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좌표

남들과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어디 있는지를 아는 것

by 조이

"너는 뭐가 특별해?"

면접에서도, 자기소개에서도, 심지어 술자리에서도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받아봤을 거예요.

그리고 대부분 답하기 어렵습니다.

"글쎄, 특별한 건 딱히…"라고 말하거나, 억지로 뭔가를 갖다 붙이거나.

저도 그랬어요. 게임사업 PM으로 8년을 일했는데,

"네 강점이 뭐야?"라고 하면 "사업 분석 잘하고,

구조화 잘하고, 시장 데이터 읽는 거…" 정도를 말하다가 멈춰요.

그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직무 역량이잖아요.

게임사업 PM이면 누구나 하는 일이에요.

나라는 사람의 좌표가 아니라, 직함의 설명이었습니다.

링크드인 프로필 한 줄이면 끝나는 정보.

그건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지 않아요.

그런데 Part 1부터 여기까지 오면서, 다른 종류의 정보가 모였어요.


https://brunch.co.kr/@lifedesign-joey/10

3장에서 에너지 지도를 그렸고,

4장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과 세상의 기대를 비교했고,

6장에서 강점과 약점의 그림자를 봤고,

7장에서 나의 가중치를 발견했고,

8장에서 변화의 종류를 파악했어요.

이 데이터들이 충분히 쌓였습니다.

퍼즐 조각이 테이블 위에 흩어져 있는데,

아직 전체 그림이 안 보이는 상태. 조각을 모아서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 도구가 필요해요.

이제 그걸 하나의 좌표로 찍을 차례입니다.




포지셔닝의 본질

기업 전략에서 포지셔닝이란, 시장에서 자기만의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스타벅스는 "비싸지만 경험을 파는 커피",

다이소는 "싸지만 다양한 생활용품".

이 두 브랜드는 당연하게도 서로 경쟁하지 않아요.

축이 다르니까요.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특별하다"는 말은 위안이 되지만, 방향을 안 알려줘요.

특별하다는 건 감정이지, 정보가 아니에요.

"나는 여기에 있다"가 전략입니다.

지도에서 내 위치를 모르면, 어디로 갈지 정할 수 없잖아요.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해도, 현재 위치가 없으면 경로가 안 나오는 것처럼.

포지셔닝 맵의 구조는 단순해요.

두 개의 축을 잡고, 그 위에 점을 찍는 것. 핵심은 축을 뭘로 잡느냐예요.



좋은 축, 나쁜 축

축을 잡을 때 원칙이 하나 있어요.

양쪽 끝이 모두 긍정적일 수 있는 축이 좋은 축입니다.

"분석적 ↔ 직관적" — 이건 좋은 축이에요.

분석적인 것도 장점이고, 직관적인 것도 장점이니까.

"게으른 ↔ 부지런한" — 이건 나쁜 축이에요.

한쪽이 명백히 더 좋으니까.

나쁜 축 위에서는 좌표를 찍어봤자 자기 비하밖에 안 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축을 바꾸면 자리가 바뀝니다.

이게 핵심이에요. "나는 어디에 있는가"는 절대적이 아니라,

어떤 축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한 축에서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이, 다른 축에서는 아무도 없는 독특한 위치에 있을 수 있어요.

자기만의 축을 찾는 것. 그게 포지셔닝의 본질입니다.

회사에서 게임의 포지셔닝을 잡을 때도 같았어요.

"우리 게임은 재밌습니다"는 포지셔닝이 아니에요.

"캐주얼하면서 전략적인 유일한 게임"처럼,

축 위에 자기 자리를 특정해야 포지셔닝이 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첫 번째 좌표:

분석적 ↔ 감성적 × 이론 지향 ↔ 경험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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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익숙한 축으로 시작해봤어요.

가로축: 분석적 ↔ 감성적.

세로축: 이론 지향 ↔ 경험 지향.

나를 찍어봤습니다. 분석적이면서, 경험 지향. 오른쪽 위도 아니고, 왼쪽 아래도 아니에요. 왼쪽 위. 데이터와 구조를 좋아하지만, 이론 자체보다 직접 해본 것에서 배우는 사람.

이 좌표가 말해주는 게 있어요. 나는 프레임워크를 쓰면서도, 반드시 자기 경험에서 출발하는 사람이에요. 추상적 이론만으로는 설득이 안 되고, 직접 겪은 것이 있어야 확신이 오는 타입. 이 책 자체가 그 좌표의 산물이에요. 전략 프레임워크(분석적)를 육아휴직이라는 실제 경험(경험 지향)에 적용하고 있잖아요. 게임사업 PM으로 일할 때도, 시장 보고서보다 직접 플레이해보고 나서 분석을 시작하는 타입이었어요. 숫자를 좋아하지만 숫자만으로는 안 움직이는 사람.

이 좌표가 중요한 건, 같은 "분석적"인 사람 중에서도 자리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회사에서도 느꼈어요. 같은 사업팀 안에 분석적인 사람이 여러 명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론 지향적 분석가는 시장 보고서를 읽고 "모델이 이렇게 예측한다"로 끝내요. 저는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유저 커뮤니티를 돌아다니고, 실제 데이터와 감각을 대조한 뒤에야 결론을 내렸어요. "근데 실제로 해보면 이런 변수가 있더라"로 가는 타입. 어느 쪽이 더 좋은 게 아닙니다. 자리가 다른 거예요. 그리고 그 자리 차이가 아웃풋을 다르게 만듭니다.


두 번째 좌표: 혼자 ↔ 함께 × 깊이 ↔ 넓이

축을 바꿔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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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축: 혼자 ↔ 함께. 세로축: 깊이 ↔ 넓이.

나를 다시 찍어봤어요. 혼자 + 깊이. 왼쪽 아래.

이건 첫 번째 좌표와 다른 층위의 정보예요.

첫 번째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인가"였다면,

두 번째는 "어떤 환경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인가"입니다.

3장에서 에너지 충전 조건이 "구조화하는 시간"이었잖아요.

혼자 앉아서 뭔가를 깊이 파는 시간.

5장에서 관계 에너지를 보면, 저는 넓은 네트워크형이 아니라 소수 심층 관계형이었어요.

영국에서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들과의 대화가 가장 큰 에너지원이었다는 것도 이 좌표와 맞아요.

많은 사람과 얕게 만나는 것보다,

적은 사람과 깊이 나누는 것.

"혼자 + 깊이"라는 좌표가 관계의 방식까지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6장의 약점이 등장합니다.

저는 "깊이"를 좋아하면서, "끝까지 가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깊이 파기 시작하는데, 70% 지점에서 실증이 와요. 그러면 이 좌표가 틀린 걸까요?

아닙니다. 깊이를 좋아하는 것과 끝까지 가는 것은 다른 이야기예요.

좌표는 "나는 깊이 방향을 향해 움직인다"를 말해주는 거지,

나는 깊이의 끝에 도달한다를 보장하지 않아요. 방향과 도달은 다릅니다. 방향은 좌표가 알려주고, 도달은 구조와 습관이 도와주는 거예요.

좌표는 "네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보여줘요. 갈 수 있는가, 끝까지 갈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고, 그건 Part 4에서 다룹니다.




축을 바꾸면 세계가 달라진다

두 개의 좌표를 그려보니, 같은 나인데 다른 이야기가 나왔어요.

첫 번째 좌표에서는 "분석적이면서 경험 지향적인 사람"이라는 콘텐츠의 성격이 보였고,

두 번째 좌표에서는 "혼자 + 깊이"라는 에너지 구조가 보였어요.

이 두 좌표를 겹치면 "혼자서 경험을 깊이 분석하는 사람."

이게 나의 자리예요.

재미있는 건, 이 좌표가 지금 하고 있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거예요.

육아휴직이라는 경험을 혼자 앉아서 프레임워크로 분석하고 글을 쓰고 있잖아요.

우연이 아니에요. 좌표가 이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던 거예요.

다만 그걸 좌표로 찍어보기 전에는 몰랐을 뿐이에요.

4장에서 3C를 그렸을 때,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답이 막연했잖아요.

그런데 좌표를 찍으니 구체적이 돼요.

"혼자서 경험을 깊이 분석하는 일을 하고 싶다."

이건 막연한 소원이 아니라, 좌표에서 도출된 방향이에요.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욕구입니다.

그런데 만약 "연봉 ↔ 워라밸" 같은 축을 잡으면, 제 좌표는 평범해져요.

누구나 그 축 위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니까요.

축이 평범하면, 좌표도 평범해집니다.

자기만의 축을 발견하는 것이 자기만의 자리를 발견하는 것과 같아요.

게임업계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어요.

레드오션이란 없어요.

축이 같은 시장이 있을 뿐이에요.

모두가 같은 축(그래픽 퀄리티 × 콘텐츠 양)으로 경쟁하면 레드오션이 됩니다.

그런데 축을 "감성 ×커뮤니티 밀도"로 바꾸면, 갑자기 블루오션이 보여요.

사람도 똑같아요.

혹시 당신도 "나는 평범하다"고 느끼고 있나요? 축을 바꿔보세요.

지금까지 사용하던 축 : 학벌, 연봉, 직급, 외모가 아니라,

자기만의 축을 하나 만들어보세요.

3장에서 발견한 에너지 조건, 4장에서 드러난 욕구, 6장에서 인정한 약점

이 데이터 안에 당신만의 축이 숨어 있어요.

남들이 쓰는 축이 아니라, 당신의 경험에서 나온 축.

그 축 위에서 당신은 이미 독특한 자리에 있을 수 있습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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