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맞벌이 부부 3년 차, 집안일을 체계화하고 운영하는 INTJ 남편은 이제 꽤나 자신감이 생겼다.
집밥도 어느 정도 잘해먹는 것 같고, 아내와 각자 맡은 일을 하면서 루틴이 생겼다.
덕분에 퇴근을 하고 나서도 글을 쓰거나 유튜브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졌다.
매달 하는 이불빨래,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하는 루틴들도 익숙해졌고,
평생 안 해본 수건 삶기도 이제는 제법 효율적으로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분기 별로 한 번씩 집안을 비워내며 아내와 함께 집안일이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은 익숙해지면 변수가 생기기 마련.
우리 집안에도 완전히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아이가 생긴 것이다.
2.
INTJ 남편은 생각한다.
드디어, 기다리며 준비했던 네가 찾아왔구나.
사실 집안일을 체계화하기로 결정한 것도
아이가 생길 것을 고려해서 시작한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집안일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면
큰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상 좋은 소식이 들려오니 기쁨과 동시에
아직 완성하지 못한 것들이 눈에 보였다.
집안 물품 정리할 것들도 아직 남아있고,
재정적인 준비도 아직 되어있지 않았는데...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까지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에
집안을 둘러보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이 집에 들어와 한 번도 세탁하지 않은 커튼.
저 먼지가 가득한 커튼을 어떻게 해봐야겠다.
3.
동네 세탁소에 전화를 해보니,
커튼을 분리해서 놔두면 픽업을 해서 세탁까지 해주신다고 한다.
그래서 바로 집안의 커튼들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먼저 거실 베란다를 지켜주는 커튼부터 살펴보면,
햇빛을 은은히 막아주는 흰색 커튼과
거실을 영화관으로 만들어주는 초록색 암막커튼이 있다.
커튼을 해체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받침대(스탭)를 밟고 차분하게 하나씩 빼주면 된다.
다만 핀이 생각보다 많기에, 급하게 하다가 핀에 찔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쉬지 않고 계속하면 결릴 수도 있기에, 커튼 해체 한 개가 끝나면 어깨도 한 번씩 돌려준다.
커튼을 빼고 나서 바라보니, 거실과 베란다가 훨씬 넓어 보인다.
다음은 안방 커튼, 숙면을 도와주었던 회색 커튼 3종도 동일하게 해체해 준다.
아이가 다니려면 카펫도 치워야 하니,
내친김에 바닥에 깔아 둔 카펫도 함께 맡기기로 했다.
다 접어서 모아두니, 이렇게 쌓였다.
동네마다 가격은 다르겠지만, 집안커튼과 카펫 세탁을 맡기면 이 정도 금액이 나온다.
(원피스 2만 원 제외)
1주일 정도 후에 깔끔하게 세탁이 완료된 커튼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각 구역마다 핀을 꼽아서 다시 설치해 주면 된다.
우리에게 찾아온 아이 덕분에 알게 된 커튼 세탁,
아기야, 먼지 없이 너를 맞이할 준비를 조금씩 해나가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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