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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Jul 24. 2020

와인병 레이블 어떻게 읽나요?

와.알.못을 위한 와인상식 #5 레이블 읽기

와인병에 붙어있는 레이블은 와인의 신상을 알려주는 이름표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보통 와인 이름, 생산자, 들어간 포도의 품종, 생산국가(원산지), 생산지역, 생산연도, 알코올 도수, 용량 등과 같은 정보들이 적혀있답니다. 사실 와인 초보자 입장에서는 영어 이외에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이 쓰여 있으면 지레 겁먹고 어려워하기 쉽지요. 저 역시 초반에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더라구요. 하지만 기본적인 내용들을 하나씩 알아두니 와인 고르는 데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와인과 관련된 필수 항목들은 어느 나라에서 생산하든 비슷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나라별로 약간씩 다릅니다. 크게 나누자면, 프랑스,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 쪽의 구세계미국, 칠레, 호주와 같은 신세계로 구분하여 레이블의 스타일을 정리해볼까 해요. 제가 직접 마신 와인병 중에 골라서 레이블 이미지를 가져와 봤어요.


유럽의 구세계 와인들은 테루아(Terroir)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지역명이나 포도밭명을 표시합니다. 생산지역마다 각기 다른 토양, 기후, 재배 요건이 모두 달라 그 특징을 최대한 살리고자 하는 구세계 와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지요. 그러다 보니 품질 보증을 위해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와 같은 원산지 통제법을 만들어 와인의 품질을 법으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답니다. 포도의 생산지, 생산량, 양조 방식, 숙성 기간까지 꼼꼼하게 따져 정해진 규칙을 지킨 와인에게 부여되는 품질 보증서 같은 느낌이랄까요.


반면에 유럽 이외에 후발 주자로 나서게 된 다른 나라들, 즉 신세계 와인에는 와인의 등급 체계가 별도로 있진 않습니다. 다만, 레이블에 포도 품종을 명시하는 기준이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 어떤 포도 품종을 단일 품종으로 표기하기 위해서는 해당 품종을 85% 이상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그런 규정이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 레이블 읽기
구세계 - 프랑스 보르도 와인 레이블


① 와인 이름

보통 와인 병 가장 상단이나 중앙쯤에 가장 큰 글씨로 쓰여있는 게 와인의 이름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 와인은 "샤토 르 포르" (Château Le Faure)입니다. 프랑스 와인을 보다 보면 '샤토'라는 말을 자주 보게 될 텐데요. 이건 포도밭을 소유하고 와인을 생산 및 판매까지 하는 와이너리를 뜻해요.


② 생산지역

생산지가 보르도로 적혀 있지만, 보르도 지방 중에 더 작은 마을 단위로 들어갈수록 그 마을의 이름이 적혀 있어요. 뒤에서 프랑스 와인 다룰 때 한 번 더 나오겠지만, 지명이 세분화될수록 더 좋은 와인이에요. 마치 강원도 도 한우보다 횡성 한우라고 말하면 한우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듯이 말이죠.


③ 원산지와 등급

'Appellation Bordeaux Contrôlée'라고 적힌 걸 보니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된 A.O.C 등급의 와인입니다. 프랑스 등급 또는 각 나라별 등급체계는 나중에 다시 국가별 와인을 다룰 때 좀 더 자세히 다뤄보려고 합니다. 일단 초보자 입장에서는 아펠라시옹(Appellation)과 콩트롤레(Contrôlée) 사이에 어떤 지명이 쓰여있다면 원산지 통제 명칭 와인으로서 품질을 보증받은 와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A.O.C(=A.O.P) 아래 등급으로 Vin de Pays(=I.G.P), 가장 아래 등급으로 Vin de Table(=Vin de France)이 있다는 정도만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모두 등급에 따라 표기가 다르기 때문에 등급체계는 천천히 알아가시길 권해드려요.


④ 빈티지

빈티지는 와인에 들어가는 포도가 수확된 해를 말해요. 이 와인의 빈티지는 2015, 즉 2015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뜻입니다. 유럽은 기후가 매우 변화무쌍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바뀌기 때문에 수확하는 포도의 품질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고 하지요. 그래서 동일한 브랜드의 와인이더라도 빈티지에 따라 그 맛의 품질은 항상 같지가 않답니다.


⑤ 병입 장소

'Mis en bouteille au Château'라고 적힌 뜻은 포도를 생산한 포도밭 와이너리에서 직접 병입을 했다는 뜻입니다. 뒤에 'au Château'가 아니라 'par 네고시앙 이름'이 들어가면 와인의 원액을 사서 유통 및 판매하는 '네고시앙'이 병입을 했다는 뜻입니다.

 

⑥ 알코올 도수

알코올 도수가 13.5%라는 뜻입니다.


⑦ 용량

와인의 용량이 750ml라는 뜻입니다.


칠레 와인 레이블 읽기
신세계 - 칠레 와인 레이블


① 와인 이름

와인 이름이 '아투아 바이 소비뇽 블랑'입니다. 보통 신세계 와인의 이름을 살펴보면 포도 품종까지 들어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② 생산국가

칠레 와인입니다. 생산국은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에요.


③ 포도 품종

화이트 와인의 대표적인 품종 중 하나인 '소비뇽 블랑'입니다.


④ 빈티지

2019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입니다. 미국, 칠레와 같은 신세계 와인은 유럽과 같은 구세계 와인에 비해 빈티지에 따라 맛의 품질 차이가 크지 않고 일정한 것이 특징입니다. 유럽처럼 기후의 극심한 변화로 맛이 천차만별로 갈리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지요.


⑤ 생산지역

Central Valley에서 생산되었군요.


⑥ 알코올 도수

알코올 도수는 13%입니다.


⑦ 용량

용량은 750ml입니다.





프랑스 와인 레이블이 항상 위의 보르도 와인 레이블처럼 생긴 것은 아닙니다. 고급 와인의 경우, 보르도에서는 그랑 크뤼 (Grand Cru) 등급의 와인들이 세분화되고, 부르고뉴에서도 A.O.C 등급의 와인을 그 안에서 그랑 크뤼 포함 4가지 등급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레이블의 표시가 달라집니다. 신세계 와인 역시 나라별로 약간의 표시가 다르긴 하지만, 레이블에 적힌 품종을 읽으며 와인을 고르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생산지, 등급, 빈티지, 품종 등의 정보로 그 와인이 어떨지 상상하면서 나만의 와인을 스스로 골라보시면 좋겠네요.


사실 와인에 입문했던 그 시절에 레이블 앞에만 서면 까막눈이 되어서 항상 답답했던 것 같아요. 알아볼 수 없는 외국어의 배열이 외계어처럼 보여 속앓이를 했었는데, 차근차근 그 의미를 알아가다 보니 점점 품질 좋은 와인을 찾아 눈을 돌리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이제 막 와인을 알아가기 시작하신 와.알.못 분들이라면 상대적으로 쉬운 신세계 와인의 레이블에 익숙해진 뒤에 유럽의 구세계 와인의 레이블을 공부하시길 권해드리고 싶네요. 하루아침에 그 복잡한 등급체계를 이해하기는 정말 쉽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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