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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쁨작가 마드쏭 Oct 20. 2022

나 좀 봐줘. 나도 사랑받고 싶어.

수치심이 아닌 사랑으로 받아들이기

"요즘 애들은 혼전 성관계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러면 여자만 손해야." 

 


 내가 고등학생 때였을까? 

어머니는 성인이 되어가는 딸 둘 있는 엄마로서 염려되는 소리로 말씀하셨다. '특히 여자는 순결을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하셨는데 그 걱정은 그대로 나에게 각인되었다. 

'그래, 결혼 전에 다 줬다가 헤어지면 어떻게 할 거냐? 혼전 순결 지켜야지.' 





"암으로 진행될 수도 있으니 3개월마다 검진받으러 오세요." 

"네에?" 

둘째를 자연 분만하고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데 의사가 한 말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아직은 아니지만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될 수도 있으니 주기적으로 검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혼 전에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했고 남편과 8년을 연애하면서도 혼전 순결을 지키려고 애썼는데 설마 자궁경부암까지 걸리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혀 불안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3개월마다 산부인과 진료대 위에 눕는다. 첫째 임신 때부터 진료받던 의사다. 다니던 산부인과에는 남자 의사가 더 많았지만 여의사를 선택했고 개인병원을 차리신 이후에는 그분을 따라 병원을 옮겼다. 한 의사 선생님을 통해 10년 동안 둘째까지 출산하며 진료를 받았지만 임신 이외의 검사를 받을 때마다 가슴에 돌덩이 하나 얹은 것처럼 거북하고 눈살이 찌푸려진다. 두 눈을 질끈 감고 빨리 그 시간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검사 중 모니터를 보라고 말씀하시면 겨우 실눈을 뜨고 바라본다. '아... 여전하구나. 저번보다 더 심해 진건가? 좀 나아진 건가? 3개월 뒤 또 와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면 "다 끝났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말이 귀에 들려온다. 

'휴... 끝났구나......' 

진료대 위를 내려와 옷을 갈아입는다. 긴장 반 기대 반으로 병원에 왔는데 집에 가는 길은 쓴 레몬을 삼킨 것처럼 가슴 한가운데가 아려온다.  



 누구나 몸속에 암의 요인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에 암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를 출산할 때 말고는 병원에 신세 질 일이 거의 없었던 나는 '그래... 건강에 자만하지 마라고 그러는구나...'라고 생각하며 8년째 3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는다. 코로나 전후 3년 정도는 더 이상의 호전도, 악화도 없어서 가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갔더니 단계가 더 진행되었다고 하여 그 뒤로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검진 결과는 건강관리 계속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지만 진료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힘든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금 마음은 어떤 것일까?

'치욕스러움'

8년째 받아도 낯선 검사기구가 몸 안에 들어와 현미경으로 확대하고 긁어대는 느낌은 끝날 때까지 숨 쉬고 싶지 않을 만큼 견디기 어려운 순간이다. 검사가 끝나고 나오면 빨리 잊어버리고 싶다. 그런데 최근엔 문득 '그 순간이 왜 그렇게 싫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의사 선생님은 그저 내 몸을 돌봐주려고 그럴 뿐인데 나는 그 시간이 왜 그토록 싫은 것일까? 



 순결의 목적이 소중한 것을 그만큼 잘 지키라는 것인데 그동안 나는 숨겨야 되는 것으로 왜곡하여 받아들였다. 숨겨야 되는 것, 감춰야 되는 것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다가왔다. 소중한 부분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왔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코 끝이 찡했다. 왜 8년 가까이 더 나아질 수 없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미 깨끗이 나았다면 여전히 부끄럽고 숨겨야 되는 것으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사랑받고 싶어! 제발 나 좀 바라봐줘.'라고 나에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온 것이 아니었을까. 8년 동안 남편과 연애하며 어찌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한순간도 없었겠는가. 하지만 혼전순결이라는 틀에 갇혀 억눌렀던 감정들이 출산이라는 임무가 끝나자 암의 가능성으로 나에게 항의하는 것 같았다. 

'아무 잘못도 없는 너를 부끄럽게 여겨서 미안해. 내 몸에서 너 또한 소중한 곳인데... 단지 지키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내 마음이 삐뚤게 나아가서 미안해... 미안해... 앞으로는 사랑으로 바라봐줄게. 나에게 너의 존재를 알려줘서 고마워. 지금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 지금부터는 나랑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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