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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Nov 18. 2019

영어의 비밀은 클리셰

성인영어는 아이영어와 다르다.

  아이는 성인과 달리 빠르게 새로운 언어를 학습할 수 있다. 뇌의 성장기에 따라 적절한 자극을 통해 자연스러운 언어 습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더 이상 뇌가 말랑말랑하지 않은 성인의 경우, 도대체 어떻게 영어를 공부하면 효과적일까?


  아이가 모국어를 배우듯, '엄마, 아빠'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듣기와 교정을 반복하다 보면 서서히 외국어를 습득해 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아이는 처음 듣는 단어가 무엇인지 모르고 환경에 노출된다. 반면 성인은 새로운 단어를 들었을 때, '이것은 무슨 뜻이지? 우리말과 같은 뜻은 어떤 단어지? 어떤 상황에서 쓰이지? 비슷한 표현들은 뭐가 있을까? 형용사인가 부사인가? 문법적으로 오류는 없는 것인가? 어원은 뭘까? 단수인가 복수인가? 스펠링은 뭐지? 발음은 정확히 어떻게 하는 거지?' 등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어른은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생성된 연결고리 어딘가로 분류를 시켜야 안심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아마도 무엇? 왜? 어떻게? 등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문법부터 가르쳐왔는지도 모른다. 성인에게도 모국어화 기법으로 영어를 가르치면 정말 통할까?



  좀 더 구체적으로 비교해보자.

  아이는 만 3세, 우리나라 나이로 4~5세까지 엄청나게 많은 단어와 문장을 생활 속에서 듣는다. 엄마, 아빠, 맘마부터 말을 배우다 '이거 줘', '내꺼야' 등 짧은 문장으로 확장시킨다. 점점 많은 단어를 배우면서 부모 또는 주양육자로부터 언어 교정을 받는다. 잘못 말한 부분에 대해 보호자가 교정해준다. 만 3세가 되면 아이는 성인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할 만큼 어휘력과 문장 응용력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그리고 '아니, 싫어' 단순 반항을 통해 상대방의 반응을 확인하며 고집이 생기고, '왜?'라는 질문을 통해 자신만의 논리를 키워간다. 또한 아이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서로 소통하며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간다.


  성인이 영어를 배우는 과정은 어떠한가?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Voca 모음집을 통해 단어를 눈으로 그리고 머리로 외운다. 아이가 몸으로 체험하는 것과는 전혀 딴 판이다. 수능 공부, 토익 공부할 때도 우리는 눈으로, 입으로, 손으로, 귀로, 머리로 외운다. 문법 구조를 배워 짧은 문장을 구사한다. 문법과 단어를 모르면 성인은 벌벌 떨기 시작한다. 성인에게 교정해줄 보호자가 많지 않다. 학원 또는 교육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해야 일정량만큼 교정을 받을 수 있다. 만 3년 동안 영어공부를 해도 대부분의 성인은 "I'm fine, thank you. And you?"를 벗어나지 못한다. 상대에게 'why?'를 물어볼 수 있지만, 대답을 잘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나에게 'why?'를 물어보면 더욱 난감한 것이 성인 영어학습의 현실이다.




  영어 강사가 알려주는 특급 노하우나 실력 향상을 보장하는 방법론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학습을 하지만, 정작 놓치는 중요한 것들에 대해 그 필요성을 언급하고자 한다. 자신에게 맞는 강사나 방법론을 찾았다면 다음은 스스로와의 싸움이다.


  그렇다면 성인의 경우, 영어를 어떻게 학습해야만 효과적일까?

  일단 첫째로, 영어에 많이 노출되어 있어야 한다. 유학이나 이민을 가라는 소리는 아니다. 물론 그런 환경이면 좋겠지만, 그만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말하고, 영어로 생각할 수 있도록 환경이 영어 문화로 온전히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 온라인 학습이 되었든, 핸드폰과 컴퓨터 환경이 되었든, 스터디그룹이 되었든, 출퇴근 시간 영어 듣기를 하든 본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노출을 늘려야 한다. 하루에 너무 적은 시간 동안 영어에 노출되면 효과가 그만큼 미미하다. 그만큼 모국어에 더 둘러싸일 테니까.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하루 중 최대한 많은 시간 동안 영어와 함께 해야 효과적이다.


  둘째로, 반드시 장기전으로 보고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언어는 단거리 코스가 아니다. 반짝 암기과목 외우듯이 한들 효과가 거의 없다. 아이는 무려 5년 동안 들어서 익힌 경험으로 스스로 말을 한다. 우리가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좌절감 때문이 아니라 조급함 때문이라고 한다. 한 번에 마라톤 42.195km를 뛸 수는 없을 것이다. 1km, 2km, 5km, 10km, 20km와 같이 당장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여 서서히 늘리듯이, 3개월, 6개월, 1년 등의 목표치를 가지고 꾸준히 영어를 듣고, 말하고, 읽고, 쓰면서 교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의식적인 교정이 필요하다. 매번 쓰는 단어만 쓰고, 매번 틀리는 문장만 지속적으로 쓴다 한들 영어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주변에 교정해줄 원어민이 없다면, 스스로 교정할 만큼 날카롭게 학습해야만 한다. 아이는 부모가 틀린 말을 고쳐주지만, 성인에겐 그러한 환경의 기회가 많지 않다. 원어민들의 표현이나 발음, 맥락상 자주 쓰는 표현을 스스로 발견하고 수정해나가야 한다. 같은 뜻을 콩글리쉬 같은 표현으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원어민의 표현에 다가설 수 있다. 단순히 내 생각을 말하고 교정이 없는 방식의 전화영어를 1년 한다고 해도 영어실력이 늘지는 않는다. 말하기 감만 유지될 뿐이다.


  지막으로, 틀리면 창피하다는 공식을 깨고 나와야 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실수하거나 시험문제에서 틀리면 과도한 창피와 무안을 주는 환경 속에서 자라왔다. 아이는 수천번도 더 틀려도 욕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성인은 어른이라는 이유로 조금만 틀려도 야유를 퍼붓고, 스스로 부끄러움에 고개를 못 든다. 우리는 모두 틀릴 수 있다. 우리에겐 틀릴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실수와 실패를 통해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한다. 잘 몰라서 틀리더라도 당당하게 웃으며 고쳐갈 수 있는 담담함을 키우는 게 급선무일지도 모른다.


  <타이탄의 도구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의 비밀은 "클리셰"에 있다고. 클리셰는 문학이나 예술에서 흔히 쓰이는데,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을 뜻한다. 신데렐라나 흥부놀부 이야기만 생각해도 우리는 뻔한 요소와 뻔한 흐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영어의 비밀도 역시 나는 "클리셰"에 있다고 생각한다. 뻔하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등한시했던 클리셰가 답이라고. 그렇다면 클리셰는 바로 위의 네 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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