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코리아 브랜드전략팀 김이라 리더' 이야기
틱톡 전에는 청와대에서 디지털 콘텐츠 전략을 짜고, 틱톡 채널을 운영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틱톡코리아로 이직했고요. 그전에는 소셜마케팅 대행사, 신용평가사에서도 일했습니다. 지금은 틱톡 코리아의 브랜드 전략팀 리드를 맡고 있습니다.
워낙 새로운 걸 좋아해서 생성 AI툴을 다 한 번씩은 써보려고 합니다. 마케팅 카피나 행사이름을 지을 때 주로 쓰는데 브레인스토밍 시간이 줄었습니다. 생성 AI가 마케터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나는 괜찮은데..'싶어요. 어떤 툴이 나오든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거든요. 그래서 되묻고 싶습니다. 정말 생성 AI가 우리 일자리를 위협하나요? 그렇다면 어떤 일자리를 가져갔나요?
생성 AI로 업무 효율이 오른 거지 마케팅 효율이 올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생성 AI가 마케팅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고, 인풋은 인간 마케터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엣지'가 있다면 어떤 기술이 나와도 경쟁력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엣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매일 일기를 써요. '분석적'으로 씁니다. 내 감정, 오늘 만난 사람들의 기분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봅니다. 이걸 반복하다 보면 업무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 사료를 판다고 하면, 보통 사료의 장점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저는 '왜 강아지가 아닌 고양이를 키우지?'부터 생각합니다. 사료를 줄 때 어떤 기분일지도 상상해 보고, 이런 걸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다는 게 제 강점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콘텐츠 홍수'의 시대입니다. 생성 AI로 제작이 더 쉽고 빨라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마케터라면 콘텐츠가 늘면서 2차, 3차 효과를 생각해야 합니다. 2차 효과는 개인 맞춤형 콘텐츠가 늘어날 겁니다. 생성 AI로 개인화 마케팅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줄어드니까요. 유저 개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학습한 콘텐츠를 내보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알고 있는 부분일 텐데, 더 중요한 건 3차 효과입니다. 제 생각에는 '스팸'도 늘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정확히는 스팸으로 치부되는 콘텐츠가 늘어난다는 건데, 아무리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해도 휴대폰을 열 때마다, 플랫폼에 접속할 때마다 쏟아지면 피로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어떻게 하면 고객이 우리 콘텐츠를 스팸으로 여기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게 관건일 것 같습니다.
마케팅 콘텐츠를 기획할 때 우리 고객이 어떤 목적과 감정, 의도로 플랫폼을 쓰는지를 고려하자는 겁니다. 그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스팸으로 느낄 가능성이 적거든요. 물론 지금도 고려하는 부분이지만 생각보다 세밀하게 유저의 감정, 이용목적을 반영한 마케팅 콘텐츠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더 쉽게 외면받을 수도 있습니다. 고객 분석을 녹이는 게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또 콘텐츠가 늘수록 역설적으로 한두 플랫폼이 선택받는 시대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플랫폼에서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쏟아낼 테니까요. 내가 신뢰하고 좋아하는 플랫폼만 접속해도 충분해지는 거죠.
생성 AI툴을 잘 사용하려면 다르게 질문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결괏값을 얻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이케아 같은 경우, 최근 디자인 회사들에 숙제를 줬습니다. 무게는 10kg 이하, 분해하면 큰 가방에 들어갈 수 있는 소파를 디자인해 달라고요. 가구 중에 소파가 가장 옮기기 괴롭다는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겁니다. 그런데 결과물을 얻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챗GPT가 "소파는 가방에 들어갈 수 없다"는 답만 했거든요. 당연하죠. '가방에 들어가는 소파'라는 데이터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소파'를빼고 질문한 겁니다. 대신 비슷한 기능의 침대, 해먹, 경량 텐트를 넣고요. 결정적 역할을 한 키워드는 '대화구덩이'인데, 이 단어를 넣고부터 생성 AI가 쓸만한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냈습니다. 우리말로 옮기니 어색한데, 영어로는 'Conversation pit', 즉 '대화하는 안락한 공간'을 뜻합니다.
하지만 소파를 빼고 질문해야 한다는 생각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4단계 질문법'을 적용하면 쉽습니다. 정확히는 '문제 공식화'라는 건데, 지난 6월 킹스 칼리지 런던의 오그즈 알리 아카르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포럼에 게재한 내용입니다. 쉽게 말해 생성 AI에 아래 4단계를 거쳐 질문하면 남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진단 -> 문제분해-> 리프레이밍-> 제약조건설계
이케아 과제를 이과정으로 설명한다면,
1) 문제진단 : 우선 생성 AI가 왜 내가 원하는 답을 주지 못하는지 파악하는 겁니다. 기존에 가진 소파에 대한 데이터 때문에 소파에 대한 개념을 바꿔줘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문제 분해 : 소파에 대한 개념을 뭐로 바꿀지 생각해 보는 단계입니다. 기능적 특성에 맞춘다면 '침대, 해먹' 등으로 대체할 수 있어요. 정확히 말해 복잡한 문제를 하위 단위로 나누는 겁니다. 문장을 쪼개서 명사뿐 아니라 형용사도 바꿀 수 있습니다.
3) 리프레이밍 : 이렇게 해도 뭔가 부족하다면 소파의 본질적인 목적을 리프레이밍, 즉 '재정의'하는 겁니다. 여기서 '대화 구덩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내는 겁니다.
4) 제약 조건 설계 : 원하는 답변을 얻었다면 이제 처음 제시된 조건을 넣습니다. '소파의 무게는 10kg을 넘지 않아야 한다' '분해하면 가방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요. 저는 이 단계가 가장 독특하다 생각이 듭니다. 대개 이 조건을 가장 먼저 넣고 해결하려 하니까요.
저는 생성 AI역할은 'How', 마케터의 영역은 'What, Why, If'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기술이 발전해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이 3가지 영역에 전념하면 'How'를 책임지는 생성 AI와의 협업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5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