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는 오후, 나를 돌아보다
오후 3시.
누구나 한 번쯤 눈꺼풀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시간이다.
아침부터 이어진 회의, 쏟아지는 보고서, 그리고 쉴 새 없이 울리는 메신저 알림.
점심을 먹고 나면, 마치 비밀 작전이라도 펼치듯 졸음이 습격해 온다.
나도 그 시간만 되면 마우스 커서가 엑셀 표 밖을 헤매고, 내 정신도 표 밖으로 산책을 나간다.
그럴 땐 인정한다.
“나는 피로했고, 숨 좀 고르자.”
예전엔 억지로 버텼다.
‘프로답게 일해야지’라는 이상한 고집 때문에.
하지만 그건 나만 손해라는 걸 알게 됐다.
요즘은 가끔 회사 5층 구석, 휴게실로 향한다.
거기엔 소파라고 부르기엔 민망하지만, 앉으면 집 소파보다 편안한 의자가 있다. 실제로 편하지는 않지만 그냥 편하다.
첫날엔 살짝 긴장하며 앉았지만, 5분 후 나는 쿠션인지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녹아들었다.
동료들이 “또 거기야?” 하고 놀려도 상관없다.
왜냐면 10분 후엔 생산성이 부활하니까.
이제는 오후 피로를 대하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커피 대신 물 한 잔
휴대폰 비행기 모드
세상은 10분 동안 나 없이도 잘 굴러간다.
창밖 바라보기
아무것도 안 하는 5분, 뇌가 조용히 재부팅된다.
이건 길어야 15분.
하지만 효과는 놀랍다.
머릿속이 맑아지고, 다시 표 안으로 정신을 불러올 수 있다.
예전엔 피로를 적으로 여겼다.
‘이놈만 없으면 더 오래, 더 많이 할 텐데’ 하고.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피로는 “이쯤에서 속도를 줄이라”는 표지판이다.
마라톤에서도 달리는 중간중간에 물 마시는 보급구간이 있지 않은가.
인생도 마찬가지다.
잠깐 숨 고르는 덕분에 결승점까지 웃으며 갈 수 있다.
오늘도 나는 오후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았다.
창밖의 구름을 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10분 후 책상으로 돌아온 나는 조금 더 가벼웠다.
모든 일을 완벽히 끝내진 못해도,
오늘도 나를 챙겼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다음번 오후의 나른함이 찾아오면,
여러분도 잠시 숨을 고르길 권한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더 멀리 달리기 위한 준비니까.
오늘도 나는 오후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