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오히려 돋보이는 방법'
2017년 테크 기업 제품 관리자 게이브는 사업이 급성장하는 바람에 짜릿하지만 스트레스받는 경험을 했다. 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사업부가 크게 확장하며 소규모 팀을 관리하던 게이브는 이제 수백 명의 직원을 이끌어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성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것이 불편했다. 해마다 많은 청중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회의와 행사에 참석해 다양한 고객, 잠재고객, 파트너, 최고 경영진을 대상으로 비공식 연설도 해야 했다. 코칭과 연습을 통해 사전에 계획됐거나 소개하는 스피치는 잘할 수 있게 됐지만 새로운 역할에 따라붙는 즉흥 연설은 여전히 어려웠다.
남 일 같지 않을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대중연설을 두려워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벌레나 뱀을 발견하거나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훨씬 더 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이나 스피치에서는 빛을 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커리어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즉흥 연설이라는 똑같이 어렵고 더 흔한 과제에는 신경을 덜 쓴다.
지난 20년 동안 기업 고객 및 MBA 학생들과 일하면서 나는 누구나 즉흥 연설을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곤란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외향적인 성격이나 타고난 매력이 필요 없다. 구체적인 기술, 전략, 행동을 배우기만 하면 된다.
청중에게 나쁜 인상을 주거나 아무 인상도 주지 못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즉흥적으로 말해야 할 때 상투적인 대답을 내놓는 것이다.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CEO가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묻는다면 "잘 지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건성으로 대답할 것인가, 그 기회를 이용해 기억에 남을 만한 답변을 할 것인가? 누군가를 공개석상에서 소개할 때 이력서에 적힌 커리어를 줄줄 읊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팀에 공헌한 사례를 들려줄 것인가?
판에 박힌 대답을 하다 보면 의미 있는 말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더 진솔하고 적절하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소통하기는 힘들어진다. 청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은유나 공통의 관심사를 활용하는 편이 훨씬 낫다.
즉흥 연설이 짧고 무의미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새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똑똑해 보이거나 어색한 침묵을 피하기 위해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간결함이 위트의 핵심"이라는 점을 잊은 것이다.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면 먼저 의사소통의 목표(사고전환, 행동촉구, 친밀한 관계 구축 등)를 재빨리 파악한 다음 청중이 주제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청중을 알고 목표가 명확해지만 집중해야 할 범위가 좁아지므로 말할 내용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상황에 꼭 들어맞는 단어를 더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가능한 한 간결하지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해보자. 초반부 요점을 전달한 뒤 이야기나 아이디어를 추가하기 전에 잠시 말을 멈추고 "요점을 제대로 전달했나? 지금 끝내도 되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장담하건대 너무 간결하게 말하려던 나머지 개념이나 논쟁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청중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농담이나 이야기, 실제 사례를 생략했을 수도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최적점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했던 말을 검토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당신이 즉석에서 한 발언을 녹화했다면 동영상을 보거나 오디오를 듣거나 녹취를 읽어보면서 어떤 부분을 생략했거나 추가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기록이 없다면 기억을 되살려 더 간결하게 말할 수 있었던 대목을 생각해 보라. 그리고 함께 이야기했던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길 바란다. 너무 장황하거나 너무 짤막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지 판단하고 그에 따라 조정하라.
즉흥 연설이 부담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항상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방식으로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이런 욕구는 지나친 자기 평가와 비판으로 이어져 스트레스를 키울뿐더러, 그 순간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대신 질문에 답하고, 피드백을 주고, 동료를 환영하고, 건배를 제의하는데 하나의 '올바른'방법은 없으며 그저 더 좋거나 더 나쁜 방법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라.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려고 너무 고민하지 마라. 자신감과 진솔함을 보여주는 것 자체로 이미 인상적이다.
청중은 배우나 로봇처럼 말할 때보다 인간적으로 이야기할 때 연설자를 더 신뢰하고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이나 '아~'와 같은 감탄사를 적당히 사용하는 연설이 가장 효과가 크다. 그러니 즉흥 연설을 해야 할 때는 내면의 비평가에게 잠시 물러나 있으라 말하고 다시 청중에게 집중하라. 듣는 이의 요구를 충족시키려 애쓰다 보면 자신을 향한 정신적 스포트라이트를 끄고 압박감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즉흥 발언을 하면서 실험하고 실수하고 배워야 한다. 필요할 것 같은 설명이나 답변을 외우거나 비축해두지 마라. 대본을 잊거나 대본에서 벗어났을 때 실수할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즉흥 연설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반대로 행동하자. 경청하는데 집중해서 상대방의 즉각적인 요구와 관심사를 더 잘 이해하고 더 효과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스탠퍼드경영대학원 동료 콜린스 돕스(Collins Dobbs)가 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Think Fast, Talk Smart'에서 이야기한 '여유, 속도, 배려'를 고려해 보자. 첫째,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확보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거나 개방형 후속 질문을 하면 자신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답변을 생각할 수 있는 추가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둘째, 말의 속도를 늦추고 현재에 집중한다.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말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신호에도 주의를 기울인다.(동료가 계속 시계를 보는가? 그의 말투가 겉으로 드러낸 감정과 일치하는가?)
셋째, 다른 사람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는지 인식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좋은 의도로 말한다고 가정하고 공감한다. 고위 리더들의 회의 분위기는 일상적인 화상회의 분위기와 사뭇 다를 것이다.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공감으로 소통하고 필요한 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상황과 대인관계에 대한 인식을 높이면 다른 사람의 반응을 더 잘 이해하고 행간을 읽으며 더 품위 있게 답변할 수 있다.
공식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사람들은 청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근사하고 논리적인 구조로 발표를 진행한다. 하지만 즉흥적인 상황에서 생각을 적절히 정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니 즉흥 연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구조가 너무 많으면 자연스럽지 않고 뻣뻣해 보이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서없이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말이 끝나기만 기다린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최고의 연설자는 구체적인 주제와 아이디어, 예시를 잘 연결해 청중의 관심을 붙잡아 놓는다. 구조를 치밀하게 구성하면 듣는 사람의 이해도, 정서적 몰입도, 유지력이 향상된다. 그러면 핵심포인트에만 집중해서 생각을 날카롭게 벼릴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생각을 구조화하는 것이 목록을 짜는 것과 같다고 본다. 목록은 지루하거나 혼란스러울 수 있다. 아이디어가 논리적이고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서론, 본론, 결론으로 구성하라. 몇 가지 간단한 프레임워크를 준비해 놓으면 어떤 돌발상황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래 '활용할 수 있는 구조' 참고)
이 프레임워크는 '무엇이 문제인가?' '그래서 무엇이 중요한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 3단계로 구성돼 있다. 먼저 논점, 제품, 아이디어, 관점을 제시한다. 그런 다음 이것이 청중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잠재적 행동, 새로운 지식의 적용, 앞으로의 계획 등 다음 단계를 제안한다.
즉흥적으로 말할 때 마주하는 진짜 문제는 타고난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니다. 너무 긴장해서 완벽하게 말하려 하거나 판에 박힌 대답을 내놓고, 다른 사람의 말을 주의 깊게 듣거나 살피지 않고 말을 너무 많이 하고, 말하려는 내용에 대한 구조를 짜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즉흥 연설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두려움에 움츠려들 필요는 없다. 약간의 실험과 생각, 연습을 통해 즉흥 연설의 기회를 빛나는 순간으로 바꿀 수 있다. 더 빠르게 생각하고 더 스마트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면 당신의 진정한 개성을 완연하게 드러낼 수 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atype/ma/category_id/11_1/article_no/2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