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우리 세 식구,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을 때에는 아이가 주로 하는 놀이들이 있다.
1. 만화영화 보기 (OTT Box로 넷플릭스 이용)
2. 장난감 가지고 놀기 (자동차, 인형, 블럭 등)
3. 스티커 붙이기 (우리집 인테리어는 언제쯤 되돌릴 수 있을까)
4. 책 보기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 글자와 맥락을 눈으로 본다)
5. 그림 그리기 (요즘엔 책 만들기, 종이접기)
6. 색칠 놀이하기 (색칠놀이책)
7. 엄마, 아빠와 몸으로 놀기 (숨바꼭질, 역할놀이, 노래자랑)
다섯 살 우리 아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두 살때부터 색연필을 쥐어줘서 그런가,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함께 해서 그런가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암튼 그렇다.
2019년 3월 어린이집에서의 첫 작품. 작품명 < 엄마 >
이 그림은 올해 초 3월에 어린이집에 가서 처음으로 그린 <엄마> 그림이다. 이 그림을 보고 감동받아서 눈물이 났다. 처음으로 사람형태를 띈 사람을 그린 것이다. 그것도 바로 엄마인 '나'를. 얼굴에 눈, 코, 입, 귀, 머리카락 다 있고, 몸에 팔, 다리가 모두 있다니! 이 어찌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19년 12월 집에서 놀다 그린 작품. 작품명 < 비오는 밤중에 별똥별에게 윙크하는 토끼 >
이 그림은 올해 12월에 집에서 놀다가 그린 그림이다. 이제는 어린이집과 집에서 수없이 많은 그림을 그리며, 색연필을 손에 쥐고 힘을 주는 법부터 크기 조절, 색상 선택, 숨겨진 뜻까지 모두 담아서 그리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토끼책을 꺼내 토끼를 비슷하게 그리고, 아빠를 통해 별 3개를 도움 받았다. 나머지 별은 직접 그리며, 별똥별이라고 몇 군데 삼 선을 더했다. 밤이라고 바탕을 까맣게 칠한다. 파란색으로 죽죽 그리길래, 뭐냐고 물으니 '비가 오고 있다'고 한다. 대뜸 나보고 나뭇잎을 위에 그려달란다. 옆에 책 처럼. 그려주면서 왜 나뭇잎이 여기에 있냐고 물으니 '비를 피해야' 한다고 한다. 오 이런, 이렇게 갸륵할수가. 한쪽 눈이 왜 이러냐고 물으니, '엄마 아빠가 눈 이렇게 찡긋 하는거 보고 따라했다'고 한다. 오 이런 관찰력이! 토끼 입이 왜 이러냐고 물으니, 책을 가리키며 똑같이 그린거라고 한다. 오 이런 섬세함이! 이렇게 심오한 그림을 보고 어찌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는 바탕 칠하기 힘이 드는지 나보고 바탕을 칠하라고 한다. 오 이런... 또 엄마를 부려먹네, 쩝...;;;
다섯 살 아이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었을까?
상상력이 대부분을 차지하겠지?
일상의 디테일을 감지해서 그려내는 것을 볼 때마다
정말 많이 컸다는 사실에, 정말 빨리 크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깜짝 놀란다.
늘 느끼지만, 난 남편보다 내가 더 딸바보다. 이뻐 죽겠는 다섯 살이다. 아이 귀여워! 아이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