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이프 크래프터 Mar 30. 2022

결혼 3년 차 남편의 설거지론


설거지가 뭐 대수 하겠지만, 내가 볼 때 설거지는 집안일의 시작과 끝, 알파와 오메가다.


가장 쉽지만 부지런해야 하는 집안일


설거지는 집안일 중에 가장 쉽다. 그래서 보통 내가 한다. 설거지가 즐겁다는 것은 아니다. 난이도 기준에서 쉬운 편에 속한다는 뜻이다. 20분짜리 슈카월드 영상 하나 보면서 설거지 하면 금방 끝난다.


대신 뒤돌아서기만 해도 설거지 거리 쌓인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소복이 쌓이는 눈을 치우기 어려지는 것처럼, 설거지는 작고 귀엽지만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그래서 매일 하려고 하고, 주말이면 끼니마다 나눠서 하려고 한다.


식(食)과 주(住)의 중간지대


선조들의 지혜 따라 집안일은 크게 의식주로 구분할 수 있다. 의(衣) 옷과 침구류 빨래 및 관리, 식(食) 장보기와 밥해먹기, 주(住)정리와 청소다. 설거지는 이 중 먹는 것과 집안 관리의 영역에 걸쳐 있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서로 다른 업무가 중첩되는 업들이 있다. 메일 체크나 루틴 업무 같은 것 말이다. 톱니바퀴에 때가 끼면 두 바퀴 모두 잘 안 굴러가듯이 중간 영역은 제 때 정리해둬야 두 개의 일이 모두 해결된다. 집안과 먹는 것의 연결고리, 설거지를 제 때 해서 먹는 활동을 종결하고,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오늘 다 안 해도 된다


잘하지도 못하는 요리를 하는 날이면 설거지 양은 두 배가 된다. 래 닦던 접시와 그릇은 기본, 프라이팬과 냄비라는 덩치 큰 형님들이 등장한다. 퇴근하고 집안일만 해야 한다면 너무 아쉬울 것이다. 누워서 멍 때리고 밀린 글을 쓰고 투자 공부도 해야 한다. 그래서 설거지는 매일 하지만, 설거지거리가 많은 날은 일부를 다음 날로 미루기도 한다.


회사 일도 내일의 나에게 부탁해! 하며 미룰 때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더 중요한 일을 하다가 그날 하지 않은 메일 처리 안 하는 게 문제가 될까? 오히려 업무 우선순위를 정해서 시간관리를 잘한 사례가 될 것이다. 먼저 중요한 일의 완성도를 높이고 다음 날 밀린 루틴 업무를 하면 된다. 그렇게 설거지를 다 안 하는 날을 정당화 해본다.


(집안)일의 기본기부터 다진다


나는 7년간 4번 회사를 옮겼다. 그 과정에서 어느 회사에서든 업무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동시에 기본기를 갖추고 나니 어디든 금방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집안 살림은 계속 우리 가정을 따라올 것이다. 이때 설거지 같은 기본기를 갖춰두면 더 어려운 집안일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제 글을 마쳤으니 밀린 설거지를 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