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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크래프터 Sep 30. 2023

수건 쉰내 잡는 30대 남편의 수건삶기 노하우

매주 세탁하는데도 쉰내가 난다고?

샤워를 하고 나와 물기를 말리는데,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깨끗이 씻었건만, 이 퀴퀴한 냄새는 어디서 나는 것일까.


화장실 청소는 최근에 했는데... 주위를 살펴본다. 착각인가? 싶었지만 다시 그 냄새가 찾아왔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수건을 살펴보고 범인을 찾았다. 이 녀석이었구나.


사용하고 나서 잘 말려놓았고, 매주 밀리지 않게 빨래도 했다. 세탁 후에 건조기에도 잘 돌려줬는데, 왜 그런 거니...


그러다 문득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보던 수건 삶는 통이 생각났다.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 곰국을 끓이시나 하고 내심 기대를 하며 살펴봤을 때,

집게로 수건을 한 번씩 뒤집으시던 어머니의 모습.


아, 수건 쉰내를 잡기 위해 그렇게 하셨군요.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창고에 있던 바로 수건 삶는 통을 꺼냈다.


마침 날씨도 맑고 하니 수건 삶기, 오늘이 제격이다.



수건 삶기는 다른 집안일보다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계별로 차근차근하다 보면, 뽀송한 수건이 우리 앞에 찾아올 것이다. 한번 따라와 보시라.





1. 세탁기 애벌빨래로 시작


수건을 삶는 날은 평소 수건 세탁하는 날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시작한다. 건조하기까지 여러 단계가 필요하기에, 미리 시작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


본격적으로 수건을 삶기 전, 먼저 세탁기의 도움을 받는다. 무턱대고 수건을 삶으면, 냄새가 그대로 남는다. 먼저 세탁을 통해 오염된 것들을 털어내고, 삶기 위한 준비를 한다.


세탁 조건은 세탁 1, 헹굼 2, 탈수 약

이렇게 하면 수건의 오염물도 제거되고, 수건에 물기가 남아서 다음 단계의 비누칠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삶기가 시작되기 전, 세탁기에게 세탁을 맡기고 조금 쉬어두자.




2. 손으로 박박 비누칠을


세탁기가 마치는 소리가 들리면, 본 게임 시작이다. 수건을 대야에 담아 화장실로 옮긴다. 이 단계에서는 쉰내를 완전히 잡기 위해 비누칠을 할 것이다. 맛있는 조림 요리를 위해 양념을 하고 재우는 것과 비슷하다랄까?


적당히 수분을 머금은 수건에 비누 양념을 치고, 삶는 통 1회분에 들어갈 만큼의 양을 먼저 끝낸다. 우리 집은 보통 3개의 그룹으로 나눠서 하는 편이다.


비누칠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그래서 앞에 태블릿을 놔두고 평소 즐겨 보는 영상을 틀어놓으면 좋다. 평소에 좋아하는 노래를 노동요로 듣는 것도 또 다른 옵션.


먼저 A그룹 비누칠이 끝났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3. 을 넣어 삶아준다


비누칠이 끝난 A그룹 수건을 통에 담고 물을 넣으면서 끓여준다. 수건이라서 생각보다 물을 많이 먹는다. 불은 강하게 하고, 물이 어느 정도 차오를 때까지 계속해서 물을 넣어준다.



처음 A그룹 수건을 삶을 때는 물이 끓는 시간이 있기에 불을 올려놓고, 다음 B그룹으로 돌아가서 다시 비누칠을 해준다. 두 번째 비누칠이 끝날 때 즈음에, A그룹이 담긴 통의 물이 끓기 시작한다. 물이 끓기 전까지 아래에 있던 수건은 충분히 삶아졌을 것이다.




이제 고무장갑과 집게를 사용해서 밑에 잘 삶아진 수건은 위로 올리고, 위에 있던 수건은 아래로 배치한다. 모든 수건을 골고루 삶기 위함이다. 육수를 고아내듯이 계속 불을 유지하고 한 번씩 뒤집어준다.

 



어느 정도 삶아졌다면, 잘 삶아진 A그룹 수건을 세탁기에 넣어준다.



지금까지의 프로세스를 나머지 B, C그룹에도 동일하게 실행해 주면 된다.


1) 비누칠이 끝난 B그룹을 통에 옮기고 삶는다.

2) C그룹 수건에 비누칠을 하고

3) 삶고 있는 B그룹 수건을 뒤적여준다.

4) 삶아진 B그룹을 세탁기에 넣고

5) 비누칠된 C그룹을 삶는다.

6) C그룹을 삶기가 완료되면 세탁기에 넣는다.


그룹 B와 그룹 C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수건빨래 프로세스, 이제 어려운 부분이 거의 다 끝났다. 시작한 지 2~3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4. 세기, 헹굼을 부탁하네


1차 세탁, 비누칠과 삶기 등을 통해 대부분의 쉰내가 없어진 수건은 이제 헹굼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오염물은 다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세탁 없이 헹굼만 해주면 된다.


세탁 조건은 헹굼 4번, 탈수 중 또는 강


김 나는 수건들. 씩씩대며 마지막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세 번에 걸쳐 정성스럽게 삶은 수건을 이제 찬물로 씻어내주자. 세탁기를 돌린 다음 여력이 된다면 삶는 통과 사용한 대야를 헹구고 건조해주면 좋다. 힘들다면, 누워서 쉬어도 되고.



5. 건조, 수건 삶기 완성도는 여기서 결정된다


지금까지 수건 삶기 단계를 따라오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다. 아침 일찍 시작했다면, 점심을 먹기 전에 이 단계에 들어섰을 것이고, 조금 늦게 시작했다면 오후 시간이 되었을 터, 상황에 따라 건조 방법을 정하면 된다.


날씨가 좋은 날은 자연건조를 하는 편이다. 섬세한 손길을 받아 뜨거운 물로 삶아지고 차가운 물로 헹궈진 수건은 그 냄새가 남다르다. 아침 일찍 시작했다면, 오후 내내 수건이 마르며 청결한 향기를 뿜어낼 것이다.



수건 삶기를 조금 늦게 시작했거나, 습한 날씨가 이어진다면 마음 편하게 건조기에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 오랜 시간 고생해서 씻어낸 수건을 혹시라도 잘못 말리면, 상황에 말리게 된다. 마지막까지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1년에 2~3번, 생각날 때 하는 수건 삶기. 할 때는 고되지만, 끝나고 나서의 뽀송함 덕분일까, 상당히 보람차다. 이제 나의 할 일을 했으니, 이 수건은 아내의 칼각 접기로 수납장에 잘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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