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노트 #6 타라파카 까르메네르, 칠레-2016-레드
갑자기 까르메네르가 땡겼다!!! 그래서 지난번 와인 구매 시 1순위로 까르미네르를 찾았다! 사실 품질 좋은 와인을 마시려면 돈을 좀 더 투자해야 하지만, 이 날의 초점은 저렴이들로 다량 구매하는 게 목적이었다. 와인샵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찾은 칠레의 까르미네르! 아아~~ 고기와 함께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고기와 함께 먹을 생각으로 산 이 녀석 '타라파카 까르메네르'는 급 땡긴 야채곱창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몇 년간 자주 먹지 못했던 음식인 야채 곱창과 막창이 요즘 '골목식당'에 등장하는 음식점들 때문에 자주 생각이 났다. 그래서 동네에서 양념 돼지 곱창을 사 와서 집에 모셔둔 칠레산 레드 와인을 따기로 결심한 것!
언제나 그랬듯이, 오픈하자마자 색깔과 향을 관찰했다. 진한 검붉은색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스월링을 통해 공기 접촉을 많이 해주고 향을 맡아보았다. 오크향, 블랙과일류의 향, 가죽향과 스모크한 향들이 올라왔다. 음식을 먹기 전, 첫 모금을 음미했다. 엄청 무거운 풀바디감을 예상했지만, 예상이 과했는지 그보다는 좀 덜했다. 그래도 무게감이 느껴졌다. 부드럽게 넘어가면서도 산미도 좀 느껴졌고, 타닌도 적당히 느껴졌다. 확실히 좀 드라이한 편이었다. 그리고 나서 매콤한 양념의 곱창과 함께 먹어보았다. 야채곱창 특유의 매콤함과 후추향이 있기 때문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우러졌다. 향신료 들어간 음식과의 매칭을 추천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두툼한 소고기 스테이크와 먹어도 잘 어울렸을 것 같은 느낌이다.
'칠레'하면 '까르메네르'라는 공식이 통한다. 그럼 까르메네르는 칠레의 토착 품종일까?
칠레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필록세라의 피해를 피해 간 곳이다. 필록세라는 포도나무 뿌리에서 진액을 빨아먹고 사는 미세한 진딧물로 19세기 후반에 유럽의 포도나무를 황폐화시킨 무서운 해충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인 칠레는 병충해에 강한 독특한 지형구조 덕분에 필록세라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칠레에서는 특히 프랑스 포도 품종이 많이 재배되는데, 19세기 중반 돈 실페스트레 오차가비아가 프랑스인 양조 전문가를 칠레로 불러들이면서 프랑스 포도 품종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재미난 부분은, 1994년에 그동안 메를로 품종이라고 알고 있던 것이 프랑스의 육종학자에 의해 까르메네르(Carmenere)라는 품종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메를로와 너무나 비슷해서 두 품종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동안 메를로로 착각해온 것이다. 사실 이 품종은 필록세라 사태 이전에 재배되던 것인데, 재배하기가 까다롭고 병충해에 취약해 필록세라 사태 이후에는 보르도에서 더 이상 재배되지 않았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자랄 수 없는 포도가 칠레에서 발견된 셈이다. 그렇게 해서 카르메네르는 칠레에서만 자라는 프랑스 품종이 되었다고 한다.
친정(?)인 프랑스로 돌아가지 못하고 영영 칠레로 이민(?) 가버린 까르미네르의 운명이 재미나기도 하지만, 다른 레드 품종보다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풍미를 느끼고 싶을 때 나는 종종 까르미네르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