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초보자라면, '주정강화 와인'이라는 말을 들어보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사실 저의 경우, 와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해 준 장본인이 이 주정강화 와인이었답니다. 바로 포르투갈 포트 와인, 그라함이었죠. 10년, 20년 산, 화이트 포트 등 다양한 토니 와인을 마셔보고 완전히 홀리게 되었답니다.
주정강화 와인은 와인에 브랜디(브랜디와인의 줄임말로 포도주를 증류하여 알코올 성분이 강한 술)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18도 이상으로 높인 술을 말합니다. 알코올을 첨가하는 시기에 따라, 혹은 포도의 품종에 따라 드라이한 타입에서 스위트한 타입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주정강화 와인이라고 하면 3가지의 와인을 주로 꼽을 수 있는데요. 그 주인공이 바로 포트(Port), 마데이라(Madeira), 셰리(Sherry)입니다.
옛날 식민지 개척시대에 영국인들은 세계 이곳저곳으로 흩어졌지만 각지에서 와인을 만들어 영국 본토로 와인을 보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만큼 영국인들의 와인 사랑이 대단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배로 와인을 실어 보내면, 적도를 지나면서 고온으로 인해 와인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곤 했답니다. 그래서 와인의 변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브랜디를 첨가하면 발효가 중단되고 와인의 품질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그렇게 주정강화 와인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해요.
포트 와인
포트 와인 [이미지 출처 : https://winefolly.com]
백년전쟁에서 프랑스에 패한 영국이 보르도 지역을 빼앗기고 새로운 와인 공급처를 찾은 곳이 바로 지금의 포르투갈이라고 합니다. 와인이 식초처럼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알코올을 첨가한 포트(Port) 와인이 이때 탄생했는데요. 이 당시 이용했던 오포르토(Oporto) 항구 이름을 따서 포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포트 와인은 주로 토우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이라는 포르투갈의 도루 지방 토착품종을 이용합니다. 발효 중 순도 75~77%의 브랜디를 첨가해 발효를 중단시키면, 발효가 다 되지 못한 와인 속에 잔당이 많이 남아 단맛이 나게 되지요. 숙성 과정과 시기의 차이로 다양한 종류가 생산됩니다. 포트 와인은 보통 오크통에서 최소 2년에서 50년 이상 숙성시킵니다. 그리고 아주 스위트한 포트 와인은 초콜릿과 잘 어울린다고 하니 함께 페어링 하면 좋겠네요.
마데이라
마데이라 [이미지 출처 : https://winefolly.com]
포르투갈의 또 다른 주정강화 와인이 바로 '마데이라'(Madeira)입니다. 이 이름은 아프리카 쪽에 위치한 포르투갈령 작은 화산섬의 이름이라고 해요. 이곳을 포르투갈이 대서양 경유지로 이용했을 때 와인 산업이 성장했다고 합니다. 다른 주정강화 와인처럼 브랜디를 첨가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45도 이상의 고온 숙성을 거친다는 점이 독특한 점입니다. 마데이라는 포트 와인과 달리 화이트용 토착 품종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구별됩니다. 그리고 보통 95%의 브랜디를 첨가하는 점이 포트 와인과도 다른 부분입니다. 마데이라는 3~6개월의 가열 숙성 기간으로 인해 특유의 아로마가 형성됩니다. 또한 여러 해에 만든 와인을 서로 블렌딩 하는 '솔레라'라는 숙성과정을 거친다고 해요.
기본급의 경우 레드와인 용도인 틴타 네그라 몰레를 사용하지만, 고급품의 경우 당분의 함유량에 따라 품종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며 화이트 와인 용도인 4가지 품종으로 지정되어 구별할 수 있다고 해요. 가장 드라이한 스르시알(Sercial), 좀 더 달콤한 베르델료(Verdelho), 좀 더 달달한 보알(Boal), 가장 스위트한 말바지아(Malvasia, = 마므세이:Malmsey)로 구분할 수 있답니다.
- 에스투파젬(Estufagem) : 에스투파(Estufa)라는 가열 장비를 이용해 와인을 스테인리스 통에 담아 40~50도 사이의 온수가 구리관을 타고 흐르게 하여 와인을 3~6개월간 가열하여 숙성시키는 방식
- 칸테이로(Canteiro) : 태양으로 인해 뜨거워지는 다락방에서 수년간 천천히 자연 숙성시키는 방식. 주로 고가 마데이라에 사용됨.
셰리
셰리 와인 [이미지 출처 : https://winefolly.com]
포르투갈 이웃나라인 스페인에서는 '셰리'(Sherry)라는 주정강화 와인이 있답니다. 스페인 와인 소개할 때 아주 짧게 언급했었는데요.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있는 헤레즈(Jerez) 지역에서만 생산이 됩니다. 포트 와인의 경우 스위트한 스타일만 있지만, 마데이라와 셰리는 드라이부터 스위트까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요.
셰리 와인은 포트 와인과 달리, 브랜디를 발효 중간에 첨가하기도 하지만, 발효가 다 끝난 뒤에 넣기도 한답니다. 중간에 넣으면 달콤하고, 마지막에 넣은 경우 드라이한 셰리가 완성되지요. 당연히 발효가 끝났으니 잔당이 거의 없기에 드라이하겠죠? 셰리도 마데이라처럼 청포도 품종으로 만들며, 스페인의 셰리 와인 블렌딩 전통 방식인 솔레라를 통해 와인을 섞어 장기간 오크 숙성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주정강화 와인의 경우, 일단 브랜디가 섞이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대략 20도 전후로 소주만큼 높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이 와인을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달콤한 타입의 경우, 디저트와 함께 천천히 마시면 더없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약간의 취기와 함께 달달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는 포트 와인을 추천하고 싶네요.
[이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