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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쁨작가 마드쏭 Nov 29. 2022

책을 쓰고 싶은 이유(작가의 서랍)

나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책 쓰기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 서랍에만 저장할 수밖에 없었던, 21년 3월 3일 쓴 글을 오늘 다시 읽었다. 다른 작가님들과 책을 쓰고 있는 요즘, 이때의 내가 책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5년 전. 사업을 하시던 시댁 어른이 책을 내셨다며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책을 건네주셨다. 당시 책은 특별한 사람만 출간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가까운 사람이 책을 썼다는 사실은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이후, 도서관에서 글쓰기 관련 책을 보다가 이 세상 살아가는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는 말을 접하게 된다. 책을 쓰는 시점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평생 살아가는 동안 책 한 권쯤은 써서 다른 이들에게 전달해줄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도 죽기 전에 책 한 권쯤은 쓰고 싶다.’ 고 생각했던 것이. 그렇게 막연히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곧 잊혔다.     


 

2019년 10월 2일 새벽. 그날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다. 매일 무엇이든 쓰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던 10월에, 4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무슨 글이든 올렸다. 글이 빠진 날도 실제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휴대폰으로 쓰다가 잠이 들었던 경우였다. 그렇게 매일 무엇이든 찾아 쓰다 보니 내가 바뀌기 시작하였다. 원래 눈썰미가 없던 나인데 일상에서 오고 가며 뭔가 특별한 것이 없을까, 쓸 만한 거리가 없을까, 소재를 찾고 있었다. 평소에 사진도 잘 찍지 않는데 글을 올리기 위해 사진도 찍기 시작했다. 모두 다 올리진 못했지만 내가 나의 일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바뀐 것이다. 나의 하루 중에 ‘의미’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블로그를 시작하며 그동안 늘 하고 싶었는데 직장에 나간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핑계로 못하고 미루고 있었던 나를 위한 독서와 영어공부를 하게 되었다. 블로그에 독서기록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작가와 연결되기도 하는 신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작가들이 블로그 세계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블로그를 하다 보니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작가네...... 다시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나는 왜 책을 쓰고 싶을까?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하루 중 ‘의미’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 것처럼 책을 씀으로써 내 삶에 ‘의미’를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열심히 살다가 저 세상으로 떠나가는 존재를 넘어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성장하고 변하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성장의 방향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될까? 성장하기 위해 책을 쓰고 싶어서 책 쓰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4개월 동안 글을 쓰는 방법들은 배웠지만 가장 중요한 나의 주제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마음에 와닿는 주제를 찾지 못하다가 ‘목소리’라는 소재를 만나게 된다. 어쩌면 내가 온라인에서 나를 알릴 수 있었던  ‘목소리’는 그동안 생각했던 소재들보다 더 끌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목소리’라는 소재를 어떻게 요리해서 책으로 만들어야 할까를 고민하는 동안 나에게 전문성이 없음을 깨닫는다. 그동안 책을 에세이집 정도로만 쓸 생각을 했나 보다. ‘목소리’로 독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은데 어떤 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가야 될지 알 수 없다.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 책 쓰기를 휴직기간 동안 완료하고 싶다는 욕심에 내가 성급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책을 쓸 수 있는 정도로 성장하고 전문성을 갖추고 나면 자연스럽게 책을 쓰게 될 수도 있는데 그러기 이전에 책을 먼저 쓰겠다며 욕심을 부렸다. 물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공부를 하면서 책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공부를 통해 배운 것과 더불어 경험이 필요하고 그 경험이 나를 변화시킨 사례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나에게 남아있는 2년이라는 휴직기간에 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휴직 3년 동안 잠을 줄여가며 했던 모든 것들이 돈만 쓰고 아무런 성과 없이 끝이 날까 봐 두려웠다. 나도 안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런 성과 없이 보일지라도 나에겐 티끌만한 성장이라도 가져다주었음을.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말이다. 그러나 나는 나 혼자 인정할 수 있는 것 말고 누구에게라도 인정받고 싶은, 여전히 타인을 의식하며 살고 있는 ‘나’이다.  

    

38년이라는 시간을 열심히 살지 않은 때가 없었다. 비록 그럭저럭 평범한 결과밖에 없었더라도 열심히 그 순간들을 살았기에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시간도 없다. 공무원이 될 때까지 남들이 좇는 이상대로 살았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생활 잘하는 모범적인 아이로 살았다. 부모님의 착한 딸로서 국립대를 들어갔고 일반적인 사람들이 부러워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었다. 열심히 살긴 했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알지 못한 채, 남들이 좇아가는 대로 나도 따라가는 존재였다. 거기엔 ‘나’가 없었다.      


난 무엇이 두려운가.

안정적인 공무원이라는 말을 듣지만 난 그 안정을 믿지 못한다. 공무원 중에서도 ‘공사다, 민영화다’ 말 많은 부처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사회 흐름이 더 이상 공무원이란 신분만 믿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열심히 살아온 것만큼 보상받고 싶다. 지금 당장 눈앞의 성과가 아니어도 괜찮다. 하지만 내가 휴직이 끝나는 지점, 그리고 내가 새로운 길로 들어섰던 때로부터 5년이 되는 지점에서는 한 단계, 한 단계씩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휴직기간 동안 만들어낼 성과물을 ‘나의 책’으로 생각했었는데 다시 올바르게 수정을 해야겠다. 처음 책 쓰기의 목적으로 돌아가 ‘성장과 변화’로 말이다. 내가 성장하고 변해야 책이 나올 수 있다.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에 전문성을 가질 수 있게 배우고 성장하며 글을 써야겠다. 책 쓰기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나의 ‘성장’이 목적이다. 책 쓰기는 성장과 변화의 결과물이 되거나 그것을 위한 나의 도구가 될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때(21.3.3)의 생각과 비교하여 지금(22.11.29) 달라진 것은? 

- 에세이도 독자의 공감과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 내년 2월 복직을 앞둔 지금, 복직에 대한 두려움보다 그동안의 배움을 세상에서 시험해볼 수 있는 새로운 장으로 설렘과 기대가 더 크다. 

- 여전히 책 쓰기의 목적은 성장을 위한 도구이거나 변화의 결과물임에는 동의한다. 지식과 경험, 생각을 글로 정리하여 내면화하고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대신 내가 현재에 존재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동안 쓴 글들을 보면 내 생각의 변화와 성장의 과정을 볼 수 있다. 나의 글들이 소수에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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