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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r 29. 2019

집안 일과 회사 일, 무엇이 더 힘들까?

반만년 역사상 가장 치열한 남녀 갈등 속에서

반만년 역사상 가장 치열한 남녀 갈등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상 이리도 치열하게 남녀가 대립했던 때가 있었나 싶다.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더 내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에서부터 결혼할 때 집값 부담은 누가 할 것인지, 시댁과 친정의 방문 비율은 뭐가 맞는 것인지 등 나름 보편적인 주제에서부터 ‘탈코르셋’을 키워드로 하는 이른바 ‘페미니즘’ 이야기와 그에 대한 남성들의 반박 등도 인터넷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 나라 반만년 역사상 이리도 치열하게 남녀가 대립했던 때가 있었나 싶다. 출처: 게티스이미지뱅크


그중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첨예한 질문은 이 질문이 아닐까?


외부에서 경제활동하는 것이 더 힘들어요?
집에서 육아와 집안일하는 것이 더 힘들어요?


외부에서 경제활동 하는 것이 더 힘들어요? 집에서 육아와 집안일 하는 것이 더 힘들어요? 출처: 게티스이미지뱅크


전통적 역할, 서로의 고충


우리 사회는 많이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육아와 가사의 책임은 여성들에게, 외부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책임은 남성들에게 부과해 왔다. 남성들은 눈칫밥을 먹어가며 남의 돈을 벌어오는 것이 쉬운 줄 아냐며 집안일을 하는 여성들의 노고를 하찮게 여기는 일이 많았고, 여성들은 집안일이나 육아에 쉼이 존재할 수 없음에 한탄하며 엄마로서의 신성한 노동의 가치라고는 도통 알아주지 않는 남편들과 사회의 인식에 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엄마로서의 신성한 노동의 가치라고는 도통 알아주지 않는 남편들과 사회의 인식에 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출처: 카카오페이지


태도를 바꾸기 전에는 답이 나오지 않는 싸움. 보통 그런 논쟁은 무한 루프를 타고 돌아 끝없는 상처와 아픔만을 남기기 십상이다.


결혼 생활 7년 차, 우리의 부부 생활


7년 차를 맞는 우리의 부부 생활,

경상도 출신의 아내는 서울에서 필자를 만나 필자의 직장이 있는 전라도로 시집을 왔다.

경제적으로도 모자람 없이 자라났지만 지금은 필자의 봉급으로만 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

세 시간 거리 이상으로 멀리 떨어진 친정과 시댁의 도움 없이 아이 둘을 홀로 키워내고 있는 아내를 볼 때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마음속에 소용돌이친다.

타지 생활의 어려움, 능력 있고 생기 발랄했던 아가씨의 경력 단절, 부유했던 사람의 가난, 첫째를 케어하면서 둘째를 거두어야 하는 육체적 피로, 문화생활 단절 등등.


'내가 더 힘들다'라고 느껴질 때


문제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는 이러한 아내의 어려움이 마음 깊이 다가오다가도

정작 '나의 어려움'에 휩싸일 때에는 이러한 깊은 공감이 한순간에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고된 업무들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기대했던 ‘사막의 오아시스’가 아니라 또 다른 노동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들이 펼쳐질 때면 실망감도 크게 다가오더라는 것이다.

평소에는 공감이 1도 되지 않던 인터넷에서의 남녀를 가르는 댓글들이 순식간에 필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워딩이 되어버리는 현상을 종종 경험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한 마음 상태가 오래가지는 않지만 그 상태에서 말을 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기게 마련이다. 그동안 서로의 노력을 알아주고, 함께 해 오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주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처를 회복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엄마들의 노동의 가치


육아휴직을 끝내고 돌아온 여자 선배에게 물었다.


육아랑 일 중에 뭐가 더 힘들어요?


선배는 단 1초도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당연히 아기 키우는 게 더 힘들지!


독박 육아를 해보면 안다. 아이가 예쁜 것과 육아의 고됨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임을. 그럼에도 아이가 너무 예뻐서 그 고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엄마들의 고백이 사실은 범인(凡人)이 아닌 성인(聖仁)의 수준이 되어야 나오는 고백임을.

아내는 두 자녀를 키우는 일에는 늘 샘솟는 행복과 기쁨이 있다고 한다. 다만, 육아와 함께 병행해야 하는 집안일들에 대한 고충을 이야기하곤 한다. 산후우울증이나 신세한탄 없이 육아를 행복하게 여기는 아내와 살고 있는 것이 필자에게는 크나큰 복이다.

산후우울증이나 신세한탄 없이 육아를 행복하게 여기는 아내와 살고 있는 것이 필자에게는 크나큰 복이다.


부부는 누가 뭐래도 '한 몸'이다


부부는 누가 뭐래도 한 몸이다. 

부부는 누가 뭐래도 한 몸이다.

현재는 아내가 육아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를 대표하여 아내가 주 책임을 맡고 있는 것뿐 그것은 아빠인 나의 책임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현재는 필자가 대표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내는 그 직장을 자신의 직장으로 여기고 살고 있다. 그러한 마음으로 내조를 하는 아내 덕분에 내 인생은 빛나고 있다.



나보다 더 가치 있고, 더 힘든 일에 매진하고 있는 당신


부부가 서로를 구분 지어놓고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논쟁은 무한궤도에 접어들게 마련이다. 부부 생활의 핵심은 남녀 간에 ‘공평한 책임 분담’이 아니라 서로가 ‘한 몸’ 임을 매 순간 적용하는 것에 있는 것 같다. 혹 자신의 고된 생활 때문에 정신적 피로감이 몰려올지라도 상대방은 나보다 '더 가치 있고 더 힘든 일'에 매진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칭찬해주는 태도를 가진다면 어떨까.

혹 자신의 고된 생활 때문에 정신적 피로감이 몰려올지라도 상대방은 나보다 '더 가치있고 더 힘든 일'에 매진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칭찬해주는 태도를 가진다면 어떨까.


글을 마치며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은 사실 매 순간 흔들릴 수 있는 스스로의 마음에 대한 다짐이다. 

또한 아내의 고된 삶을 격려하고픈 마음을 담은 글이기도 하다. 

그리고 남자인 내가, 여자인 내가 ‘왜 성별이 다른 상대방보다 더 고생하면서 살아야 하는지’를 한탄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 멈추어 생각해보자는 말을 건네고 싶었던 글이다.


부디 그러한 필자의 마음이 오해 없이 독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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