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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Jul 21. 2020

와인의 맛, 둔감한 혀를 민감하게!

와.알.못을 위한 와인상식 #2 맛 구분하기

한 십여 년 전이었을까요?! 레드 와인을 처음 맛 보았을 때 저의 반응이 생각나네요. '으이, 떫어~' 그런  달달한 와인만 먹었던 예전의 나날들이요. 그러다 와인을 진짜 먹을 줄 아는 사람은 소위 '드라이'한 것을 먹는다는 말을 듣고 달지 않은 와인이 더 맛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며 더 많이 먹으려 애쓴 적도 있었네요. 하지만 스위트 와인이 한 알 한 알 골라내어 양조하기 힘들고 대체로 훨씬 더 비싸고 장기 숙성도 가능하고, 단지 스타일이 다를 뿐 와인의 가치를 당도만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는 모든 스타일의 와인을 골고루 즐기게 되었답니다.


와인은 포도 품종, 날씨, 생산지의 자연조건과 양조방식, 그리고 숙성기간에 따라 여러 가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단맛, 쓴맛, 신맛, 떫은맛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에 따라 와인 고유의 풍미를 갖게 되지요.


와인을 알아가는 과정은 온 몸에 있는 감각기관을 깨우는 일과도 같은 것 같아요. 먼저 와인을 잔에 따르는 순간부터 청각적으로 와인을 즐길 수 있지요. 그리고 잔을 기울여 색깔을 이리저리 관찰해 보고요. 와인마다 고유의 색을 관찰하고 알아가는 과정도 시각적으로 매우 큰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다음, 멈춰있는 잔에 슬며시 코를 갖다대고 잔잔하고 은은하게 올라오는 포도 고유의 향을 맡아봅니다. 그리고 나서 잔을 10초 정도 돌리며 숨겨져 있는 짙은 향이 올라올 수 있도록 스월링을 해주지요. 아마 더 깊은 향을 음미할 수 있을 거에요. 후각으로도 충분히 즐겨본 다음, 미각으로 넘어가면 좋아요. 음식을 맛보기 전, 와인 한 모금을 살짝 입에 머금고 온전히 와인의 단맛, 타닌의 정도, 바디감, 산도를 느끼며 전체적인 풍미를 느껴보는 거죠. 음식을 먹은 뒤 다시 와인을 곁들여 그 분위기를 즐기는 것 자체가 와인의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와인을 강박적으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즐기는 게 좋긴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기본적인 지식을 차곡차곡 쌓으면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겠죠. 그래서 오늘은 입 안에서 느끼는 맛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정리해 보려고 해요.


와인의 맛 분류하기


1. 단맛

스위트하다 vs. 드라이하다

와인의 맛을 분류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단맛입니다. 단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면 드라이(Dry)하다라고 표현하고, 단맛이 강할수록 스위트(Sweet)하다고 말합니다.

Dry - Semi dry - Semi sweet - Sweet 으로 나뉩니다.


포도가 달지만 와인에서 단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드라이한 와인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포도즙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포도당이 모두 발효되어 단맛이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에요. 이런 와인은 주로 식전 혹은 식사 중에 음식과 곁들이기에 좋습니다.

세미 드라이 와인의 경우, 드라이하지만 약간의 잔당이 남아 있어서 드라이한 정도가 아주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 와인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완전히 드라이한 맛과 세미 드라이한 맛을 구분하려면 아무래도 많이 마셔봐야겠죠?

세미 스위트 와인의 경우, 와인에 당 성분이 남아 있어 단맛이 느껴지지만, 스위트 와인에 비해서는 잔당이 적어 단맛이 아주 강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미각이 제각각이어서 당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는 있어요. 세미 스위트라고 적혀있었지만, 세미 드라이처럼 느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스위트 와인처럼 와인에 단맛이 많이 나는 이유는, 포도당이 많이 남아 있도록 발효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인은 식후에 디저트와 함께 즐기기 좋아요. 달달한 맛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2. 타닌

떫다 vs. 부드럽다

레드 와인의 경우 첫 모금을 마셨을 때부터 떫은 맛이 느껴지기 쉬운데, 그 이유는 포도껍질과 씨에 많이 함유된 타닌 성분 때문이에요. 물론, 양조 과정 및 숙성 과정에서 오크통의 영향을 받아 생기기도 합니다. 오크통 속 타닌이 스며들기도 하고, 포도에 부족한 타닌을 보충해주며 서로 조화를 이루지요. 타닌 때문에 느껴지는 떫은맛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요. 보통 떫은맛이 강하게 느껴질 때는 떫다, 거칠다 라고 표현합니다. 반대로 타닌이 긍정적으로 느껴지게 되면 부드럽다, 섬세하다 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타닌은 맛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산화를 막는 천연 방부제 역할도 하면서 숙성을 돕기도 한답니다. 와인 초보자에게 이 떫은맛은 쉽게 익숙해지기 어려운 맛이지요. 땡감에서도 느껴지는 그 떫은맛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맛은 아니니까요.

와인을 막 시작한 입문자에게는 타닌이 가장 넘기 어려운 벽일 수 있기 때문에, 타닌이 적은 스위트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해드려요.


3. 바디감

무겁다 vs. 가볍다

사람의 몸무게가 각기 다르듯, 와인에서도 무게감을 나타내는 말이 있는데, 바로 바디감입니다. 품종이나 재배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입 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의 정도에 따라 Light - Medium - Full 나누어 표현합니다.


라이트바디 (Light) : 말 그대로 가벼운 맛을 느낄 수 있고, 대부분의 화이트 와인이 이 분류에 속합니다. 물론 화이트 중에서도 무게감 있는 와인이 있답니다.

미디엄바디 (Medium) : 질감이 부드럽고 입 안에서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와인을 말합니다. 중저가 레드 와인 중에 미디엄바디가 많지만, 브루고뉴 피노 누아 품종 또는 스위트 화이트 와인도 이 분류에 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풀바디 (Full) : 입 안을 무겁게 채워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와인입니다. 맛과 향이 화려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고, 풍부한 타닌을 갖춘 무겁고 진한 와인으로 오래 숙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바디감이라는 말은 사실 굉장히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요. 입 안에서 특히 혀에서 느껴지는 감촉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약간 다르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쉽게 물과 우유를 자주 비교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물보다 우유를 마실 때 혀에 착 달라붙는 느낌과 상대적으로 무겁게 느끼는 점을 상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네요. 오일이나 지방 성분이 다량 함유된 음식에는 풀바디 와인이 잘 어울릴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지요.

초보자의 경우, 풀바디 와인보다는 가볍에 마실 수 있는 라이트바디감의 와인으로 시작해서 천천히 확대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마실 때도, 풀바디 와인을 먼저 마시면 혀에 닿는 묵직함으로 인해 다른 와인의 맛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마시는 순서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네요.


4. 산도

상큼하다 vs. 밋밋하다

와인에서 상큼한 맛을 나타내는 산도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맛의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이죠. 적절하면 경쾌한 맛을 낼 수 있지만, 너무 적으면 밋밋한 맛을, 너무 강하면 날카롭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그런데 식초처럼 시큼한 맛이 난다면 문제가 있는 와인일 수 있으니 신맛을 잘 구분해 보아야합니다.


와인에서 산도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까요?

- 스위트 와인에서는 단맛을 깔끔하게 처리해줍니다.

- 음식의 궁합을 맞추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적절한 산도는 식욕을 돕는 역할도 한답니다.

- 와인의 맛을 신선하게 만들며 부패를 방지해 줍니다.

- 산도가 부족하면 바디감 역시 형성이 안되어 장기숙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공기 중에 장시간 노출이 되면 산도가 왕성하게 진행되어 식초처럼 강한 신맛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보관에 주의해야 합니다.




와인 초보자 입장에서는 와인이 단순히 떫기만 한 맛없는 술이라고 인식되기 쉽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달달한 스위트 와인이나 깔끔한 화이트 와인부터 도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개인의 취향이 다 다르겠지만요. 레드 와인을 도전하고 싶은데 타닌과 풀바디 와인이 걱정된다 싶은 분들은 레스토랑에서는 소믈리에에게, 와인 판매점에서는 상점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가벼운 와인을 추천받아서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와인의 맛이 기본적으로 어떤 식으로 분류되는지 알게 되었으니 이제 와인을 한 번 맛보면서 실제로 느껴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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