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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Jan 26. 2020

우리는 이산가족

쑥쑥 크는 아이, 감동 받는 엄마

기족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던 어느 날,

차 안에서 딸아이는 갑자기 집에 빨리 가서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한다. 그림 그리는 것, 만화 보는 것.

집에 도착하자마자 까먹기 전에 얼른 그려야 한다는 아이는, 종이에 음표를 그린다.

"그거 어디서 보고 그렸어~?" 묻자, 풀어놓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가리킨다. 역시 아이의 머릿속은 참 심오하다. 음표를 제대로 그릴 수 있게 거의 10여년 만에 오선을 그려줬다. 높은음자리표도 함께.

요즘은 사진 찍을 때 포즈도 잘 취한다.

노래도 크게, 춤도 흥겹게 표현하는 아이.

나는 어릴 때 그렇게 크지 못했기에 내 아이만큼은 적어도 가정이라는 환경에서 식구라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쑥쓰러움 없이, 부끄러움 없이 자랄 수 있게 도와주고픈 욕심이다.


작년 이맘 때 우리나이로 갓 다섯 살이 되었던 즈음, 말이 빠르지 않았던 아이의 언어 능력이 갑자기 늘기 시작했다. 아직은 만 네 살이지만 우리나이로 막 여섯 살이 된 지금, 또 다시 갑자기 어휘력과 표현력이 늘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아이는 매년 신체적으로도 쑥쑥 자라고, 정신적으로도 훅훅 커버린다.


예전에 주변 어르신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두~세 살 때 평생의 효도를 다한다는 말. 그때가 가장 이쁘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아이가 너무나 예쁘다. 시간이 멈춰 이 귀여움을 평생 붙잡아놓고 싶은 심정이다.


와인 아울렛에 종종 가는 우리 가족.

먹고 싶었던 와인이 너무 많았던 우리 부부는 골랐던 와인을 다시 빼고 바꾸려고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남편이 먹어보고 싶다던 와인을 위해 내가 고른 와인을 빼려던 찰나,

"그건 엄마가 먹고 싶어했던 건데~~ ㅠㅠ"

심쿵.

아이는 엄마가 고르는 와인을 계속 유심히 보고 있었고, 이걸 빼면 엄마가 속상하겠다고 먼저 마음을 알아준 것이다. 아이 덕분에 내가 먹고 싶었던 와인을 지킬(?) 수 있었다.



요즘 그 어느 누구보다 나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걱정해주는 딸 덕분에 사랑받는 기분을 느낀다.

친정엄마와 남편은 종종 부둥켜 안고 사는 우리 둘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도리도리)...이산가족이 따로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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