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주는 감각적 만족감의 70% 이상은 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어요. 향이 단순히 코로 느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각과 연결이 되어 와인의 맛과 만족감을 결정짓기도 한다는 뜻이겠지요. 사실 개인적으로 와인을 바로 맛보기 전에 와인잔에 코를 갖다 대고 '음~~' 하고 향을 음미하는 순간이 와인의 속내를 알아가는 순간인 것 같아요.
와인의 향은 크게 아로마(aroma)와 부케(bouquet)로 구분됩니다. 아로마는 포도 자체가 타고난 하나의 특정한 향을 의미해요. 반면 부케는 오크통이나 병 속에서 와인이 숙성되면서 생기는 복합적인 숙성 향을 말한답니다. 아로마와 부케는 모두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만, 결국 분자구조를 갖는 기체예요. 잠시 예전에 과학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되짚어 볼까요? 간단하게 생각하면 분자구조가 간단하고 가벼운 물질들이 공기 중으로 더 빨리 날아가겠죠. 이런 가벼운 향들을 먼저 맡게 될 거예요. 알코올이 기화되며 더 많은 향들을 공기 중으로 끌어올려주는데, 와인잔을 돌리며 스월링을 해주면 서서히 숨겨진 와인의 향을 깨우며 복잡하고 무거운 향들이 차례로 올라오겠지요. 이런 향은 온도가 낮을수록 기체들의 움직임이 둔해질 테니, 낮은 온도에서는 맡기 어렵겠죠. 반대로 너무 높은 온도에서 향을 맡게 되면 향이 빨리 날아가 알코올 향만 느낄지도 모른답니다. 그래서 와인마다 권장하는 적정 온도에서 알맞은 글라스로 마셔야 맛과 향을 더욱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랍니다. 와인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과학과 예술의 조화 같아요.
와인의 향은 양조 과정이나 숙성 과정에서 다양한 향이 만들어집니다. 이 향을 보통 1차, 2차, 3차 향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만,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이 향을 구분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각 향의 종류를 미리 알고, 일단 다양한 향과 친해지는 게 먼저일 것 같네요.
1차향 : 포도가 가지고 있는 자연의 향
보통 레드 와인은 장미, 딸기, 체리, 블랙커런트 향 등이 있고, 화이트 와인은 복숭아, 풋사과, 청포도 같은 과일향을 지닙니다. 그 외에서 꽃향, 식물향, 광물향도 포함될 수 있어요.
2차향 : 발효와 양조 과정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향
이스트, 잼, 허브, 말린 과일, 토스트, 바닐라, 오크, 젤리, 과자와 같은 향들이 있어요.
3차향 : 와인이 숙성되면서 생겨나는 향
나무, 화학적인 물질, 향신료, 가죽이나 사향, 버섯, 시가와 같은 향, 그리고 볶은 향, 구운 향, 숲속, 동물 향 등도 있답니다.
와인 아로마 휠로 검색을 해보면, 원형의 판으로 수많은 향의 분류가 보게 좋게 정리되어 있는 것들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물론 와인 초보자가 처음부터 한눈에 향을 구분하고 알아보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거예요. 일단 가장 큰 분류의 향부터 익숙해질 수 있도록 종류를 알아두는 건 도움이 될 거랍니다.
Wine Flavor Wheel [이미지 출처 : WINE FOLLY ]
와인 초보자라면, 향을 맡아도 이게 도대체 무슨 향인지 사실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요. 제가 와인 공부 초반에 향을 알고 싶은데 몇 날, 며칠, 아니 몇 개월을 향과 씨름했지만 제가 원하는 만큼 구분하는데 실패했거든요. 사실 맛보다 향 구분이 난이도가 훨씬 높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먼저 과일향인지, 나무향인지, 꽃향인지, 오크향인지 이런 큰 분류의 향부터 구분해보시길 권해드려요. 큰 분류를 할 수 있게 되면 서서히 더 세밀한 향까지 맡고 구분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무엇보다 실제 향을 안다는 전제가 깔려야 향을 맡을 수 있겠죠?
그리고 상식을 동원하면 풍미에 쉽게 다가갈 수 있어요. 무더운 기후의 환경에서 자란 포도는 색이 짙고 당도가 높아요. 반면 선선한 환경에서는 색이 옅고 당도나 낮고 신맛이 나는 포도가 재배되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면 와인의 맛과 향을 추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세부적인 향 하나하나에 집착하기보다 전체적인 느낌과 분위기를 즐겨보세요. 일반적인 경우 테이스팅 하는 전문가 되려고 와인을 마시는 게 아니라 그저 풍미를 즐기려고 마시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