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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아 Dec 08. 2023

'검색=정답 찾기' 시대는 끝났다.

'김재엽 네이버 서치 CIC 책임리더' 이야기

1. '검색=정답 찾기'는 이제 끝났습니다.


큐(Cue:)는 대화형 검색 서비스입니다. 생성형 AI로 만들어졌고 사람처럼 생각해 질문의 답을 만듭니다. 만약 '오늘의 회식 장소'로 검색을 한다면 보통 아래와 같은 특정 키워드로 검색합니다.


회식 메뉴 추천

강남역 회식 인기 장소

12인 단체석 예약 가능한 식당


검색 한 번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기 어려웠을 겁니다. 키워드와 연결되는 쇼핑, 플레이스, 블로그가 추천하는 형태의 답변을 보여주거든요. 물론 여기에도 사용자 니즈가 최대한 반영돼 있긴 합니다. AI가 검색 이력을 학습해(네이버는 2021년 AI기반 '스마트블록'시스템을 도입하고 사용자 취향에 맞는 맞춤 정보를 블록 형태로 제공 중이다. AI가 사용자의 검색 이력을 학습한 뒤 개인 관심사, 최신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를 보여준다.) 고객에게 맞는 정보를 분석하고, 맞춤형으로 노출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최근, 생성형 AI 등장 이후 검색엔진이 전보다 똑똑해졌습니다. 사용자 맞춤 정보 분석을 넘어 요약, 브리핑까지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큐에 "크리스마스에 예약 가능하고, 주차되는 성수동 맛집 찾아줘"로 검색해 보면 AI가 사람처럼 질문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답변에 필요한 검색어를 스스로 결정해 정보를 취합합니다. 검색 결과 중 신뢰도 높은 내용만 골라내고, 추가 질문도 보여주며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검색하며 끊임없이(Seamless) 새로운 정보로 유연하게 넘어가게 설계한 겁니다.


검색 서비스에 AI를 도입한 뒤 고객의 움직임이 달라졌습니다. 포털에 머무는 시간이 전보다 훨씬 늘어난 겁니다. 정답만 찾는 게 아니라 검색으로 다양한 정보를 탐색,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진 거죠. 저희는 '사용자의 경험이 확대됐다'라고 봅니다. 



2. 큐는 검색 서비스입니다.


큐를 소개할 때 꼭 받는 질문이 '챗GPT와 무엇이 다른지'입니다. 둘 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사용하지만 쓰임새가 다릅니다. 챗GPT가 글쓰기, 자료 요약 등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된다면, 큐는 검색 서비스입니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를 네이버 쇼핑, 블로그, 플레이스 등 생태계의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시키는 겁니다. 


챗GPT의 가장 큰 단점인 '환각 현상(Hallucination)'도 크지 않습니다. 그럴싸한 거짓말을 줄이고, 3가지 기술(질문 이해, 출처 수집, 단변과 출처의 사실 일치성 확인)을 거쳐 답변을 작성하게 만들었습니다. 검색 결과에 근거해 만든 답변인지 큐 스스로 점검하도록 했고, 그 결과 LLM 환각 현상도 72% 줄었습니다. 



3. 생성형 AI검색의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호기심과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획 초기 단계 때 '검색서비스의 본질은 뭘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어른,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사용하는 서비스이기에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단번에 바꾸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죠. 그래서 2가지 기준을 세웠습니다.

20년간 쌓아온 검색 경험은 유지하되

전보다 훨씬 풍부한 경험을 만들자

'뭔지 모르겠는데 편해졌네?'라고 느끼길 바랐습니다. 고객에게 '스며드는' 전략을 세운 겁니다.


세심한 접근 1) 베타서비스


2023년 9월, 정식 서비스가 아닌 베타로 먼저 론칭한 이유입니다. 시장에 기존 키워드 검색 경험을 헤치는 게 아니라는 시그널을 주고 싶었습니다. 저희가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이 서비스를 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만드는 거죠. PC로 사용기기를 한정하고, 사용 대기 신청 후 승인을 얻은 사용자에게만 문을 열었습니다.


세심한 접근 2) 넛지 전략


새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호기심으로 고객을 이끄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기존 검색 서비스와 시너지를 내는 동시에 UI 안에서 탐색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경험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예를 들어, 손흥민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골을 넣었는지 결과가 궁금해 검색할 때 대부분 '손흥민'이라는 키워드 하나만 검색합니다. 이때 검색창 제일 위에 보이는 화면은 손흥민 선수의 프로필이겠죠? 내가 찾고 싶은 정보를 한 번에 보지 못하는 겁니다. 이럴 때 검색창에서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었나 확인하고 싶은지 생성형 답변을 받아보겠습니까?'라는 버튼을 슬며시 넣습니다. 원하는 고객은 자연스럽게 대화형 검색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요. 사용자를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최대한 '은은하게' 서비스 진입점을 만들었습니다.


세심한 전략 3) 대화형 UI 디자인


새로운 검색 경험을 전달하는 틀도 새로 만들었는데요. 생성형 AI가 어떤 프로세스로 검색의 답변을 추론해 냈는지 UI디자인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답변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봤거든요.


UX적으로도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답변을 보여주는 문장 구성도 꼼꼼하게 설계했습니다. 단어수 14~15개, 한 문단은 5~6줄 정도로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최적화했어요. 질문에 따라 두괄식, 미괄식 구성으로도 답변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옷차림을 물어보면 날씨 먼저 알려준 뒤 그에 맞는 옷차림을 제안하는 미괄식 구성을 사용하고, '30평대에 적합한 공기청정기 추천해 줘'라는 질문에는 개조식으로 답합니다.



4. 쓰는 사람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도태됩니다.


2024년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기존 서비스를 1.5~2배 업그레이드할 예정입니다. 검색, 쇼핑, 지도, 예약, 리뷰, 결제까지 이 모든 걸 사용자가 한 플랫폼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저희 강점입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UX/UI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쓰는 사람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도태되거든요. 지난 커리어를 통해 중요한 레슨런을 많이 얻었습니다. 스마트 TV를 개발한뒤, 사용자는 TV에 최첨단 기술을 바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TV를 제스처로 컨트롤하는 스마트함보단, 편안하게 콘텐츠를 소하고 싶다는 니즈를 뒤늦게 파악한 겁니다.


AI스피커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했어요. 음성 인식 서비스가 제공할 수 있는 건 객관적인 정보인데, 사람들은 반대로 주관적인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즈니에서 제일 예쁜 공주는 누굴까?"라고 AI에게 묻는 겁니다. 사실 '제일 예쁘다'는 주관적인 해석의 영역이잖아요. 사람들은 AI에게 친구처럼, 주관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기술과 UX/UI 발달이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저는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좋은 서비스, 기술을 살아남게 만드는 키(Key)는 결국 사용자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달려있을 테니까요.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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