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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Jul 01. 2020

흔하지 않은 레드 품종? 보발!

와인노트 #4 카사 데 일라나 엑스프레시온 보발, 스페인-2016-레드

와인을 고를 때면 항상 구매 상한선을 대략 생각해 두고, 그 안에서 가격과 개수를 타협하곤 한다. 슬프지만 고급진 와인을 어떻게라도 즐기고 싶은 서민의 고달픈 현실이랄까. 많이 들어본 품종 중에서 가격대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아예 처음 보는 새롭고 독특해 보이는 품종을 고르기도 한다. Bobal? 보발? 지난번 와인 아울렛에서 고를 때 발견한 이 품종은 처음 보는 레드 와인 품종이었다. 스페인 하면 템프라니요! 와 같은 공식이 떠오르는데, 보발은 잘 모르지만 일단 집어 오기로 한 것이다. 가격까지 착하니 시도해보기에 딱이었다.


레드와인은 주로 고기를 구워 먹거나 매운 양념의 요리를 먹을 때 곁들이곤 한다. 일단 안전한 조합으로 가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와인은 아무래도 서양에서 만들어진 술이다 보니 한국식 음식과 페어링을 할 때 가장 조심스럽긴 하다. 그렇지만 음식의 맛과 종류가 무궁무진한 한식에 와인을 맞추어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번엔 제육볶음이다. 적절하게 얇은 두께로 썰린 돼지고기 뒷다리살에 야채와 함께 매운 양념으로 제육볶음을 만들었다. 그리고 간장 양념 베이스로도 제육볶음을 만들었다. 아이와 함께 먹는 식사에 메인 음식은 단독으로 매움을 뽐내기가 참 어려운 우리집 실정이다. 그리고 꺼내 든 이 '카사 데 일라나 엑스프레시온 보발' 와인! 어울릴지 두근거렸다. 늘 그렇듯 먹기 전에 먼저 색깔을 관찰했다. 검붉은색이다. 향을 맡아보니, 음~ 음??!? 과일향이다. 라즈베리? 체리? 프루티 한 향들.. 그리고 약한 오크향 비슷하게 느껴진다. 향이 풍부한 편이다. 음식이 들어가기 전 한 모금 마셔보았다. 상큼한데? 레드 와인이 왜 이렇게 상큼하지???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다시 한 모금 마셔도 그 상큼한 맛은 분명하게 남아 있었다. 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타닌이 좀 있고 꽤 많이 드라이했다. 무엇보다 레드 와인의 산도가 이렇게 높은 건 흔치 않아서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탈리아 품종인 산지오베제를 먹었을 때도 산도가 꽤 높았던 것으로 기억이 났다. 레드 와인에서 신맛이 강하면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서로 보완해주기도 하고, 반대로 서로의 맛을 망치기도 한다. 그런데 다행히 제육볶음과 먹기에 꽤 괜찮은 조합이었다. 간장 양념도, 매운 양념도 모두. 음식이 들어간 다음에 와인을 다시 마시게 되면 처음 맛과는 약간 다른 맛을 느끼곤 한다. 이 와인은 상큼함이 분명해지는 느낌이었다. 음식을 다 먹고도 뭔가 부족함이 몰려와 후식으로 먹을거리를 찾다가 냉동실에 있던 치즈핫도그를 발견했다. 과연 어울릴까 의문이었다. 치즈가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치즈핫도그를 데워와 한 입 물어 치즈를 늘어뜨리며 먹었다. 그리고 이내 한 모금 어우러지게 머금었다. 다행히도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그렇게 보발의 상큼함은 신맛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 꽤 좋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와인메이커 노트에 따르면 체리와 카시스(블랙커런트)의 풍부한 과실 향이 특징이고, 균형 잡힌 밸런스와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적절한 산도가 입안 가득 지속되는 와인이라는 점을 알고 나니, 내가 느낀 상큼함이 틀린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3개월 오크통 숙성이 되었다는 건 병 뒤쪽 레이블에 적혀있었다.


카사 데 일라나 엑스프레시온 보발 2016, 스페인

 

처음 맛을 보게 된 보발! 이 품종이 궁금해서 더 깊게 알아보기로 했다. 스페인에서 보발의 주요 재배지는 우띠엘 레께나(Utiel-Requena)로 전체 수확량의 90%를 차지하는 곳이다. 우띠엘 레께나는 스페인 동부의 지중해와 맞닿은 항구도시 발렌시아(Valencia)에서 서쪽으로 약 100km 정도 내륙에 위치한 와인 산지이다. 위치상으로는 지중해에 가깝지만 지중해로부터의 영향이 산맥에 가로막혀 일교차가 큰 대륙성 기후를 띄며 겨울이 매우 길고 춥다고 한다. 또 봄과 가을에는 서리가 내리고 여름과 가을이 짧은 편이라고 하는데, 이런 불리한 기후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은 2,500년의 와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중해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뒤섞인 곳이라는데, 이런 일교차가 심한 극단적인 날씨와 질병에 잘 버티려면 보발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느리게 익어서 산미를 오래 보존한다는 원리대로일까, 정말 산도가 높은 품종이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보발은 스페인에서 화이트 품종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아이렌, 레드 품종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템프라니요 다음으로 많이 재배가 되는 품종이라고 한다. 스페인=템프라니요 라는 공식 때문이었는지, 보발은 정말 나에게 생소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템프라니요와도 이렇게 완전히 다른 맛의 매력을 느낀 게 신기할 따름이다. 보발은 타닌이 많고 산도가 높은 게 특징이고, 체리와 카시스 향이 짙은 프루티(Fruity)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알코올은 보통 11도로 낮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내가 마신 이 와인은 13도였다. 레드뿐만 아니라 로제 와인으로도 많이 활용된다고 하니 로제 와인도 도전해보고 싶다.




치즈핫도그와 함께! 제육볶음은 사진이 없음


* 제품명 : 카사 데 일라나 엑스프레시온 보발

* 종류 : 레드

* 대중의 점수 : 

* 나만의 점수 : 3.4

* 포도 품종 : 보발

* 바디감 : 

* 당도 : ⭐ 

* 산도 : 

* 타닌 : 

* 탄산 :

* 색깔 : 검붉은색

* 향 : 오크향, 라즈베리, 스모크

* 어울리는 음식 종류 : 소고기, 파스타, 가금류

* 음식 추천 : 육류, 치즈, 파스타, 샐러드

* 빈티지 : 2016

* 생산국 : 스페인

* 생산지 : 카스틸라 라만차 (Castilla-La Mancha)

* 생산자 : 보데가 일라나 (Bodegas Illana)

* 알코올 : 13

* 용량 : 750

* 추천 온도 : 14~16ºC

* 평가 등급 :

* 용도 구분 : 테이블 와인

* 가격 : 14,900원

* 구매처 : 라빈

* 병입일 : 2018. 05. 27.

* 수입원 : (주)에프엘코리아

* 함께 먹은 음식 : 제육볶음, 치즈핫도그

✏ 세줄평 

1. 생각보다 상큼하고 매우 드라이함.

2. 간장 베이스든 매운 양념이든 제육볶음과 잘 어울림.

3. 치즈핫도그랑도 어울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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