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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Nov 20. 2020

제대로 하려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에게

독서노트 #84 <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

-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던 적이 있는가?
완벽주의 때문이다.

- 사교적인 대화를 나눠야 하는 상황에서
겁을 먹고 위축되었던 적이 있는가?
완벽주의 때문이다.

- 늑장을 부린 적이 있는가?
완벽주의 때문이다.

- 쉽게 우울해지는가?
(아마도) 완벽주의 때문이다.

- 자긍심이 낮은가?
완벽주의 때문이다.


예전부터 추천받아 사다 놓고 몇 년을 묵힌 이 책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은 읽자마자, 그리고 다 읽고 나서도 변함없이 '아! 이건 나의 씨앗도서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책들을 씨앗도서라 부르는데,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빨리 이 책을 읽지 않은 것에 대해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다. 왜 지금 읽었을까..라는 생각이 올라올 때마다 지금이라도 읽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븐 기즈에 대해서도 거의 아는 게 없었다. 그런데 2015년쯤 추천받은 책 <습관의 재발견>의 저자였다니, 그때도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나 읽지 않았었는데, 후회가 밀려왔다.


이 책은 완벽주의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비완벽주의가 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왜 좋은지 설득력 있게 말해준다. 책 제목이 좀 어색해서 원제를 살펴보니 'How to be an imperfectionist'였다. 아마도 제목이 '완벽주의를 탈출하는 비법'과 같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었더라면, 나같이 완벽주의 때문에 고달프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책을 좀 더 빨리 선택하지 않았을까.



나는 위의 학문적 연구를 토대로 완벽주의에서 가장 중요하고 심각하게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형을 다섯 가지로 좁혀보았다. 여기에는 완벽주의의 개념에서 얼마나 '핵심'을 차지하고 있으며 얼마나 '고칠 수 있는가'에 대한 내 나름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 비현실적 기대 = 내가 과연 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 과거 곱씹기 = 과거에 실패한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어.
- 인정받고 싶은 욕구 =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
-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염려 = 실수하면 어쩌지?
- 행동에 대한 의심 = 어차피 해도 안 될 텐데 뭐.

시작을 방해하는 이 다섯 가지 생각을 표적 삼아 펀치를 날릴 것이다.

- p28

저자는 완벽주의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5가지로 분류하여 이야기한다. 처음에 이 목록만 봤을 때는 한 두어 가지 해당사항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을 무렵에는... 이 다섯 가지에 다 해당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욱 '비완벽주의'가 되고 싶은 욕구가 끓어 넘쳤다.



행동을 먼저 취하는 전략이, 감정 방식을 바꾸고 동기부여를 높이는 전략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훨씬 직접적인 증거도 있다. 듀크대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실험 참가자들은 생각을 할 때보다는 행동을 했을 때 감정적인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두 배나 높았다.
...
성공적으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은 일단 무언가 행동부터 시작할 때 거기에 맞는 감정이 찾아온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생각과 감정을 먼저 고쳐먹음으로써 행동을 바꾸는 것보다, 행동을 먼저 취한 다음에 정신과 감정을 바꾸는 편이 더 쉽다. 이 사실을 절대 잊지 말라.

- p76

자기계발 서적을 많이 보다 보면 '동기부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동기부여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나는 동시에 <열정은 쓰레기다>(개정판 : '더 시스템') 책이 떠올랐다. 완전히 동일한 맥락은 아닐지라도 그 책에서 등장하는 '열정'만 가지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음을 강조했던 맥락이 오버랩되었다. 결국은 마음이 몸을 움직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매번 '해야지' 결심하고도 미적거리다 실행에 바로 옮기지 못했던 나날을 떠올리며, '즉시 실행'에 대해 습관화할 필요성을 제대로 느꼈다.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때
우리 인생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비완벽주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하려다가 미루고 또 미루어 결국은 안 하거나 못하게 된 일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항상 무엇이든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엔, 잘하지 못할 바엔, 안 하는 게 낫다'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중간은 가야지'라는 생각보다는 늘 제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래서 못하는 걸 용납하지 못해 늘 스스로를 옥죄었던 과거가 자꾸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더 비완벽주의자가 되어야 내가 숨을 쉴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무엇에 신경을 쓰는지가 완벽주의와 비완벽주의를 결정한다. ... 이 충고를 따르면 훨씬 행복한 생활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 결과에 신경 쓰기보다는 해야 할 일을 시작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다.
-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헤치고 나아가는 데 더 많이 신경을 쓴다.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있으면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 남의 생각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다.
-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 실패를 걱정하기보다는 성공을 더 많이 생각한다.
- 타이밍보다는 해야 할 일 자체에 관심을 더 많이 쏟는다.

- p96

가정, 학교, 사회에는 늘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결과에 집착하는 사고방식이 길러진 듯싶다. 내가 아무리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해도 결과가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게 더 좋으니까 결과에 대해 신경을 안 쓰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에 내가 일처리 하는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관찰하더라도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할 때가 가장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비완벽주의자가 되기 위해 저자의 말을 자주 곱씹어 봐야겠다.



< 완벽한 목표에 집착하다 좌절하는 사람을 위한 4가지 행동 법칙 >

1. 기대치 조정하기
2. 무엇이 '충분한지' 결정하기
3. 장벽 낮추기
4. 과정에 초점 맞추기

- p133

<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5가지 행동 법칙 >

1. 과거 받아들이기   
2. 과거 곱씹기 대체하기
3. 우연과 실패의 차이 이해하기
4. 자기 대화의 내용 바꾸기
5. 타이머 작동시키기

- p174

< 타인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을 위한 4가지 행동 법칙 >

1. 화학적 자신감 끌어올리기   
2. 가짜 자신감 만들기
3. 기준점 바꾸기
4. 반항 연습

- p205

< 실수할까 두려워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4가지 행동 법칙 >

1. 성취 목록 만들기  
2. 디지털 사고법
3. 쉽게 성공하기
4. 조각 성공 추구하기

- p249

< 결과를 예상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을 위한 3가지 행동 법칙 >

1. 예상하지 않기   
2. 빠르게 결정하기 연습
3. 결과 분석하기

- p287

저자가 언급한 5가지의 완벽주의 형태를 벗어나기 위해 각 챕터별로 나름의 솔루션을 제안해주었다. 사실 각 항목마다 뼈저리게 공감되는 부분들도 많고, 당장 실천해야 할 만한 좋은 팁들이 많았다.


먼저 기대치를 낮추고, 자신감을 높이는 측면에서 공통적으로 와 닿았던 부분은 바로 '기준점을 낮추는 것'이었다. 내가 자신감이 없던 것도, 만족을 못하는 것도 모두 남들에게 적용하는 기준보다 스스로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너무나도 높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 부분을 알면서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나에게 엄격할수록 내 행동은 더욱 완벽에 가까워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전형적인 완벽주의자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었다. 그러한 패턴이 내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끝없는 악순환의 연장이었다는 것을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깨달을 수 있었을까.


또한 나의 가장 큰 단점이면서 고치는 게 너무나도 어려웠던 '과거 곱씹기'가 등장했을 때, 소름이 끼쳤다. 왜 이 책을 지금 보고 있는 건지 다시 '진작에 이 책을 읽었어야 했는데'라는 전형적인 완벽주의자의 사고방식이 드러나고 있었다.'했어야 했는데'가 아니라'할 수 있었는데'라고 고쳐 말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거 곱씹기'라는 책의 용어를 접하기 전에 나는 그 개념을 그동안 타인에게 '복기'라는 말로 표현하곤 했다. 적당한 단어가 없어서 바둑용어인 '복기'를 택한 것이다. 과거의 잘못된 부분을 반성하고 새롭게 더 나은 전략을 짜는 것은 좋지만, 늘 과거의 생각에 사로잡혀 빠져나오는 게 힘들었던 나에게 이 책은 한줄기 빛이자 동아줄이었다.


이 책의 '황금 해결책'이라 꼽을 정도로 중요하고 저자 자신에게도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개념인 '디지털 사고법'이 등장하는데, 난 또 한 번의 충격을 맞이했다. 아날로그 사고법과 비교를 는데, 그동안 내가 지향했던 것이 아날로그 사고법이고 디지털 사고법을 전적으로 지양했던 것이다. 단순히 말하면 대중 앞에서 멋진 스피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을 때, 떨지 않고, 실수하지 않고, 모두를 만족시키며 나 자신도 만족스러운 그런 연설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아날로그적 접근이다. 완벽하거나 망하거나 아님 그 중간 어디에라도 위치할 수 있는 그런 상태. 반면에 디지털적인 접근은 수줍음 많은 내가 '말을 하거나' 아니면 '아무 말도 못 하거나' 이렇게 0 아니면 1로 평가되는 방식을 말한다. 즉 일단 연설에서 말을 하면 '성공'인 셈이다.


이 방식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내가 이 방식을 지양했던 이유는 <트리거> 책의 영향을 받아서였다. 그 책에서는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의 평가 척도가 내 행동의 수준을 더 높이 끌어올릴 수 있는 질문으로서 가장 중요시 다루어지기 때문이었다. 이게 내가 느끼기엔 아날로그적인 사고법에 가까운데 한 분야에 '장인 되기' 또는 '최고의 기량 만들기'에 적합한 방식인 것 다. 그래서 고민에 빠졌다.


두 방식 중에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장단점을 잘 알고 상황에 맞게 올바른 선택을 하면 되는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삶의 모든 방식에 '했다, 안 했다'의 간단한 기준보다는 늘 엄격한 잣대로 끊임없이 더 높은 수준으로 밀어붙였던 게 문제이않았을까. 아날로그 사고를 할 때와 디지털 사고를 할 때를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반복적인 습관을 일상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리고 작은 성취와 꾸준한 실행을 위해서는 '디지털 사고법'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작은 습관들이 모두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보니 앞으로 적용할 곳이 많은 듯싶다.



완벽주의자는 어떤 부분에 가장 노력을 기울일까? 완벽주의자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당연히 실패한다. 비완벽주의의 핵심은 인내심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달라질 수는 없다. 그러나 비완벽주의자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친 것은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순해야 한다!

- p295

'그냥 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꺼번에 최적화를 하려는 욕심, 단숨에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 시간을 단축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뭐든지 한꺼번에 잘하고, 바로잡으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늘 실패했던 것 같다. 나 자신을 너무 과신해서 밀어붙이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이를 늘 반복했던 과거가 미련스러워졌다. 지금이라도 하나씩, 천천히, 단순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완벽주의자는 완벽하지 않은 존재로서 자신을 바라보고 인정하기 때문에 그 어떤 성취도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완벽주의자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그 어떤 성공도 하찮은 것으로 여긴다.

- p217

너무 안타깝게도 공감이 된 부분이다. 내 이상적인 모습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저 높은 곳에 갖다 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취를 했더라도 모두 하찮은 것처럼 느꼈던 내가 바보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어떠한 성취를 이루더라도 단 한 번도 나는 만족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야 알다니. 물론 몇 년 전부터는 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쉽게 없어지진 않았다. 이 책을 읽으니 이제부터라도 더욱 비완벽주의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다.


아주 사소한 성취에도 대단하다고 느끼며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을 그 날을 위해, 이 책은 두고두고 보면서 하나씩 실행해 봐야겠다. 완벽주의가 무엇인지 간파하고 비완벽주의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해 준 저자에게, 이 책에게 너무나 깊이 감사한 마음이 든다.




* 책 제목 :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 저자 : 스티븐 기즈

* 출판사 : 북하우스

* 출간일 : 2015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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