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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크래프터 May 26. 2023

종로구 수영장, 성곽길 여행과 수영을 함께하다


누가 산 위에 있는 수영장을 갈까?


서대문 문화체육회관 덕분에 처음 구립 수영장의 묘미를 알게 되었지만, 그 재미를 길게 느끼지는 못했다. 서대문 문화체육회관에 전기사고로 화재가 나서 한 달 동안 닫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성비 수영장을 놓쳐야 한다는 아쉬움도 잠시, 당시 수영에 꽂혀있던 나는 평소와 다르게 유연한 생각을 해냈다. 바로 옆 동네 종로구 수영장을 찾아본 것이다.


사실 인왕산 성곽길을 등산을 하면서 종로구 문화체육회관 몇 번 본 적이 있다. 인왕산으로 올라가 성곽길을 끼고 경복궁으로 넘어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 당시 이 언덕배기에 굳이 수영을 하러 누가 올까 하는 생각에 그 기억을 덮어두었다.


하지만 필요가 생기면 기억은 되살아나기 마련이다. 저렴한 가격과 좋은 시설이라면, 이 정도 언덕은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웠던 서대문 수영장을 뒤로한 채 바로 그 주말, 독립문을 향해 걸어갔다. 누가 산 위에 수영장을 갈까? 허리디스크 치료를 도와줄 수영장을 찾아서, 내가 가고 있었다.



구립 수영장의 색깔


종로구 수영장은 자유수영 시간이 서대문구보다 제한된다. 주말 기준 토요일은 2시간 한 타임, 일요일은 2시간 두타임만 있다. 평일 자유수영도 일일권은 불가하고, 월 단위로 결제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들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일단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고 수영을 시작했다.


막상 수영장에 들어가 보니, 25M 규격에 조금 못 미치는 크기였다. 레인도 총 다섯 개로 큰 규모는 아니었다. 수수영장들 돌아다녀보면, 이렇게 25M 길이가 안 되는 곳들이 종종 있다. 길이가 조금 짧으면 수영 실력을 키우는데 안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히 100M 단거리 수영 기록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25M가 안되면, 단순하게 몇 바퀴 더 돌면 된다.


레인이 적은 것, 즉 가로길이가 짧은 것은 다소 불편한 점이 있긴 한다. 수영 속도가 느린 사람이 빠른 레인에 들어와 흐름을 제한하는 경우 원래 수영하던 사람은 속도를 줄여야 하므로 흐름을 잃을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짧은 레인으로 옮겨가며 수영을 하면 된다. 나중에 수영 실력이 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일정한 속도로 계속 수영을 하면 알아서 사람들이 비켜주기도 한다.


종로구 수영장의 가장 큰 장점은 샤워시설이다. 무려 36대의 샤워시설(남자 기준)이 잘 관리되어 있다. 보통 구립 수영장의 샤워기는 20개 내외다. 그래서 강습이 끝나고 다음 타임으로 전환될 때 샤워기가 부족해서 다소 몰리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종로구 수영장은 그런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자세히 보면 좌식 샤워기도 있다. 앉아서 씻는 것이 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아직 많은 곳을 비교해 본 것은 아니지만, 구립수영장은 기본적으로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를 하고 그 기준이 엄격한 편이다. 그래서 수질, 샤워시설, 안전 등 여러 기준에서 신뢰할 만하다. 접근성이 조금 떨어질 수는 있지만, 그 이동시간도 운동으로 생각하면 운동량도 확보되고 좋지 않을까?


여행과 운동을 동시에 하는 방법


관점에 따라 현상이 달라 보이는 법이다. 언덕 위에 있는,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같은 이 종로구 수영장도 사실 직선거리로는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과 가까운 편이다. 서대문구 수영장 근처에 지하철 역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 접근성이 좋은 편인 것이다.


물론 올라가는 언덕은 생각보다 가파르다. 하지만 나름대로 옛 동네를 둘러보는 느낌을 갖고 걸으면 괜찮다. 독립문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대신고등학교를 끼고 인왕산을 향해 걸어가 본다. 중간에 작은 카페도 있다. 여행의 시작이다.


조금 힘을 들여 올라가다가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보이면 다 온 것이다. 여행을 하며 몸풀기를 했다.



이제 즐겁게 물살을 가르며 수영을 즐기면 된다.


수영을 마치면 여행기분을 더 많이 낼 수 있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편의점으로 가서 이온음료 하나를 산다. 안산 근방에서 살고 있는 나는 인왕산 자락길을 끼고 걸어서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면 집으로 걸어갈 수 있다.


자락길을 끼고 걸으며, 나무와 꽃구경을 한다.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운 좋으면 길고양이도 찾아볼 수 있다. 남산 타워가 보이는 지점도 있다. 복잡한 생각들이 달아나고 조금 피로해질 때면 집과 가까워져 있다.


사실 허리디스크가 심할 때는 수영도 길게 하지 못했다. 의외로 등산도 허리 디스크 환자에게는 금지운동이다. 상하 운동이기도 하고, 기립근에 근육이 충분하지 않으면 허리에 바로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등산과 수영을 함께 할 수 있다.


종로 구립 수영장을 찾아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남들에게는 쉬워 보이는 이 운동과 여행, 이제는 나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나의 두 번째 구립 수영장, 종로구 수영장도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종로구 문화체육회관 수영장 기본 정보

홈페이지: https://www.ijongno.co.kr/front/contents/248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왕산로1길 21




종로구 구립 수영장 상세 정보는 아래 링크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experience_asset/22310188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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