내가 가진 한도 내에서 열심히 해보는 것뿐입니다.



3. 10m도 못 가고 100m 뛸걸 예상할 수는 없습니다.


하루하루 잘 사는 게 10년이 되고, 20년이 돼서 나를 만드는 거예요. 웬만큼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본인을 힘들게 하면 가는 길이 너무 힘들잖아요. 10m도 안 뛰어본 사람이 어떻게 100m 뛸걸 예상하겠어요. 한 스텝 한 스텝 올라가는 게 오히려 멀리 가기에는 빠른 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4. 리더로서는 엄격한 편입니다.


리더는 뭐가 되고 안되고를 명확히 해줘야 합니다. 제일 나쁜 게 애매모호한 태도로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일할 때는 자기 정리를 좀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지 일의 앞뒤를 아는 거지, 혼자 일하는 거 아니고 다 협업해서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뭔가를 늘어놓고 하는 사람 제일 싫어해요. 재료 찾으려면 한두 시간인데, 무슨 일을 하겠어요?



5.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큽니다.


여행하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낯선 곳에 가도 안전하다는 걸 느낀 순간부터 여행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너무 힘들고 무서웠으면 절대 안 갔을 테죠. 처음에는 용기가 필요할 겁니다. 그런데 가본 것과 안 가본 것, 한 것과 안 한 것의 차이가 정말 크기 때문에 저는 일단 하자주의입니다.


1979년 미스지컬렉션 론칭 때와 지금을 본다면 용기가 생긴 거 같아요. 예전보다는 두려움을 덜 갖고 일하는 겁니다. 그다음은 좋은 선배가 옆에 있는 거죠. 가까이하는 분 중 저보다 나이가 5, 10년 정도 높은 분들이 있어요. 1년에 한두 번씩 함께 여행을 가는데, 늘 놀라워요. 데스밸리를 모험심으로 가보는 분들이거든요. 새벽 4시 반에는 내방을 발로 뻥차요. 빨리 나오라고 말이죠. 그 체력이나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거기서는 제가 제일 귀여움 받는다니까요. 이제와 돌아보면 모든 게 사람에 대한 신의인 거 같아요. 그게 없으면 일 못해요. 그 많은 배우가 곁에 모였어도 저는 그 사람들 힘을 이용해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은 한적 없습니다. 그랬으면 아마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5441


매거진의 이전글 브랜딩에서 중요한 건 '빼기'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