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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Jul 30. 2020

디캔팅, 그게 뭔가요?

와.알.못을 위한 와인상식 #9 디캔팅

와인 좀 마셔봤다 하시는 분들은 '디캔팅'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수도 있겠는데요. 디캔팅을 해야 한다는 둥, 디캔터가 있냐는 둥 그런 말들이요. 와인에 갓 입문하신 분들이라면 '디캔팅? 그게 뭐지?' 싶으실 거예요. 저도 와인을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시절에는 듣도보도 못한 용어였지요.




디캔팅


디캔팅(Decanting)은 와인병을 오픈한 뒤에 다른 용기 즉, 디캔터(Decanter)라 불리는 용기에 와인을 옮겨 담는 것을 말해요. 프랑스어로는 카라프(Carafe)라는 용기에 카라파주(Carafage)를 한다고 표현하는데, 이 표현보다는 디캔팅을 한다는 표현을 더 많이 들어본 것 같네요.


디캔팅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병에 있는 와인을 다른 용기에 옮겨 담으면서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접촉하며 '숨을 쉬게' 해줍니다. 디캔팅을 하면 와인이 산화되면서 과도한 산과 타닌이 줄어들고, 와인 맛이 부드러워진다고 하네요. 또한, 와인을 병입 하면서 병에 이산화황이 함께 주입이 되는데, 이 황 화합물질에 의한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어요. 그런데 디캔팅 과정을 통해 이 냄새를 완화시킬 수 있지요.

두 번째는 와인의 침전물을 거르기 위한 용도입니다. 시간이 오래 흐를수록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가 와인 병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인체에 해롭진 않지만, 텁텁한 맛을 줄 수 있어서 이런 침전물을 제거하고 마시면 훨씬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겠죠. 보통 와인을 눕혀서 보관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오픈하기 전에 이런 침전물을 가라앉히기 위해 짧게는 1~3시간 전, 길게는 하루 전에 세워두는 게 좋아요.



다양한 디캔터   [사진 출처 : https://www.riedel.com/en/shop/decanter]


모든 와인을 다 디캔팅 해야 하나요?


대부분의 레드 와인의 경우 디캔팅을 하면 맛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타닌이 거칠거나 맛이 날카롭고 스파이시하다면 더욱 도움이 되고, 어린 와인이거나 비싸지 않은 와인의 경우 디캔팅을 통해 훨씬 맛있어진다고 해요. 레드 와인뿐만 아니라 샴페인, 풀 바디 화이트 와인, 오렌지 와인도 디캔팅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침전물이 보이지 않는 색이 연한 피노 누아나 라이트한 화이트 와인 등은 디캔팅을 굳이 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다양한 형태의 디캔터    [이미지 출처 : WINE FOLLY]


어떤 디캔터를 사용해야 하나요?


어린(Young) 와인의 경우 산소의 유입이 많을수록 좋기 때문에 대체로 목이 넓은 것을 사용하는 것을 권합니다. 반면에 올드(Old) 와인의 경우, 이미 산화가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산소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목이 좁은 것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와인은 역시 과학이네요.




디캔터의 모양을 잘 살펴보면, 주입하는 목 부분은 좁은 편이고, 아래 내용물이 담기는 부분이 꽤 넓고 크고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지요. 공기 중 산소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병의 형태가 참 과학적이다 싶으면서도, 유리병에 이렇게 아름다운 와인의 색을 멋지게 담아낼 수 있다는 걸 생각하니 참 심미적이다 싶기도 해요. 디캔팅을 하는 세 번째 이유를 만들어 본다면 저라면 예쁘게 담아놓고, 눈으로도 음미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이고 싶네요.


사실 디캔팅에 대해서는 다수의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이 다르더라구요. 요즘 시중에 판매되는 와인들은 굳이 디캔팅을 할 필요 없다는 말들도 많이 있어요. 그리고 비싼 디캔터를 사는 것도 부담이 되고, 디캔팅하는 과정 자체가 귀찮기도 하죠. 디캔팅은 필수라기보다는 옵션이라고 생각해요. 맛을 더 좋게 즐기기 위한 수단인데, 과도한 디캔팅으로 인해 오히려 와인이 산화되면 맛을 잃을 위험도 있겠죠. 디캔팅을 하지 않고, 와인잔에 따라 잔을 둥글게 원형으로 돌려주는 스월링만으로도 충분히 와인을 깨우고 산소와의 접촉을 늘릴 수 있다고 하니 디캔팅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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