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가 내게 건넨 말
밤이 깊어지면 현실은 이상하게 더 또렷해진다.
나는 그날, 아이의 소망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엄마, 나 피아노 다시 배우고 싶어.
우리 집 교육비가 많은 편은 아니다. 큰 아이는 온라인 강의를 듣고, 둘째는 발레와 수영을 한다. 그래서였을까. 피아노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는 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 찰나의 침묵이 미안해 아이의 눈을 피했다. 내가 주저했던 이유는 단지 통장 잔고 때문만은 아니었다. '성공'과 '투자'라는 명목으로 정작 나 자신에게는 수백만 원의 강의료를 아낌없이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더 배워야 빨리 성공해서 너희 하고 싶은 거 다 해줄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정작 아이의 작은 소망 앞에서 멈칫하는 내 모습은 모순 그 자체였다.
나폴레온 힐의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를 오랜만에 다시 펼쳐 든 내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최종 목적지이자 미래의 나 자신인 '리치'었다.
'리치'는 내가 그동안 결제했던 화려한 강의 목록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물었다.
"기쁨작가, 넌 너를 위해 수많은 투자를 했지. 하지만 그 지식들이 정말 누군가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씨앗'이 되었니? 아니면 단순히 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위로'였니? 아이의 피아노 학원비를 아까워하면서 네 지식만 채우는 것은, 농부가 씨앗만 모으고 밭은 일구지 않는 것과 같단다."
"그럴리가요. 전 정말 간절해요. 빨리 수익화를 성공해서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건 뭐든 주저 없이 시켜주고 싶은 마음뿐이라고요. 하지만 리빙 큐레이터로서 걱정도 돼요. 제가 직접 써보지 않은 물건을 소개했다가 품질이 떨어지면 어쩌죠? 상세 페이지만 봐서는 좋아 보이는데 말이에요."
내 항변에 '리치'는 나폴레온 힐의 '대가의 법칙' 페이지를 조용히 펼쳐 보였다.
당신이 얻고자 하는 부의 대가로,
당신은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그 대가를 명확히 결정하라.
"품질에 대한 걱정은 네 '안목'을 단단하게 할 뿐이다"
"기쁨작가, 네가 품질을 걱정하는 그 마음이 바로 네 큐레이션의 '무게'란다. 직접 써보지 못했다면 그만큼 더 집요하게 파고들어야지. 수백 개의 리뷰를 분석하고, 제조사의 신뢰도를 따지고, 가성비를 검토하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네가 파는 '안목'이야. 사람들은 네가 대신 고민해 준 그 '시간'과 '신중함'을 사는 거란다."
'리치'의 목소리는 점점 단호해졌다.
"네가 자신에게 투자했던 그 큰돈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이제는 '배우는 사람'에서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해. 아이에게 '나중에 다 해줄게'라는 미루는 약속 대신, 오늘 네 안목으로 누군가의 삶을 10분이라도 편하게 해 줄 가치를 만들어 보렴. 그게 바로 네가 벌어들일 5,000억의 진짜 정체란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그동안 '완벽한 준비'라는 핑계 뒤에 숨어, 내가 가진 지식들이 돈이 되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의 피아노 소리보다 내 교육을 우선순위에 두었던 그 부끄러움이 비수가 되어 꽂혔다.
하지만 '리치'는 나를 자책하게 두지 않았다. 대신 그 미안함을 '실행의 에너지'로 바꾸라고 말했다.
이제 나는 숫자의 뒤에 숨지 않기로 했다. 내가 나 자신에게 투자했던 그 수많은 배움들을 이제는 실질적인 결과물로 증명해 낼 것이다.
마음 관리: 나에게 투자한 비용이 '매몰 비용'이 되지 않도록, 매일 노트북 앞에서 나를 일으키는 마인드셋.
리빙 큐레이션: 엄마의 절박함과 큐레이터의 안목으로 골라낸, 진정성 있는 리빙 콘텐츠.
수익화 실험: 여러 블로그 운영과 쇼핑 숏폼을 통해, 내 안목이 어떻게 누군가의 삶에 기여하고 수익으로 돌아오는지 보여주는 과정.
아이에게 미안해하는 시간에, 나는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하나라도 더 분석하고, 하나라도 더 제대로 골라내기로 했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책임이니까. "엄마가 오늘 이만큼 해냈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나폴레온 힐은 말했다. "기다리지 마라. 때는 결코 '딱 좋은' 때가 오지 않는다."
피아노 학원에 가고 싶다던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기억하며, 나는 오늘 가장 무거운 마침표를 찍고 다시 첫 문장을 시작한다. 내 안의 '리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장 서툴지만 가장 진실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언젠가, 아이의 피아노 소리를 아무 걱정 없이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나를 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