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와인! 하면 프랑스와 함께 떠올리는 나라가 바로 그 이웃나라인 이탈리아입니다. 이탈리아는 와인을 유럽 전역으로 확산시킨 로마군의 나라이지요. 이탈리아의 와인은 감미로운 아로마가 특징이라,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에 한 번 빠진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죠.
이탈리아는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진 북쪽에서부터 화산지대가 많은 남부지역에 이르기까지 전 국토에 걸쳐 포도를 재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름에는 덥고 건조하고 겨울에는 비가 많이 오며,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와 토양 덕분에 포도가 자라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해요. 또한 이탈리아 하면,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수백 종의 다양한 토착 품종이 있으며, 이 중 와인 생산에 사용되는 품종 역시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탈리아 와인을 한 번이라도 마셔본 적이 있다면 그 차별적인 요소를 발견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바로, 산도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보다 산도가 특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상큼한 맛을 즐기는 분이라면 이탈리아 와인이 더욱 입맛에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산도 덕분에 다양한 음식과 매칭해서 풍미를 즐길 수 있지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은, 해산물, 크림소스, 올리브오일이 풍부하게 들어간 음식에 이유 불문하고 선택해도 무방할 정도로 잘 어울리니 음식 페어링에 참고해두면 좋겠지요? 항상 프랑스 와인의 인지도에 밀려 2인자 취급을 받고 있지만, 사실 와인 생산량으로는 이탈리아가 세계 1위 입니다.
이탈리아 와인 생산지 [이미지 출처 : https://winefolly.com]
북서부 지방
롬바르디아(Lombardia), 발레다오스타(Valle d'Aosta), 피에몬테(Piemonte)는 바디가 강한 레드 와인의 생산지입니다. 이곳은 대부분 중간에서 서늘한 기후에 속하기 때문에 절기가 약간 짧은 편이라고 해요. 레드 와인은 우아하고, 향이 강하고, 흙 냄새가 나는 스타일이 많고, 화이트 와인은 산도가 풍부한 매력을 지닙니다.
피에몬테에서 생산되는 네비올로(Nebbiolo) 품종은 타닌이 풍부하고 파워풀한 남성미를 지녀서 와인의 왕이라 칭송받는 '바롤로'(Barolo) 와인과 섬세하면서 여성적인 매력을 지녀서 와인의 여왕이라 불리는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와인을 만드는 품종입니다.
좀 더 저렴하고 널리 보급된 바르베라(Barbera) 품종은 타닌이 적고 산도가 상대적으로 높으며, 돌체토(Dolcetto)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과일향이 풍부하고 쓴맛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특징이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유명한 스위트 와인의 대명사인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 역시 피에몬테의 유명한 산지인 아스티 마을에서 생산됩니다.
북동부 지방
베네치아(Venice), 프리울리(Friuli), 트렌티노(Trentino)가 속한 이 지역에서는 가볍고 우아한 화이트 와인이 생산됩니다. 여운이 짧기 때문에 식전주나 가벼운 식사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 많다고 해요. 유명한 프로세코(Prosecco) 와인은 스파클링인 만큼 새콤하고 신선합니다. 발폴리첼라(Valpolicella)로 대표되는 레드 와인은 가볍고, 신선하고 드라이한 편이랍니다.
중부지방
토스카나, 움브리아, 마르케, 라치오, 아브루초 등 중부지방의 경우 지중해성 기후가 강하면 산지오베제와 몬테풀치아노 같은 적포도가 잘 자라는 환경입니다.
토스카나(Toscana)는 이탈리아 제일의 포도 산지예요. 생산량이 가장 많은 레드 와인인 '키안티'(Chianti)를 비롯해서 와인 캡에 검은 수탁이 그려진 '키안티 클라시코'(Chinati Classico), 이탈리아 최고의 레드와인으로 꼽히는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등이 만들어지는 곳이지요. 이 와인들을 만드는 주품종이자 중부지방 전역에서 재배되는 산지오베제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토착품종이기도 합니다. 산지오베제는 '주피터의 피'를 의미하는 말로, 풍부한 타닌과 진한 풍미를 지니고 있고, 적절한 산도로 기름진 요리와 잘 어울리는 레드 와인을 만들어내는 품종이에요. 토스카나의 볼게리(Bolgheri) 지역은 과거 토착품종만을 고집하던 것에서 탈피해 이웃한 프랑스의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같은 품종을 도입해서 등급이나 전통에 연연하지 않고 자국의 토착품종과 과감히 블렌딩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이렇게 만들어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을 홀린 것들을 '슈퍼투스칸'(Super Tuscan) 또는 '슈퍼 토스카나' 와인이라 부른답니다.
남부지방
몰리제, 풀리아, 캄파니아, 시칠리아, 샤르데냐 등 이탈리아에서 가장 따뜻한 남부지방은 가격 대비 품질 좋은 와인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에요. 대부분 저렴하고 토착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라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답니다. 후추향이 나는 프리미티보(Primitivo), 아몬드 향의 알리아니코(Aglianico), 네그로아마로(Negroamaro), 네로 다볼라(Nero d'avola)도 고급 와인을 만드는 품종이며, 잘 익은 과일 풍미가 강한 레드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풀 바디에 가까운 화이트 와인 역시 매력적인 드라이 와인과 스위트 와인 모두 생산됩니다.
이탈리아 와인 등급 체계
이탈리아의 등급체계는 1963년부터 프랑스의 원산지 통제법과 같은 D.O.C(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체계를 확립해서 정부 차원에서 와인의 품질을 관리해오고 있답니다. D.O.C.G > D.O.C > I.G.T > Vino da Tavola 순으로 4등급으로 구분이 됩니다.
1. D.O.C.G (Denomi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데노미나지오네 디 오리지네 콘트롤라타 에 가란티타)
이탈리아에서 최상급 와인 산지로 분류된 73개 지역을 말하며, D.O.C.G 와인은 더 기본 등급인 D.O.C 기준을 충족하면서 재배와 숙성, 품질 측면에서 각 지역에서 명시한 엄격한 품질 기준에 부합한 경우 이 등급에 속합니다.
2. D.O.C (Denomi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데노미나지오네 디 오리지네 콘트롤라타)
공식적으로 지정된 329개 와인 생산지를 말하며, 공식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어야 합니다. 최소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만 하며, 대부분 D.O.C 와인의 경우 마시기 괜찮은 수준입니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유럽연합의 권고로 기존의 D.O.C.G와 D.O.C가 D.O.P(Denominazione di Origine Protetta)로 변경되었다고 하니 두 가지 표기방식을 모두 알아두면 좋겠네요.
3. I.G.T(Indicazione Geografica Tipica, 인디카지오네 제오그라피카 티피카)
= I.G.P(Indicazione Geografica Protetta)
IGP 와인은 대부분 넓은 지역 단위로 생산된 테이블 와인입니다. 공식적인 와인 산지에서 생산되었다 하더라도 이탈리아 토착 포도 대신 원산지가 프랑스인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시라로 만든 와인은 IGP 등급으로 분류됩니다. 등급 외 포도로 만든 이런 와인은 품질이 뛰어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지어낸 이름을 라벨에 표기할 때가 많은데, 토스카나의 볼게리 지역에서 나는 '수퍼 투스칸'이 그러한 경우에 속한답니다. 프랑스의 뱅 드 페이 등급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합니다. 수퍼 투스칸이 어마무시한 돌풍을 일으킨 걸 보면 IGP 등급이라고 해서 별볼일 없는 와인이라고 쉽게 단정지으면 안되겠죠? IGP는 가성비가 좋은 와인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네요.
4. Vino da Tavola(비노 다 타볼라)
= VdI(Vino d'Italia)
지역 명칭이 없는 기본적인 테이블 와인을 말합니다. 프랑스의 뱅 드 타블과 같은 등급으로 생각하면 편하겠네요. 테이블 와인은 편하게 식사 중에 마시는 와인으로, 식욕을 증진시키고 입 안을 헹궈주어 뒤에 나오는 음식의 맛을 잘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쉽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만큼 대량 생산되는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참고로 이탈리아의 원산지 표시는 자국민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고 해요. 그래서 대개 이탈리아 와인을 선택할 때는 원산지보다 와인메이커의 이름을 더 중시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이탈리아의 경우 토착 품종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특정 지역의 특정 품종을 하나씩 시도하면서 풍미를 즐겨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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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알.못을 위한 와인상식 #12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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