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시작된 와인이 어떻게 미국으로 들어가게 되었을까요? 18세기 남미에서 올라온 수도사들이 종교의식용 와인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미국 와인의 시초라고 합니다. 그러다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어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골드러시가 시작되어 세계 각지의 이주민들이 들어온 것이라는군요. 이것이 미국의 주류가 활성화된 계기라고 합니다. 물론 와인도 포함해서요.
미국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역시나 캘리포니아죠. 캘리포니아가 미국 와인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니 엄청난 양이네요. 캘리포니아 이외에는 워싱턴주, 오리건, 뉴욕에서 미국 와인의 17%를 생산하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나머지는 애리조나, 뉴멕시코, 버지니아, 텍사스, 콜로라도, 아이다호, 미시간 등 다양한 산지가 있다고 해요.
사실 미국 와인은 1960년대에 들어서야 와인의 근대화가 이루어져서 역사가 매우 짧아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유럽인들에게 미국 와인의 품질은 유럽에 비할바가 못된다고 생각했겠죠. 그런데 1976년 '파리의 심판'이라 불리는 사건이 하나 터집니다. 영국의 와인 수입업자가 프랑스 와인 평론가들을 초대해서 보르도 최상급 와인과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와인을 상대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열게 된 거예요. 이 시음회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와인 2개가 최고 점수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프랑스인들에게 이 사건은 엄청난 충격을 주었지만, 반대로 미국 와인의 위상이 올라가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죠. 이후에 1986년, 2006년도에도 테스트를 했는데 또다시 캘리포니아 와인이 우승을 거두었다고 하니, 이제 미국 와인을 함부로 무시하면 안 되겠죠.
미국 - 캘리포니아 와인 생산지 [이미지 출처 : https://winefolly.com]
캘리포니아는 지중해 연안과 비슷한 기후가 나타나고, 풀바디 레드 와인 생산에 이상적인 곳입니다. 태평양이 가까운 지역은 짙은 안개의 영향을 받아서 서늘한 기후에 적합한 화이트 품종과 피노 누아 재배가 잘 된다고 해요. 캘리포니아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 샤도네이, 피노 누아가 유명합니다. 메를로, 진판델, 피노 그리, 소비뇽 블랑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요즘은 시라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고 해요. 캘리포니아 하면 진판델이라는 품종이 인기가 있는데요, 그 이유는 이탈리아의 프리미티보라는 품종이 미국으로 건너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이름을 날렸기 때문이에요. 이탈리아에서 넘어온 게 아니라는 설도 있는데 정확한 진실은 알 수 없겠죠. 진판델 품종은 고가의 와인에도 쓰이지만 주로 저가에 많이 쓰인다고 해요. 타닌이 적고 잔당이 풍부해서 농익은 맛을 내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 사랑받기 좋은 와인이죠. 물론 와인 애호가들 역시 좋아하고요.
워싱턴에서는 건조하고 일조량이 풍부한 동부 지역에서 주로 포도를 재배하는데, 과일 향이 풍부하면서 새콤달콤한 산도가 있는 레드 와인이 주로 생산되고 있어요.
오리건의 윌러메트 밸리는 피노 누아, 피노 그리, 그리고 샤도네이 재배에 이상적인 지역입니다. 대부분 규모가 작은 와이너리가 있고 엄격한 생산 기준을 따라 단일 품종이 90% 이상 포함되어야 레이블에 표기가 가능하다고 해요. 전반적으로 새콤한 과일 향과 섬세하고 우아한 풍미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뉴욕에서는 대부분 콩코드(와인보다는 거의 주스용 포도)를 재배하지만 최근에 리슬링, 우아한 메를로 블렌드, 그리고 로제가 유명해지는 추세라고 해요.
미국의 단일 품종 와인은 레이블에 표기된 품종을 75%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요. 오리건에서는 피노 누아와 피노 그리의 경우 90%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답니다. 또한 레이블에 자가 양조 와인을 뜻하는 'Estate wine'이라는 표기를 하려면, 와이너리의 포도밭에서 자란 포도를 사용해야 합니다. 프랑스로 치면 '샤토'라는 표기처럼 말이지요.
미국의 경우 지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지역별 기후가 달라 한 마디로 규정할 순 없지만, 전반적으로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과일 향이 가득한 특징이 있어요. 또한, 과학적인 제조기법으로 와인을 대중화하고 표준화를 제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유럽처럼 날씨의 변화가 크지 않아 빈티지에 관계없이 매년 일정한 품질로 생산되는 장점이 있으니, 와인 고를 때 참고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