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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Aug 14. 2020

남은 와인은 어쩌지?

와.알.못을 위한 와인상식 #26 남은 와인 보관법

와인 한 병을 구매해서 집에서 드셔 본 적이 있다면, 마시고 남은 와인을 어찌할지 한 번쯤 고민해 봤을지도 모르겠네요. 주량이 세지 않은 경우 혼자 혹은 둘이서 한 병을 한 번에 다 비우기가 쉽지 않죠. 물론, 주당은 다릅니다. 한 병 쯤이야, 거뜬히 해치울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안타깝게도 주당이 아닙니다. 그래서 늘 고민하지요. 남은 와인을 어떻게 처리할지 말입니다.




사실 와인은 코르크 마개를 오픈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산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본래 가지고 있던 고유의 향과 맛이 완전히 동일하게 유지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일단 개봉한 와인은 한 번에 비우기를 권한답니다. 하지만 문제는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못 마시고 남길 수밖에 없을 때 발생하죠.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게 좋지만, 힘들다면 3일 안에는 모두 비우는 게 와인 품질상 좋다고 합니다.


마시고 남은 와인은 어떻게 보관하면 좋을까요?


와인은 크게 두 가지에 취약합니다. 바로 온도산소!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 오픈한 와인을 상온에서 보관하게 되면, 병 안의 와인이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요. 10~15도 사이의 온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보관하면 좋겠지만, 집에 와인 셀러가 없는 이상 그게 쉽지 않지요.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며 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일반 가정집에서는 그런 공간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지 않을까요. 그래서 차라리 일반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을 권합니다. 최소한 저온에서 일정하게 유지, 보관할 수 있으니까요.


다음은 산소를 차단하기 위해, 입구를 반드시 잘 막아주어야만 해요. 와인이 적당한 산소와 만나면 숨을 쉬고 향을 깨우고 산도를 높여주지만, 그 이상의 산소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따라서 한 번 오픈한 병 입구를 막지 않고 그냥 보관하면 자연스럽게 산화되어 식초처럼 신맛이 강해져서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병 입구를 막을 때, 코르크 마개를 다시 활용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오픈하는 과정에서 코르크 마개가 부서지거나,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은 자주 권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코르크에 하얀 곰팡이가 있으면 재활용은 어렵겠지요. 또한 한번 빠져나온 코르크 마개를 손으로 다시 압축해서 넣는 과정 역시 쉽지는 않을 거에요. 그래서 보통 와인 세이버(saver)를 이용하여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요. 와인 스토퍼(stopper)나 진공 세이버(saver)를 사용해 와인병을 막아두면 됩니다. 장시간 보관하기에는 병 안의 공기를 빼주는 진공 세이버가 스토퍼보다 좋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공기를 뺀다고 해도 한 번 오픈한 와인은 산소와 이미 접촉했기 때문에 산화가 진행되어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것이 좋아요. 남은 와인이 많을 때는 병 안에 들어갈 공기의 양이 적지만, 남은 와인이 거의 없어서 바닥에 가까울 때는 병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공기의 양이 훨씬 늘어나기 때문에 더 빨리 산화될 수 있습니다.


와인 세이버


대부분 와인 한 병은 750ml로, 혼자 마시기에 부담스러운 양일 수 있어요. 소주도 한 병 용량이 360ml 정도이니, 와인 한 병은 알코올 도수가 비슷한 청하나 매화수 2병을 마시는 것과 비슷할 것 같아요. 다수가 모여 함께 마시면 상관 없겠지만, 요즘은 혼술을 즐기는 시대이기도 하니, 혼자 와인을 즐기고 싶다면 하프 보틀(375ml)이나 미니 사이즈(187ml)를 구매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오래된 남은 와인 어떻게 하죠?


- 요리할 때, 잡내 제거용으로 활용해보세요! 레드 와인은 육류의 잡내 제거를 위해 사용하면 좋아요. 또한 육질을 부드럽게 해주기도 합니다. 화이트 와인은 해산물 요리할 때 비린내 제거용으로 활용해보세요.


- 소스 만들 때 활용해보세요! 팬에 재료를 넣고 자글자글 볶거나, 물기가 있어 끓이는 음식에 레드 와인을 넣으면 잡내를 제거해주고 소스의 풍미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요. 또한, 발사믹 식초와 레드 와인을 넣어 살짝 졸여내면 스테이크 소스를 만들 수도 있답니다.


- 뱅쇼를 만들어 보세요! 뱅쇼(Vin Chaud)는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으로, 주로 겨울에 볼 수 있죠. 레드 와인에 오렌지, 사과, 꿀, 계피 등을 넣어 끓여내면,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따뜻한 뱅쇼를 즐길 수 있어요. 끓이는 과정에서 보통 알코올이 물보다 빨리 증발하기 때문에, 알코올은 거의 날아갈 거예요.


- 샹그리아를 만들어 보세요! 샹그리아(Sangria)는 레드 와인에 사과, 오렌지 등의 과일, 탄산수, 주스 등을 넣고 얼음과 함께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 칵테일이에요. 단맛이 나는 스위트 와인을 활용해도 좋고, 단맛이 부족하면 꿀이나 설탕을 활용해도 좋아요.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답니다.




저는 처음 와인을 먹기 시작했을 때, 와인 세이버를 구입하기 전이라 코르크 마개로 막아도 보고, 안되면 휴지를 똘똘 말아 입구를 최대한 꽉 막아서 보관했었어요. 물론 휴지, 키친타월, 신문지, 비닐 캡 등으로 막아본들 제대로 막아지지도 않을뿐더러, 막더라도 공기가 잘 통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산화를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었답니다. 그래도 최대한 뭐라도 막아야 했으니 그렇게 시도했던 것 같아요. 와인 악세사리를 찾아 구경하다 보면 유용하고 다양한 것들이 참 많지만, 다 구매할 필요는 없어요. 사다보면 욕심이 한도 끝도 없고, 집에 잘 안쓰는 물건들이 가득 차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최소한으로 와인 오프너, 와인 글라스, 와인 세이버 및 스토퍼 이 세 가지만 구비해두면 일단 와인은 편하게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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