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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Jul 07. 2020

입문자를 위한 달달한 와인

와인노트 #5 엔리코 세라피노 모스카토 다스티, 이탈리아-2017

2주째 위염약을 먹고 있다. 위에 문제가 생긴지도 모르고 거의 한 달을 보냈다. 명치 아래를 살짝만 눌러도 고통을 호소하는 나에게 의사는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커피와 술을 금하라고. 이런.... 매일 마시는 커피를 강제로 끊게 되었고, 어쩌다 반주로 마시는 와인마저도 입에 댈 수 없는 상황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1주일간 열심히 약을 다 먹고,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여전히 완치되지 않아 1주일치 약을 더 처방받아 왔다. 완치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오래간만에 사람들을 만나는 저녁 약속이 있었고, 많은 양은 아니지만 나는 결국 몸에 알코올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이지만, 집에 돌아와 가볍게 모스카토 한 잔 하고 싶었다. 어쩌면 당분간 나에게 와인을 허락할 수 있는 날이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아 그날 딱 하루만 몸에 술을 허용하자고 합리화했는지 모른다.


냉장고에서 날 기다리던 와인은 바로 "엔리코 세라피노 모스카토 다스티"였다. 처음 오픈하고 며칠이 지난 상태였다. 위가 아파 못 먹는 나를 두고, 의리 없이 혼자라도 마시겠다며 오픈해버린 남편이 한 잔 마시고 얼른 막아놓은 상태. 이 와인은 아울렛에서 남편이 고른 와인이었다. 눈에 익숙한 레이블을 보니 지난번에 먹은 와인인 듯싶었다. 찾아보니 작년 10월경에 2016년 빈티지로 맛을 보았었다. 


와인을 처음 오픈하자마자 늘 그랬듯이, 나는 마시진 못해도 색깔과 향을 음미했다. 먼저 나무 열매류 과일향이 주로 났다. 살구, 복숭아, 오렌지 등 과일향이 마구 뒤섞인 듯 느껴졌다. 그리고 꿀 향과 머스크한 향이 같이 맴돌았다. 마실 수 없으니 딱 한 모금만 입에 대보았다. 약간의 바디감, 겉으로 보기에 거품이 많지만 입속에서는 생각보다 굉장히 은은한 탄산이 느껴졌고, 약간의 상큼함과 진한 달달함이 입 안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고 더 이상은 입에 댈 수 없었다. 


며칠 후 다시 꺼낸 모스카토 다스티. 많은 양을 먹지 않아 공기 접촉도 적었고, 병마개로 잘 막아두어서 다행히 뽕! 하고 소리가 날만큼 탄산이 거의 온전히 남아있었다. 지난번에는 훈제 삼겹과 함께 반주 형태로 테이블 와인으로 딱 한 모금 음미했지만, 이번엔 후식 와인으로 마셨다. 페어링 할 음식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순대를 사 왔다. 이게 어울릴까 싶었는데, 그냥 편하게 먹기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 왠지 모스카토 다스티는 단짠만 잘 맞춰진 음식이라면, 어떤 음식이랑 먹어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언제나 옳다!


엔리코 세라피노 모스카토 다스티, 이탈리아-2017


모스카토와 모스카토 다스티라는 명칭을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모스카토를 처음 먹어봤던 예전에는 모스카토 다스티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했었다. 많은 와인 입문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는 모스카토 품종으로 만든 대표적인 와인 중 하나다. 


모스카토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아스티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모스카토 다스티란 ‘아스티 지역에서 만든 모스카토’란 뜻으로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DOCG 등급이다. 프랑스에서는 모스카토를 뮈스카(Muscat)라 칭한다. 우리가 흔히 모스카토로 부르는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생산되는 모스카토 비앙코(Moscato Bianco)는 뮈스카 품종의 한 갈래인 뮈스카 아 쁘띠 그랭(Muscat à Petits Grains)과 같다고 한다. 뮈스카 계열 포도 품종에 따라 어떤 용도의 와인에 사용될지 결정되는 듯싶다. 모스카토는 달콤한 와인뿐 아니라 드라이한 테이블 와인, 주정 강화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품종이다. 


모스카토 품종은 복숭아, 살구, 자두, 멜론과 같은 과실향이 도드라지며 짙은 꽃향기를 느낄 수 있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약발포성 와인으로 양조 중 발효를 의도적으로 중단해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울 때 음료수처럼 가볍게 마시기에 부담도 적고, 어느 자리에서나 잘 어울려 알코올음료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와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드는 것 같다.




처음 오픈했을 때
며칠 후에 다시 마실 때


* 제품명 : 엔리코 세라피노 모스카토 다스티

* 종류 : 스파클링

* 대중의 점수 : 

* 나만의 점수 : 4.0

* 포도 품종 : 모스카토 (모스카토 비앙코)

* 바디감 : 

* 당도 : 

* 산도 : 

* 타닌 : -

* 탄산 : 

* 색깔 : 금빛 노랑

* 향 : 살구, 복숭아, 꿀, 오렌지, 시트러스

* 어울리는 음식 종류 : 과일 디저트류, 식전술

* 음식 추천 : 가벼운 핑거 푸드, 케익류

* 빈티지 : 2017

* 생산국 : 이탈리아

* 생산지 : 피에몬테 아스티 (Piemonte, Asti)

* 생산자 : 엔리코 세라피노 (Enrico Serafino)

* 알코올 : 5.5

* 용량 : 750

* 추천 온도 : 7~9ºC

* 평가 등급 : DOCG

* 용도 구분 : 테이블 와인, 디저트 와인

* 가격 : 22,000원

* 구매처 : 라빈

* 병입일 : 2017. 03. 07.

* 수입원 : (주)에프엘코리아

* 함께 먹은 음식 : 훈제 삼겹살, 편의점 순대

 세줄평 

1. 역시 모스카토 다스티는 가벼운 디저트로 제격! 

2. 적당히 반주로 먹을 때도 굳굳! 

3. 목마른 한여름밤, 양 많은 맥주가 부담스러울 때 시원한 디저트 와인으로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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