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2월.
몇 달간 준비했던 실거주 갈아타기도 다음 주 화요일이면 이사로 마무리된다.
결혼하고 처음 산 집은 육아를 위해 남편 직장보다 내 직장과 가까운 곳을 택했고, 서울 가기도 편한 나름 역세권, 대형마트, 큰 병원, 관공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모두 걸어서 이용할 정도로 생활이 편리했다. 불편함이라고는 남편의 주차 스트레스 정도였고, 대중교통과 도보가 익숙한 나에겐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집을 팔려고 보니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세가 거의 비슷했다. 나는 이 집을 2015년, 거의 최고가에 샀고 5년 안에 갈아타겠다는 계획으로 도배와 장판만 하고 들어와 살았다. 부동산 정책은 자주 바뀌었고 그동안 '더 오르면 팔자'만 반복하다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자산의 기회비용은 점점 줄어들었고, 부동산을 공부하고 갭투자를 해보며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물가가 오른다고 모든 집이 오르는 건 아니라는 걸. 남들이 선호하는 단지가 아니라면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이 풀리지 않는 이상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올봄부터 갈아타기를 준비했다. 익숙하진 않지만 이사 가려는 곳곳을 돌며 단지를 비교했고 올해 입주를 앞둔 신축 단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매수하고 싶어서 입주 막판까지 던져질 매물을 기다리다가 오히려 다른 후보들이 오르는 것을 눈물을 머금고 지켜봐야 했다.
결국은, 내 기준엔 '아니다' 싶어 밀어뒀던 단지를, 남들 기준에선 '대장'으로 불리는 그곳을 더 오르기 전에 매수했다. 사실 마음은 불안했다. 5억이 남는 주담보대출. 기존 집의 세 배가 넘는 금액. 텅 빈 통장을 보며 깊게 숨을 쉬었다. 그나마 아직 고점을 찍기 전이라는 위안과, 남편과 나눈 수많은 대화 끝에 선택했다.
나는 5천억 자산가가 될 사람이니까. 그 믿음으로 예전의 나로선 상상도 못 했던 '무리'를 감행했다.
빚을 빨리 갚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되뇐다.
나는 빚 없는 삶을 원하는 게 아니라,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거라고.
내가 원하는 삶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을 지지해 줄 수 있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삶.
여행도 자유롭게 떠날 수 있고, 지구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삶이다. 그 정도면 좋겠다. 5천억 자산가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누릴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번 선택도 괜찮다고 믿는다. 많은 대출로 불안한 감정은 오히려 내년의 목표를 수익화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경험도 결국 자산이 될 거라는 걸 안다.
실거주 집.
내가 좋아하는 집이냐, 남들이 좋아하는 집이냐의 문제에 정답은 없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게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 지금 내 삶의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당신은 어떤 삶을 꿈꾸고 있나요?
당신의 이야기. 댓글로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