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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아 Nov 14. 2023

'잡지적 사고' 기획법

'최혜진 아장스망 디렉터' 이야기

1. '잡지스러움'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잡지 산업은 힘을 잃어가지만 '잡지스러움'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유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그걸 담아내는 그릇은 잡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 잡지는 시선 뺏기 경쟁에 탁월합니다. 정보를 '훑는'시대예요. '읽는'일은 드물어졌습니다. 그러니 한 화면 안에서 독자의 시선을 뺏는 스킬이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이 트레이닝을 가장 오래 한 매체가 잡지입니다. 잡지를 정독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일단 훑어보고, 관심 있는 부분만 자세히 들여다보죠. 각 꼭지는 시선을 뺏어야 합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기사와 광고가 뒤섞인 지면에서 '나 좀 봐주세요' 어필하죠. 매력적인 시선을 뺏기 위해서는 잡지 문법이 필요합니다.


둘 때, 더 이상 새로운 게 없는 시대입니다. 이미 있는 걸 잘 엮는 능력이 대두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새롭게 만들까'싸움이 되는 거죠. 잡지의 시작 자체가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발달로 비슷한 상품, 메시지가 많아지면서 만들어졌거든요. 기존에 존재하는 재료를 재배열, 재가공해서 의미를 만들어온 거예요. 새로운 뭔가를 만 들일은 없습니다. 상품, 브랜드의 새로움을 어떻게 각인시킬 것인가 고민할 때 잡지적인 사고가 도움 될 수밖에 없습니다.



2. 이제는 브랜드가 '화자'가 되어야 합니다.


브랜드북 형태의 잡지를 만드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공급과잉에, 경쟁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제 브랜드가 화자가 돼야 합니다. 인지적 차별점을 만들려면 자기 인격을 드러내야 하거든요. 자신의 생각, 취향, 관심사를 말하기 좋은 그릇이 잡지입니다.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과 일해보니 브랜딩과 에디팅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브랜드가 가진 수많은 자산 중 어디에 주목할지 결정하고, 메시지를 도출하고,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구조화하고 편집합니다. 그렇게 기업이 하는 업의 의미를 콘텐츠화하는 겁니다.



3. '에디터 커리어'의 연장선입니다.


제가 종종 하던 말이 있습니다. "월간지 에디터는 별 걸 다 할 수 있게 된다." 진짜 그래요.


첫째, 잡지적인 사고방식, 편집 감각이 몸에 배요. 저는 이걸 에디토리얼 싱킹(Editorial Thinking)'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디어를 산출물로 만드는 작업이라면 어디든 필요한 역량입니다. 이걸 무기 삼아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어요.


둘째, 기사가 태어나기까지 필요한 모든 일을 총괄합니다. 모델을 섭외하고, 사진 구도도 보고, 소품도 구하고, 세트 스타일링까지도 합니다. 광고도 붙이고, 영업도 뛰어요. 꼭 잡지가 아니더라도,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더라고요. 



4. 기획=주장, 하고 싶은 말 찾는 3단계 생각법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드는 분들은 3단계를 꾸준히 반복해 보세요. 


어떤 창작물을 보든 '이 사람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생각해요.

그 주장이 딛고 있는 전제를 생각해요.

'정말 그럴까?'를 물어봐요. 그에 대해 생기는 내 입장이 기획이 되는 거예요.



5. 트렌드는 빈 땅을 찾기 위해 봅니다.


저는 트렌드를 보는 목적이 다릅니다. 첫째, 제가 설득해야 할 독자를 이해하기 위해. 둘째, 빈 땅을 파악하기 위해 봐요. 내 기획이 새롭게 다가가야 하는데, 타깃이 평소에 뭘 보는지 알아야 그걸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보면서 '이게 요즘 흐름이구나, 나도 이런 걸 만들어야지' 생각하면 늦습니다. '이건 이미 선점됐구나'하고 새로운 땅을 찾아야 합니다.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사람은 다 다르잖아요. 진짜 나에 가까울수록 다른 사람과 겹치지 않는 거죠. 진짜 내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건 세상에 유일한 이야기예요. 타인의 것이 애매하게 섞이면 개성이 불분명해져요. 


숙련되지 않은 상태일 때만 가질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두렵고 떨리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심히 태핑 하고,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죠. 익숙해지면 자연스레 지름길을 떠올립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 불확실한 느낌이 오히려 창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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