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변화프로그램' 참여 후 나만의 깨달음
어제는 오랜만에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경험수집잡화점>의 '자기변화 프로그램' 오프모임이었다. 꿈 시간표를 작성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목표를 세우고 변화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참여했다. 사실은 이 코로나 시국에 만나는 사람이 제한되어 답답하기도 했고, 매번 새로운 영감을 온라인에서만 받는 것에 한계를 느끼기도 한 시점이라 반가운 모임이었다. 삶은 오프라인에서 부대끼는 맛이 진국이지 않나.
공간은 아주 넓지도 그렇다고 아주 협소하지도 않고 적당했다.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진, 미술작업을 하는 공간 같았다. 체온 체크와 명단을 작성하고 착석했다.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에 자기소개 후 꿈 시간표를 작성했다. 갖고 싶은 것을 적는 데 평소에 생각하던 한 가지 말고는 잘 생각이 안 나서 머리를 쥐어짜야만 했다. 내가 이리도 물욕이 없는 사람이라고?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무엇이 되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도 굉장히 오래 생각해야만 했다. 현재 이미 실행하는 것들을 적어야 할지, 먼 미래를 적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비용을 적는 측면이었다. 보통은 꿈 리스트, 위시 리스트, 버킷 리스트 등 리스트는 많이 적어볼 수 있다. 그리고 심지어 언제까지 이룰지 날짜까지 적는 것도 많이 해봤다. 그런데 비용이라니! 갑자기 머리가 아득해졌다.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적긴 적은 것 같다. 그런데 이걸 생각해보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비용을 기준으로 미래를, 현재를 다시 계획해 볼 수 있겠다는 영감이 떠올랐다.
각자 작성한 꿈 리스트 중 몇 개 골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적은 내용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여러 가지 중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적었고, 그러기 위해 신체적으로는 PT를 받는다거나 필라테스 같은 것을 해보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신적으로는 정기적인 상담을 받는 식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아 넉넉잡아 1년 기준 대략 5백만원을 생각해봤다. 지금 당장 1시간 내에 할 수 있는 일로는 운동복을 사는 것이었다. 10년째 입고 있는 최애 운동복이 이제는 구멍이 나기 일보 직전이라서 새 것이 필요했다. 재작년에 산 최저가 면 트레이닝복은 이미 엉덩이와 무릎 부분이 축 늘어져 보기에 영 별로인 상태다. 비싸다고 나중에 사겠다고 미루기보다 때로는 내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위해 투자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6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 하며,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현실적인 이야기기에 '돈'이라는 주제는 빠질 수 없는 소재였다. 각자가 생각하는 삶의 핵심가치, 목표, 그리고 돈이라는 범위에서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이런 시간은 때로는 나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잘못된 선택, 그에 따른 몇 천만원과 시간이라는 귀중한 자산을 잃었다고 생각이 드는 과거의 실패, 그 실패로 지금의 내가 있겠지만 되돌릴 수 없는 선택으로 인해 더 많은 단단함이 쌓여가고 있다 해도 여전히 녹록지 않은 현실을 계속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고통은 긍정적인 신호다.
고통은 위기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다.
고통은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다.
스스로 되뇌어 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롭다. 새로운 세계가 또 하나 펼쳐지는 기분이다. 하루 만나 깊은 이야기나 모든 배경을 알 수는 없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타인의 삶을 통해 내 삶에 적용해 볼만한 재미난 아이디어가 번뜩이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 삶과 타인의 삶을 비교하면서 상처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짧지 않은 6시간의 대화를 통해, 크게 세 가지의 깨달음으로 압축해보았다.
첫째, 내가 현재 거리로 나앉지 않고 굶어죽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에 당연한 것은 없다. 가족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공부해오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내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모임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없었다면 내 시야 안에 쉽게 갇혀만 살았을지도 모른다. 함께 하는 가족, 친구, 지인, 짧은 인연에도 감사하고 싶었다.
둘째, 실행을 위한 가장 좋은 전략을 배우게 되었다. <경험수집잡화점>의 점장이신 Peter님은 재미나게도 실패를 목표로 삼는다고 했다. 실패를 하려면 시도해야 한다. 실패하면 목표 달성이다. 실패하기 위해 시도한 일이 만약 성공하게 되면, 목표 달성은 실패했지만 결과는 성공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결국 결과적으로 좋은 일인 셈이다. 흥미로운 전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향을 잡는다는 추상적인 말을 제약사항을 둔다는 방법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는 좋은 관점을 얻었다. 사실 문제를 가장 창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좋은 환경은 바로 제약사항이다. 그건 이미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알고 있었으면서 내가 스스로 제약사항을 만들 수 있다는 부분을 완전히 간과하고 있었다. 지금 가는 방향에서 더 많이 좁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질문의 힘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삶은 대답이 아닌 질문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늘 좋은 질문, 옳은 질문이 무엇일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할지 정답을 찾았다기보다는, 주기적인 질문 점검의 필요성을 느꼈다. 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지, 목표는 무엇이고 느낀 것은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이 중 1년 동안 같은 게 있고, 1주일마다 바뀌는 것도 있고, 매일 바뀌는 항목도 있는데, 이 질문들이 지금 내게 정말 유효한 것이 맞나 자문하게 되었다. 아마 이번 주 계획 점검 시기에 대대적인 질문 개편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어떠한 교육 강의든, 강연이든, 워크샵이든, 친목모임이든 상관없이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에너지가 생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리고 개개인이 느끼는 생각과 몰입의 정도도 분명 차이가 있다. 나는 무료 모임부터 100만원에 가까운 모임까지 온, 오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들어봤다. 그러면서 알게 된 나름의 진리가 하나 있다. 모임에 참여하는 가격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최자가 결정하지만, 그 모임의 가치는 결국 참여자 스스로가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50만원짜리 모임이 그만한 가치를 못 느껴본 적도 있고, 100만원짜리 모임이 2천만원의 값어치라고 생각해본 적도 있다. 반대로 무료 모임을 통해 어마무시한 잠재적 부가가치를 얻기도 했다. 무엇을 기대했느냐에 따라 만족도와 실망감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기대치를 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신 기대보다는 나와 다른 이야기, 내가 모르는 이야기에 주로 초점을 맞추려고 시도하는 편이다. 기대치를 정하면 위아래라는 평가 상한선이 생기지만, 나와 다름에 초점을 맞추면 사방팔방으로 모든 이야기가 새롭게 들린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영감을 단 하나라도 얻었다면, 그 영감이 작은 실천 하나로 연결만 되어도 감사한 일이다. 작은 실행 하나가 향후에 어떤 나비효과로 나타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니 말이다.
세상을 살며 현실적으로 돈은 중요하다. 하지만 시간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간의 가치를 얼마로 매길지는 마음먹기에 달린 듯싶다. 간만에 사색을 즐기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앞으로 더 정신 차리고 나아가라고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p.s 막판 예정에 없던 맥주타임은 안비밀! 다음번 오프모임으로 와인 모임 추천하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