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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Aug 12. 2020

꾸준함이란 무엇인가

셀프경영 프로젝트 - 원서읽기

당신은 무언가 꾸준히 해 본 적이 있나요?


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 다면 그동안의 답변은, 자존심이 상해도 어쩔 수 없이 '아니오'였다. 그래서 올해의 내 키워드는 "꾸준함"으로 정했다. 올해의 하반기를 달리는 지금, 이제는 꾸준하다 말할 수 있는 것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원서 읽기다. 아무리 뉴스와 신문과 같은 언론에서 성인 독서율이 점점 감소한다고 이야기하더라도, 주변을 잘 살펴보면 독서를 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한다. 독서광들에게 나는 명함을 내밀긴 어렵다. 하지만, 원서 읽기는 상황이 다르다. 일반 한글책 독서를 하는 사람보다 원서를 읽는 사람의 규모가 훨씬 적다.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정말 많지만, 원서를 읽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는 이제 당당하게 원서 읽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얼마 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연속 200일을 넘겨봤기 때문에 붙은 자신감이다. 오늘로 누적 212일, 연속 203일차다. 사실 누적도 연속도 별로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다. 이틀에 혹은 삼일에 한 번이든, 일주일에 한 번이든 꾸준히 지속해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나는 성격상 한 번 해이해지면 와르르 무너지는 걸 알기에, 아등바등 매일매일 지속하려고 애쓰는 것일 뿐이다. 핵심은 빈도수가 아닌,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힘이다.


19.11.27 ~ 20.08.12 원서 읽은 시간과 분량


200일간의 꾸준한 원서 읽기를 통해
나는 무엇을 얻었는가?


1. 원서 2권을 완독 했다. 살면서 영어공부를 20여 년을 했지만, 그동안 영어 교재를 제외하면, 영어로 된 책을 한 번도 완독 한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 <제인 에어> 얇고 작은 책을 도전했지만, 끝까지 읽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대학생 때 <Wicked> 책을 시도했지만, 10장을 채 넘기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Harry Potter> 시리즈도 도전해봤지만, 축약어와 문법이 생각된 짧은 문구, 잘 쓰지 않는 소설 속 단어에 좌절하고 일찍 접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오만과 편견>을 재도전했다가 바로 좌절했던 나였다. 그리고 작년 겨울 11월, 원서 읽기를 다시 마음먹고 시작하면서 어린이책 <Caillou> 시리즈를 좀 보다가 성인 책으로 다시 넘어왔다. 처음 완독 한 성인 책이 바로 <The Last Lecture>였다. 몇 년 전 이 원서를 죄다 씹어서 외워버리겠다고 도전하고 40여 페이지에서 멈췄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40일 이상을 매일 한 페이지를 외웠던 게 어디냔 말이다. 토닥토닥. 하지만 완독은 못했었다. 이번에 <The Last Lecture>을 기분 좋게 완독 하고, 3월 중순 무렵 두 번째 책 <Educated>를 시작했다. 비록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이것도 최근에 완독 했다. 지금은 세 번째 책 <Rich Dad Poor Dad>를 읽고 있다. 옛날에는 1년에 한글로 된 책도 1권을 읽을까 말까 했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원서를 2권이나 읽은 사람이 되었다. 그거면 되었다.


2. 영어공부를 꾸준히 한 셈이다. 매년 연초에 1년치 목표를 세울 때, 항상 빠지지 않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영어 공부다. 올해에도 역시 빠지지 않았다. 다만, 목표가 매일 영어 공부 15분 하기로 되어 있다. 하루 24시간 중에 딱 1%만 투자하는 게 목표였다. 그걸 원서 읽기로 대체한 셈이다. 하지만 영어 공부에 욕심이 많은 나는 그냥 눈으로 읽지 않았다. 먼저 소리 내어 읽어서 말하기 연습을 했다. 내 귀로 들으면서 어색한 억양과 발음을 교정한다. 헷갈리는 발음은 아는 단어여도 모두 찾아서 읽고 넘어간다. 모르는 단어, 숙어가 나오면 모두 찾아보고 네이버 단어장에 저장해둔다. 그렇게 나는 '쓰기'영역을 제외하고 '읽기', '말하기', '듣기' 및 '단어'까지 공부해왔다고 생각한다.


3. 고통스러워도 꾸역꾸역 해내는 습관을 만들어냈다. 두 번째 책인 <Educated>가 정말 고비였다. 특히 5월이 최대 고비였다. 솔직히 영어공부를 오래 했기에 문법에서 막히진 않았다. 문제는 어휘였다. 문학 장르를 원서로 읽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어휘인데, 이 책은 일반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어휘가 내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단어를 몰랐나?'를 수없이 되뇌며, 수없이 작아지고, 수없이 단어 검색을 하며 점점 지쳐갔다. 모르는 단어 그까이꺼 대충 문맥적 파악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 단어가 자꾸 반복적으로 나타나거나, 혹은 그렇게 자주 띄엄띄엄 넘어가는 횟수가 많다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정석대로 정면돌파를 감행한 것이다. 그만큼 오래 걸렸고, 그만큼 스스로 작아졌다. 하루 보통 2~3페이지, 잘 읽히면 4~5페이지 정도 읽으면 딱 좋은데, 이 책 <Educated>를 읽는 동안은 그저 '하루 딱 1페이지만 읽자'라는 마인드가 강했다. 그렇게 꾸역꾸역 해냈다. 중학교 때부터 외치던 "Slow and steay wins the race."를 실감하던 순간이었다.


4. 겸손과 사랑을 배웠다. 내 영어 실력이 그동안 고수는 못되어도 중수는 된다고 생각했는데, 앞서 말한 책 덕분에 그마저도 중수가 아닌 하수로 내동댕이 쳐지는 기분을 느끼며 역시 사람은 겸손해야 함을 배웠다. 영어를 공부한 시간이 길긴 하지만 그것 대비 사실 실력이 출중하다고 자랑하진 못했다. 유학파 출신들의 유창함을 따라갈 순 없는 한국 토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 쓰면 언어 능력은 퇴화한다. 그래도 OPIc에서 최고점도 받아본 자부심 하나로 버텨왔는데, 영어 부심이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이었다. 역시, 언어는 어휘인가. 수려하고 풍부한 표현이 깃든 그 책 덕분에,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뒤통수를 제대로 한대 얻어 맞았다. 무엇보다 내게 난이도가 꽤 높게 느껴졌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서 끌고 간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내고 싶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언젠간 끝을 보고 성취할 수 있다.


완독한 두 권과 읽고 있는 세 번째 책


매일 원서 읽기, 수많은 고비를 어떻게 넘겼는가?


먼저, 가장 큰 고비는 바로 <Educated>라는 책이 내게 너무 안 맞았다는 것이다. 물론, 원서 읽기 하는 행위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책을 다른 책으로 바꾸고 원서를 꾸준히 읽어 나가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과거에 여러 번의 실패를 맛보았다. 책의 난이도, 어휘, 흥미, 관심사 등 여러 이유들이 분명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매번 나와 안 맞는다고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읽겠다고 마음 먹지 않았으면 사지 않았을 이 책, 이미 지불한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꼭 읽어내고 싶었다. 쓸데없는 오기가 발동한 거였을지도 모른다. 그냥 복잡할 것 없이, 더 이상 중도 포기 따위 하지 않고 완독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반드시 이 책을 완독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 이 원서의 번역서인 <배움의 발견> 책도 호평을 받았다. 그래서 번역서를 사서 읽기로 결심했다. 한글, 영어 병행 독서를 하게 된 셈이다. 당연히 번역서를 훨씬 빨리 완독 했다. 번역서를 통해 내가 원서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확인하고, 이후 내용을 미리 알게 됨으로써 원서를 읽을 때 한결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게 만든 또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원서 읽기를 "양치질"로 만든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하루 세 번 아침, 점심, 저녁 3분간 양치질을 해야 한다고 배웠다. 물론 이를 완벽하게 지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대부분 지키려고 노력하며 살거라 믿는다. 아무리 못해도 하루에 한 번은 양치질을 하지 않을까? 씻는 걸 싫어하는 아이나 어른도 샤워를 거를지언정, 세수와 손발 닦으면서 양치는 할 것이다. 양치질을 안 하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해보자. 나는 바로 '찝찝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찝찝함 때문에 양치를 안 할 수가 없다.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나는 매일 하는 해빗리스트를 그래프로 시각화해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만약 원서 읽기를 하지 않아 오늘의 그래프에 표시가 되지 않으면 '찝찝함'을 느꼈다. 그 찝찝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한 페이지라도 읽으려고 기를 쓰고 달려든 것이다. 어쩌면 꾸준하게 무언가를 행한다는 것은, 그 행위를 하지 않으면 찝찝함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세 번째 책은 경제 용어 때문에 단어 검색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렇게 빈도수가 많지는 않아서 읽을만한 상황이다. 그리고 200일간은 소리 내어 읽어봤는데, 이번에는 묵독을 시도해보고 있다. 말하지 않고 읽다 보니 읽는 속도도 훨씬 빨라진 것 같다. 하지만 까딱하면 자꾸 딴생각이 드는 난독증 증상이 종종 발현된다. 이번 책을 즐겁게 읽으며 나는 앞으로도 300일을 향해 꾸준히 나아갈 것이다. 언제가 끝이 날지, 잠정 중단을 할지 혹은 포기할지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다. 양치질처럼 매일 하지 않으면 어색한 상태를 쭉 유지해 보려고 한다. 언젠가는 영어실력이 지금보다 좀 더 향상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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