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월링을 하다 보면, 와인이 글라스의 안쪽 벽면에 묻어서 점점 타고 내려오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와인의 눈물'이라고 하지요. 또는 '와인의 다리'라고도 합니다.
다시 과학시간이 될까 살짝 두렵지만, 그래도 설명을 위해 학교에서 배운 과학 지식을 상기시켜 봅시다. 화학적으로 볼 때 와인은 물과 알코올이 혼합물입니다. 물과 알코올은 잘 섞여 있긴 하지만, 증발률과 표면장력은 각각 서로 달라요. 스월링을 통해 와인 글라스 표면에 형성된 와인 막에서, 증발하려는 성질이 더 강한 알코올이 먼저 날아갑니다. 벽면에 남은 막에는 알코올 함량보다 물의 함량이 많아지겠죠. 그러면 표면장력이 알코올보다 3배나 더 큰 물의 성질이 돋보여 물방울처럼 맺히게 된답니다. 결국 중력 때문에 이런 방울들은 다시 아래로 흘러내려가는 것이죠. 이러한 현상을 깁스-마랑고니(Gibbs-Marangoni) 효과 또는 그냥 마랑고니 효과라고 해요.
'와인의 눈물'이 잘 생기는 와인이 따로 있나요?
와인의 눈물이 잘 만들어지는 이유는 바로 와인이 가진 점성 때문입니다. 점성이 높은 와인은 알코올 함량이 높거나, 잔당이 많아 당도가 높거나, 아니면 이 두 가지가 모두 높은 와인입니다.
알코올 함량이 많으면 '눈물'이 글라스 표면에서 천천히 흘러내리지만, 알코올 함량이 낮을수록 빨리 흘러내리거나 아니면 '눈물'이 생기지 않고 얇은 막만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스위트한 와인일수록 당분으로 인해 점도가 높아서 알코올 함량과는 무관하게, 점성 때문에 묵직하게 천천히 흘러내리는 것이지요. 이런 와인들은 바디감이 무겁다고 표현될 가능성이 높겠네요. 하지만 온도와 습도에 따라 이런 현상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 '눈물'만 가지고 와인의 특성을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답니다.
'와인의 눈물'은 와인 자체의 품질이나 성격을 함부로 판단하는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와인의 일부 특성을 유추해보는 재미 정도로만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와인의 눈물을 감상하는 것 자체가 와인만이 가지는 매력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