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fe Designeer Dec 24. 2019

엄마의 감동

소소한 일상, 크나큰 의미

얼마 전 일이다.

딸아이를 목욕시키고 나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로션을 발라주며 옷을 입히고 있었다.

로션을 쓱싹쓱싹 문지르며 말했다.


"우리 알콩이는 커서 뭐가 되려나~

뭐가 됐든 우리 알콩이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세상에서 쩨~일 행복한 사람~!"


대답을 들으려는 말이 아니라, 그저 그런 이야기가 저절로 나왔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가(라고 하기엔 너무 크지만)이고,

말도 잘 듣는 이뻐 죽겠는 아가이고,

옆구리에 끼고 매일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을 만큼 끔찍이 귀여운 아가이고,

뽀뽀를 수천번 부르는 세젤예(세상에서 젤 예쁜) 아가여서 자연스럽게 그런 말이 나온 모양이다.

(원래 객관적으로 예쁘게 생기진 않아도, 자기 자식은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법!)


그러자, 예기치 못하게 답변이 돌아왔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난~ 엄마가 될 거야~" (찡~긋!)


오!!!!! 엄마가 된대, 엄마가!!!

그 말은... 아이의 눈에는 '엄마'가 가장 좋은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너무 과한 해석일까?!

아, 어찌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역시 객관적인 관점 따위는...)


"그렇구나~ 우리 알콩이는 엄마가 되고 싶구나~

알콩이 같은 딸 낳아서 같이 이렇게 놀면 진짜 재밌겠다~ 그치~?"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너는 이렇게 엄마처럼 결혼해서 아이 낳고 고생하는 삶을 굳이 살지는 않아도 되는데... 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함께 드는 것은 내가 너무 현실 엄마이기 때문일까...ㅠㅠ


"응!" (끄덕끄덕, 베시시~)


아... 이 감동의 도가니는 꽤 오래갈 것 같다. 아........... (뿌듯!)




물론, 잘 생각해보면,

나도 어렸을 때 직업의 이름도 잘 모르니 그냥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닥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알콩이는 지금 경찰관, 소방관, 선생님 등등 정도는 아니까 음..

그냥 예기치 못한 대답이 나 스스로 너무 놀라웠나 보다. 훗.


사실 별 거 아니긴 한데, 별거 아닌 거에 감동받는 나는 감성이 충만한가 보다!

어쨌거나 이 감동은 꼭 기록해야 할 것만 같다.

끄적끄적...


크리스마스 선물로 옷장을 갖고 싶어 했지만, 블럭을 받고도 좋다고 잘 노니 기특하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의 머릿속엔 뭐가 들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