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와인만 마실 때보다 음식과 함께 이상적으로 어울릴 때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하지요. 비록 와인이라고 하는 술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지라도 기본적으로 잘 어울릴만한 음식의 종류를 알고 있으면 충분히 응용할 수 있을 거에요.
이미 많이 알려진 재료 베이스의 매칭은 쉽게 예상할 수 있죠. 빨간 건 레드, 하얀 건 화이트!라는 공식이요.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은 고기 요리처럼 풍미가 깊고 무게감이 있는 음식과 함께 마시기에 적합합니다. 화이트 와인은 식욕을 돋우는 용도로 식전주로 마시기도 하고, 주로 생선이나 해산물 요리와 매칭이 잘 됩니다. 물론 이런 내용은 굉장히 원론적인 이야기이고, 재료 이외에도 조리 방법이나 음식에 사용되는 소스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해요.
이렇게 음식과 와인을 매치시키는 것을 정말 '결혼'이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바로 '마리아주'(Mariage)라는 프랑스어 표현이지요. 결혼한 부부의 성격이 얼마나 잘 맞는지가 중요하듯이, 마리아주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이 바로 음식의 성격인 소스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육류를 이용한 소스를 곁들이는 요리는 레드 와인이 더 어울린다고 합니다. 반대로 크림 계열의 소스가 들어간 음식이라면 타닌이 있는 레드 와인보다는 산도가 있는 화이트 와인을 매칭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하네요. 와인의 산도가 크리미한 맛을 산뜻하게 잡아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크림 파스타에 화이트 와인을 많이 추천하곤 하죠. 만약 육류에 크리미한 화이트소스가 올라갔다면, 레드 와인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크림 성분을 중화시켜줄 산도가 있는 화이트 와인이 나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소스와의 궁합 때문이에요.
소스뿐 아니라 요리의 재료, 조리 방법, 양에 따라 매칭할 수 있는 와인이 모두 달라지니, 초보자라면 일단 주된 재료와 함께 곁들일 소스에 따라 와인을 매칭하는 연습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특히 한국식 요리는 서양식 요리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음식을 매칭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여러 음식과 매칭해보며 다양하게 배울 수 있을 거라 긍정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사실 완전히 입문자, 초보자 입장에서 전혀 모를 경우, 일단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라서 해보고 나중에 여러 음식과 스스로 페어링 해보면서 맛이 어떻게 다른지 직접 즐겨보는 걸 추천하고 싶네요.
- 레드 와인과 어울릴만한 음식 : 스테이크, 두꺼운 고기, 향이 강한 소스나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
- 화이트 와인과 어울릴만한 음식 : 생선이나 흰 살 요리, 크림소스가 들어가거나 기름진 음식
한식의 경우, 메인 요리뿐만 아니라 소소한 반찬들이 많다 보니 자칫 잘못하다간 엉뚱한 매칭으로 맛이 상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메인 요리가 있다면 그 요리에 맞추어 와인을 고르기를 추천해요.
*** 와인과 어울리지 않는 음식 재료 ***
- 식초 : 와인을 식초처럼 만들어 버린답니다.
- 자몽 : 자몽의 산이 와인의 맛을 마비시켜 버립니다.
- 생채소 샐러드 : 와인의 바디감을 못 느끼게 한다고 하네요.
- 마늘 : 와인의 향을 죽인다고 해요.
- 파, 시금치 : 와인의 풍미를 덮어버립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이자면, 샐러드에 과일 드레싱 얹어서 화이트 와인과 함께 했을 때 상큼하니 괜찮았어요. 아마도 바디감이 약한 화이트 와인이라 괜찮았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마늘과 파 이런 종류의 채소는 한식에 빠지지 않는 기본양념 재료인데... 그래서 굉장히 강한 양념의 음식과는 와인을 추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마늘양념과 파 양념을 강하게 쓰지 않는 사람으로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갈비찜, 제육볶음, 곱창 등 다양한 요리와 레드 와인으로 매칭을 시도해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조합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개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매운 음식은 와인과 매칭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굉장히 많은데요. 돼지고기 팍팍 넣은 김치찌개나 김치찜을 먹을 때, 우러난 육수맛과 기름진 맛과 짭짜름한 양념, 그리고 김치 특유의 발효된 상큼함이 오히려 와인과 매칭이 잘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처럼 김치찌개, 김치찜과 매칭하면서 만족해 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답니다.
위의 표는 서적과 기사, 와인 전문가들의 개인 경험들을 직접 찾아보고 대략적으로 정리해본 내용이에요. 물론 제 경험으로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아요. 추가로 정말 와인과 음식 매칭을 전혀 모르겠다 싶으신 분들은 '유유상종 법칙'을 이용해서, 달지 않은 음식에는 드라이한 와인을, 달달한 디저트에는 스위트 와인을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사실 맛이라는 게 굉장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고, 와인 초보자들이 와인을 즐기고 배울 때는 너무 정답 찾기에 매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독학하다 보니 와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약간씩 다르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산수처럼 1+1=2 라는 공식과 정해진 답이 아닌, 1+1='개인의 취향' 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맛있는 음식과 함께 와인을 즐기며다양성을 배우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주로 와인 아울렛에서 한 번에 여러 병을 사 올 경우, 구매한 와인에 어울릴 만한 음식을 해 먹습니다. 또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그날 저녁 메뉴에 따라 와인을 즉흥적으로 매칭시켜 구매하기도 합니다. 와인에 따라 음식을 정하든, 음식에 따라 와인을 정하든, 결국 어울릴 만한 매칭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거든요.
어느 정도의 어울릴만한 조합이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이거야 하는 완벽한 정답이 있을까요? 세상에는 무궁무진한 음식이 존재하기도 하고, 집에서 스스로 응용해서 창의적인 요리를 탄생시킬 수도 있지요. '많이' 그리고 '자주' 마시면서 나만의 최상의 조합을 찾아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