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ife Designeer
Nov 17. 2019
영어교육, 업계에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
영어학습, 풀리지 않는 비밀
대한민국 땅에서 태어났다면, '영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좋게든, 나쁘게든 말이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좀 더 쉽게 영어를 접하거나, 외국에 나가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이 때문에 영어를 최대한 이른 나이에 공부시켜 자신의 아이가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기를, 향후에 더 많은 기회를 얻기를 바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너무 어린 나이에 공부시키는 바람에 영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여 이런 조기교육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경우를 훨씬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거부감 없이 어떻게 영어를 습득시키느냐가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얼마 전 온라인 영어교육 스타트업에 몸담은 경험으로, 영어교육 업계에 있다 보니 몇 가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첫째, 정말 극소수의 사람들만 인터넷 강의를 완주한다는 것이다. 즉, 스스로 자기주도 학습에서 완주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는 것이다. 아마도 영어뿐만 아니라 어떤 온라인 강의도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완주하는 사람 중에서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이 된다. 먼저, 정해진 커리큘럼대로 강의를 듣는 것 자체로 완주를 하는 사람이다. 약간은 수동적인 타입에 가깝다. 하지만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은 끈기와 성실함이 뒷받침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 다른 유형은, 좀 더 적극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 타입이다. 강의의 내용을 꼼꼼히 파고들면서 오히려 오류를 잡아내고 철저히 공부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유형이다. 당연히 후자의 경우 영어 학습 속도가 좀 더 빠른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영어 공부를 마음먹은 성인 중 80% 이상은 내적인 요인이든 외부 환경적 요인이든 완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둘째, 영어 습득에 절대적 진리의 학습법은 없다는 것이다. 영어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학습 방식과 철학이 옳다고 주장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만약 완벽한 외국어 학습법이 있었다면, 수많은 방법론으로 강사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몸담았던 회사의 교육방식이 완전히 완벽하지도 않고, 여타 경쟁사들이나 다른 영어 전문가들이 말하는 방식을 들어봐도 허점은 있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즉, 성인 대상으로 하는 외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에 있어서, 모국어와는 결국 차이가 있다. 우선순위나 과정의 앞 뒤가 바뀔 수는 있지만, 결국 꾸준히 하나의 방식으로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다. 영어 전문가들이 말하는 단 한 가지의 방식으로라도 꾸준히 학습한 사람만이 어느 정도의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공통적으로 분명한 건 문법 위주의 교육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읽고 쓰기가 먼저가 아닌 듣고 말하기가 먼저 학습되어야 한다. 모국어를 배울 때도 문자를 먼저 배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셋째, 한국에서 영어에 대한 니즈는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초연결시대가 되고, AI 발달로 자동 번역을 해주는 시대가 도래했다 하더라도, 아직은 영어를 스스로 습득하여 이용하는 것이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모국어 이외에 영어를 제2의 언어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어 공부를 먼저 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다고 영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영어 교육의 시장은 쉽게 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하나의 언어를 성인이 되어 새롭게 배우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이 아닌지 역시 나타내 준다.
이것은 실제 업계에 몸담으며 고객의 목소리와 경험적 데이터를 통해 교육 컨텐츠 제공자의 입장에서 알게 된 부분들이다. 물론, 단순 추측으로 충분히 예측 가능한 내용일 수 있지만, 수많은 경우들 중에 특정 요인들과 그것의 인과관계를 검증해낸 결과는 개인의 또는 조직의 노하우와 인사이트로 축적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것은 아마도 교육을 원하는 고객에게도, 교육을 제공하는 회사에게도 하나의 표면적 현상 그 너머의 본질적 의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영어는 다른 과목처럼 개념만 이해한다고 혹은 주입식으로 암기만 한다고 정복할 수 있는 과목이 아니다. 모국어가 아닌 하나의 언어를 어떻게 습득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꽤 오래도록 지속해오고 있다. 성인과 아이의 습득과정이 완전히 동일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분명한 현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