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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Mar 03. 2020

아이의 생일

만 5세가 되었다!

엊그제 딸아이가 만 5세가 되는 생일이었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한국식 나이 셈법을 적용하여 초는 6개를 꽂았다. 생일파티라고 해서 엄청난 것을 해준 것은 아니다. 


미역국을 손수 끓여 밥상을 차려주기.

HAPPY BIRTHDAY 글자가 적힌 가랜드와 하트 모양의 가랜드로 벽을 꾸며주기.

생일파티용 플라스틱 안경을 씌워주기.

생일파티용 고깔모자를 씌워주기.

생일 케이크에 초를 꽂고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주기.

갖고 싶었던 겨울왕국2 엘사 드레스는 생일선물로 주기.

사랑 가득 담아 볼에 왕창 뽀뽀해주기.


그저... 이렇게 했다. 너무 소박한 것 같다.


아이의 선택을 받은 엘사안나 아이스크림케이크


코로나19 여파로 어디 좋은 곳에 데려가지 못하는 게 미안하고 안쓰러웠지만, 아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것처럼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했다.


열심히 검색해서 주문한 엘사 드레스는 역시 후기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켓에 달린 망사 망토에 붙은 반짝이가 우수수수 떨어진다는 말은 현실이 되었다. 손가락으로 집기도 어려울 만큼 작은 반짝이가 거실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반짝이가 떨어진 것을 본 아이는 자켓을 벗고 손발을 씻고 침대로 피신하자고 나를 이끌었다. 바닥청소는?? 그것은 아빠의 몫! 좋아!!!



친정 엄마 생신 축하용 케이크도 아이의 선택을 피해갈 순 없지!


아이의 생일 하루 전날이 친정 엄마 생신이었다. 축하 케이크를 고르는데 강아지 모양의 케이크를 보자마자 더 이상 볼 것도 없이 바로 선택! 초를 꽂으니 귀여운 멍멍이 머리에 머리카락이 솟아난 느낌;;;

귀여운 동물 모양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은 예쁘긴 한데, 먹을 때는 참 난감하다...

아이는 메롱하고 있는 강아지의 혀를... 딸기맛 초콜릿부터 먹어버렸다. 그다음은...;;;




벌써 여섯 살이라니, 시간은 어쩜 이리도 빨리 흘러버린 것일까?

나는 우리 아이가 참 귀엽다. 귀여워서 자주 호들갑을 떤다. 남편보다 내가 훨씬 더 딸바보다. 다른 엄마들도 다 자기 자식이 예쁘겠지? 성인이 되면 귀여움이 징그러움으로 바뀔까? 우리 엄마는 내가 스무 살이 넘자 '언제 이렇게 징그럽게 컸냐'는 말을 자주 하곤 했는데... 지금도 엄마는 가끔 내 나이를 듣고 깜짝깜짝 놀라신다. 그런데 나도 엄마 나이를 곱씹어보면 깜짝 놀란다. 

내년 이맘때가 돌아오면, 아이가 일곱 살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또 깜짝 놀라겠지.

가는 세월, 붙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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