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담대한 변화를 끌어내는 스토리텔링'
당신이 회사를 이끄는 리더인데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잘못된 사내 문화 문제일 수도, 제품이 타깃 시장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일 수도 있다. 당신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단계를 밟을 것이다. 우선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무엇인지 특정한다.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짓기 위해 몇 가지 스마트한 실험도 한다. 정보를 최대한 모아 활용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포함해 도움을 구해야 할 모든 사람의 신뢰를 얻는다. 이 모든 것을 다 해냈다면 고지가 멀지 않았다. 딱 하나만 해결하면 된다. 명료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 다시 말해 우리 회사의 에너지를 이용해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이야기만 만들면 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스토리텔링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행동에 나서도록 영감을 주는 놀라운 힘이 있다. 인류학자 메리 캐서린 베이트슨은 "우리 인간이라는 종은 은유로 사고하고 이야기를 통해 배운다."라고 서술한 바 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고위 경영진이 대대적인 개혁 이니셔티브를 이끌도록 지원한 수십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의 힘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경영진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관찰한 결과, 이는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다. 어떤 주제를 잘 이해하고 있더라도 어렵고 장황하게 설명한다면 해당 주제의 전문가 등 소수의 사람들만 알아듣고 만다.
주도하고 싶은 변화가 있다면 다음을 자문하자. 비전을 한 페이지로 설명할 수 있는가? 아니면 한 단락? 혹은 한 단어? 저명한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이 시간이 없어 짧은 편지 대신 긴 편지를 보낸다며 사과한 에피소드도 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짧은 분량의 내용을 작성하는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다음 단계는 언뜻 역행적으로 들리지만, 과거로 다시 돌아가보는 일이다. 이 단계는 다음 두 가지로 나뉜다.
1) 좋았던 과거의 순간을 찾아 인정한다.
바꾸고 싶은 일들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것을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모두 내 아이디어에 동의하길 원한다면 조직의 좋은 점에서부터 시작해 우리 조직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변화에 저항하며 회사를 지키겠다고 자청하는 세력은 언제 어디에서나 예외 없이 존재한다. 대개 회사에 오래 몸담아 기존 제도가 몸에 익은 소중한 직원들로 마음을 다해 조직을 살피고 변화를 추구하다 혹여나 잃을 것이 있을까 깊이 우려하는 이들이다. 이들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우리 회사의 가장 좋은 점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분명히 못 박아두자. 변화의 바람에 영향을 받는 입장에서는 마땅히 해야 하는 개혁 이니셔티브라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있음을 이들에게 보여주자.
2) 그다지 좋지 않았던 과거를 생각해 보자.
이해관계자들이 이제 우리 회사를 믿지 않는다면 그 신뢰를 되찾고 앞으로 나아갈 권리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니셔티브에 직원들이 마음과 머리로 모두 공감했으면 한다는 우리 회사의 역사를 긍정적이면서 정직한 시선으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긍정은 더 나은 내일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정직은 잘못된 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고 이로 인한 인적 비용을 인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난감한 과거 모두에 답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단호하게 마주하면서 어떤 과거를 발견하든 공명정대하게 다뤄야 한다.
좋은 과거와 나쁜 과거, 추악한 과거 등 과거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내 메시지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열었으니 이제는 왜 다른 미래를 그리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할 때다.
먼저 계획을 '왜' 추진하는지 고민하자.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친숙하고 편안한 기존믿음과 행동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중도에서 보면 실패처럼 보인다.(everything looks like a failure in the middle)'는 하버드경영대학원 로자베스 모스 캔터 교수가 제시한 캔터의 법칙(Kanter's Law)은 직면할 수 있는 도전 중 하나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여야 하는 이유를 사람들에게 충분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한층 더 고생스러운 단계다. 어떤 이유로 이 길을 선택했는가? 이 길을 통과할 수 있다고 얼마나 자신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설명할 때 엄밀함(rigor)과 긍정(optimism) 두 가지를 빼놓아서는 안된다. 엄밀함은 데이터로 보여줄 수 있다. 각종 관련 통계에 익숙해지고 플롯 포인트로 써먹을 숫자 몇 가지를 골라두자. 스토리텔링에서 데이터란 적을수록 강력하다.
덴마크 국영 에너지 기업 외르스테르가 구식 전력회사에서 재생에너지 분야 선도기업으로 변화를 꾀할 당시 경영진은 단일 비율 85%라는 숫자에 주목했다. 과거 외르스테드는 에너지 대부분을 화학연료로 얻었다. 2008년 외르스테드(당시 동 에너지) 임원들은 위 비율을 뒤집어 풍력과 태양광 같은 지속가능한 자원에서 에너지의 85%가 만들어지도록 변화시키고자 했다. 이 변화 이니셔티브를 가리켜 "85/15"라고 한다.
위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면서 임원들은 기후변화와 화석연료의 불가피한 고갈 등에 대한 어려운 진실을 과감하고 철저히 설명했다. 2012~2020년 외르스테드 CEO로 재직했던 헨리크 파울센은 초반에 회의적인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 전략을 도입했으며 외르스테드의 목표 달성 기한은 30년이었는데 실제로는 10년 만에 달성했다.
이제 긍정주의 대목을 보자. 아이디어를 6페이지 내러티브 메모에 정리해 보고하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방식은 익히 알려져 있다. 덜 유명한 일화지만 베이조스는 직원들이 그 아이디어에 대해 진짜 열정이 있는지 테스트하고자 해당 메모를 가상의 보도자료와 짝지어 보도록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나의 비전에 동의하도록 설득할 때는 이것을 기억하자. 긍정은 강력한 전염성을 가진 감정으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감정은 변화를 이끄는 핵심요소인데도 홀대받는다. 진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서로서로, 특히 우리 안전과 안녕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람들끼리 어떤 감정 상태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경계심은 경영진의 소중한 자산이면서 동시에 무거운 짐일 수 있다. 다시 말해 리더가 낙관적이면 부하직원도 낙관적으로 변하며 스트레스와 불안 같은 감정도 낙관적인 태도만큼 전염성이 강하다.
자기 인식(Self-awareness)은 감정이라는 악기를 연주하고, 감정이 변화를 위한 이야기를 훼손하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역할을 한다. 자기의 감정을 인정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면 진정성을 강화하므로 신뢰가 다져진다.
측정 지표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조직 개혁의 70%는 실패로 끝난다. 하지만 설득력 높은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면 승산이 높아진다. 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 조직에 새로운 태도와 신념이 빚어지도록 해 조직을 개혁할 수 있다. 여러분이 직접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당신이 구상하는 조직의 변화를 위한 발판이 된다. 그리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능숙하게 공유할 때 이야기가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atype/ma/category_id/8_1/article_no/2086/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