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며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 정리
*** 키워드로 보는 나의 2022년 ***
아이의 입학
6~7년 전 초등학교 입학하는 자녀를 둔 회사 선배들이 왜 휴직을 그때에 맞춰서 하는지 100% 이해할 순 없었다. 그러나 막상 내가 직접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겪어보니 선배들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부모보다 부모의 눈이 더 날카로울수밖에 없는 현실을 몸으로 직접 겪으며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동안 해왔던 수많은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다. 요즘 세상 1학년에게는 생각보다 많은 일이 벌어진다. 초등 고학년에 있을법한 친구 사이의 미묘한 감정 싸움, 신체 폭력, 언어 폭력 등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겪어야 했고, 학부모로서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수많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되는 사색의 시간들이었다. 대부분 학원을 보내는 분위기 속에 나홀로 아이의 '노는 생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학기면 충분하다.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다. 어른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아이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경제 스터디
정확한 시점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경제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은지 5년은 넘었을 것이다. 경제 신문을 구독해서 종이 신문을 4년 보았다. 2년은 열심히, 1년은 흐지부지, 1년은 그냥 신문을 다른 용도로 받게 되는 정도로 신문 읽는 습관을 잃어갔다. 경제 책 한권을 제대로 섭렵하지 못했다. 시작이 반이었으나 늘 그 절반에서 끝이었다. 그래도 손을 놓진 않았다. 꾸준히 경제 공부를 억지로 강제로 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었다. 경제 단어 모임도 참여하고 일부러 SNS에 올리며 스스로를 자극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던 참에 우연히 읽에 된 책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에서 소개된 습관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지수를 매일 확인하며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로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입력하면 바로 그래프로 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뉴욕마감 기사를 매일 읽는 습관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예전에 경제 신문기사 읽듯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용어와 맥락들도 많았지만 그냥 억지로 읽고 요약했다. 매일 3줄 요약을 5개월 반복했다. 그리고 그 책에서 소개되는 <경제 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제 유튜브를 강제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유튜브 자체가 중독되기 쉬워서 사실 일부러 많이 안보며 살았는데 경제 스터디를 위해 일부러 영상 1개씩 억지로 보는 습관을 만들었다. 이 모든 게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연결이 되어 하나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하였는데, 나도 경제 스터디를 5년(?)(사실 그동안은 제대로 한 게 아니라 모든 게 실패였...)하니 이제야 뉴스에서 떠드는 경제 이슈의 리스닝이 트이기 시작했다. (토익에만 리스닝이 있는게 아니다...허허) 30년을 넘게 뉴스를 들어도 경제 뉴스와 기사는 말만 한국말일뿐 늘 외계어처럼 들렸는데 이제야 세상이 보인다.
공간의 재설정
3월에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 그리고 삶의 패턴이 많이 바뀌는 나를 위해, 공간의 재설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2월에 거의 이사 수준으로 집에서 바꿀 수 있는 건 거의 다 바꿨다. 아니, 정확히는 8년 묵은 짐들의 90%를 모두 버렸다. 이 작은 집에 이렇게 많은 짐들을 꽁꽁 숨겨서 가지고 있던 나도 신기했지만, 그만큼 물건을 관리하는 법과 공간을 활용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집에서의 생활 구조와 패턴을 Re Design 했다. 소파를 내다 버렸다. 정확히는 엄마께 드렸다. 남편이 울었다. 거실은 서재가 되었다. 나의 캐캐묵은 업적과 전공서적은 모두 폐기처분 되었다. 과거의 모든 영광을 버렸다. 과거를 털어버리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기로 했다.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 두었던 물건은 모두 버렸다. 8년간 안꺼냈으면 앞으로 8년간도 역시 꺼낼 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꼭 버리고 나면 필요한 일이 생기더라. 그럴 땐 다이소 가서 살 수 밖에. 그동안 무엇이 필요했는지 조차도 모르고 살았다. 세상엔 편리한 물건이 넘쳐났는데도 말이다.
공간을 재설계하면서 사람은 필요에 의해 발생하는 동기부여와 동력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그 필요성을 못느낀 남편과의 대립을 풀어가면서 사람이 얼마나 변화에 대한 저항심이 큰지, 그리고 한 번 만들어진 공간에 대한 습관이 얼마나 강력하고 무서운지도 깨닫게 되었다. 이사가게 되면 공간을 더욱 흥미롭게 설계하고 싶고, 그렇게 설계할 자신이 있다. 그래서 빨리 그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숫자로 보는 나의 2022년 ***
가족과 함께 놀러간 곳은 몇 군데?
7군데
이중섭 전시 이건희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안성팜랜드
롯데월드
세종문화회관 올림피아 자그놀리 특별전
여수 가족여행 4박5일
하리보 전시 인사동
건대 스타시티 헬가 스텐첼 사진전
아이와 함께 본 전시는 몇 군데?
12군데
이중섭 전시 이건희컬렉션(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 박물관,
클로드 모네 전시(아이뮤지엄),
빈센트 반 고흐 전시(그라운드 시소 명동),
올림피아 자그놀리 전시(세종문화회관),
팀버튼 특별전(DDP),
바티망 전시(노들섬),
하리보 전시(안녕인사동),
뒤뷔페전(소마미술관),
장 줄리앙 전시(DDP),
백남준 아트센터,
헬가 스텐첼 사진전(건대 스타시티)
아이의 4교시 때문에 어쩌다 시작한 평일데이트(금요데이트 또는 수요데이트) 덕분인지 때문인지, 전시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대학원 때는 그렇게 가보라고 해도 디뮤지엄 한 번 안가봤는데, 아이를 위해서는 이렇게 쉽게 전시를 막 찾아다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쩌면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할 때 나오는 동기부여가 가장 강력한 게 아닐까. 역사나 배경지식, 해설 이런거 몰라도 일단 내 눈으로 보고 체험하고 즐기는 것 자체에 집중하고 거부감이나 지루함을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작품 이해와 해석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아이와 함께 전시를 보려면 온전하게 긴 호흡으로 작품 감상이 불가능하다. 사진을 무진장 많이 찍고 집에 와서 따로 감상하는 노하우가 쌓였다. 그래도 아이가 말안듣고 뛰어다니거나 시끄럽게 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는 않아서 앞으로도 수많은 전시를 함께 관람해도 괜찮을 것 같다.
독서모임을 진행한 횟수는?
9회 (54회~62회 진행)
54회 :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 사계절
55회 : <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 / 북스톤
56회 :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 문학동네
57회 :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 청아출판사
58회 : <당신이 옳다>, 정혜신 / 해냄
59회 :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 인플루엔셜
60회 : <마음의 법칙>, 폴커 키츠, 마누엘 투쉬 / 포레스트북스
61회 :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 안희경 / 김영사
62회 : <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 위즈덤 하우스
왜 모든 책은 나에게 영감을 주는거지? 다 좋아서 베스트를 뽑긴 어렵지만, 그래도 최고는 역시 완독을 못했지만 반드시 3회독 정도는 해줘야 할 것만 같은, 나만 알고 나만 읽고 싶은 책 <인간 본성의 법칙>이 아닐까?
올해 새롭게 설정한 핸드폰 알람 갯수는?
20개
6:00 - 일어나
6:20 - 일어나
6:45 - 일어나
7:00 - 진짜 일어나
7:10 - 아이 아침밥
7:20 - 진짜 일어났지?
7:40 - 아이 치카치카
7:50 - 아이 옷
8:00 - 세사미 스트리트
8:20 - 하교가자
11:55 - 4교시 하교
1:10 - 5교시 하교
2:40 - 방과후 하교
4:30 - 과학할고양
5:00 - 저녁준비
6:53 - 스쿨랜드
7:00 - 기록
7:02 - 도전 나도 과학자
8:00 - 책읽고 잘시간
8:10 - 단말기 충전
하지만 이중에 기상과 취침은 정말 안지켜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꿋꿋이 알람을 설정해본다... 또르르..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간 횟수는?
19회
4월 - 2회
6월 - 2회
7월 - 1회
8월 - 2회
9월 - 2회
10월 - 4회
11월 - 2회
12월 - 4회
집 근처는 아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쉽게 갈 수 있는 거리에 도서관이 2개나 있었다. 책을 써야하는 압박감에 억지로 도서관에 가다가, 학교 들어간 아이도 나와 함께 책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글자도 늦게 배웠고, 책을 스스로 읽는다는 건 꿈도 못꿨기 때문에 읽어주는 책을 앉아서 잘 듣기만 해줘도 고마웠다. 그렇게 상반기가 흐르고 하반기에 들어설 무렵, <마법천자문> 시리즈 몇권을 사다주니 혼자 책을 보는 것이 아닌가! 그 영향으로 시중에 나온 마지막 권수까지 섭렵하느라 집에서 먼 도서관까지 찾아다니며 책을 빌려야했다. 누구나 아이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나는 아이가 책에 '흥미'만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주 천천히 오래오래 꾸준히 느리게 독서를 이어가길 바랄 뿐이다. 지치지 않는 것이 '빠르게 많이 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지치지만 않으면 시간이 곧 그 양을 채워주리라 믿는다.
*** 시각화로 보는 나의 2022년 ***
2022년 나는 시간을 주로 어디에 많이 썼을까?
역시 예상한 바와 같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낸 것 같다. 처음엔 가정이라는 이름으로 가사와 양육을 합쳐서 그래프로 만들어놨는데, 40%가 가정으로 표기되니 분석의 의미가 없어서 다시 구분해보았다. 확실히 잠자는 시간 다음으로 아이에게 시간을 많이 쏟고 있는게 분명했다.
일을 했을 때는 평일과 휴일와 완전히 극명하게 갈려서 경제 활동과 가정 활동이 구분이 갔을텐데, 올해는 평일과 휴일 구분이 무의미해보인다.
월별 시간 그래프를 보니 확실히 2월까지는 일과 휴식이 많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에 시간을 많이 쏟는만큼 금방 번아웃되고 에너지 소진되니 보상심리로 휴식을 한꺼번에 많이 취하는 습관이 들었던 게 보인다.
내년에는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기록할까? 그리고 새해의 시간은 어떻게 채워질까? 기대된다.
행복지수 캘린더
확실히 캘린더 형태로 보면 주말과 평일이 보이고, 월별 이벤트 시즌에서의 행복도가 그려진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나의 '화'가 그 주변 일정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짐작도 되고 반성도 된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매년 행복지수 캘린더를 기록하다보니 매년 더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사람은 역시 나빠지기 보다는 좋아지는 방향으로 애쓰게 되어 있나보다.
행복지수 캘린더를 그래프로 시각화하고, 또 그에 영향을 주는 세부 항목들과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일은 즐겁다. 올해도 역시 건강 파트에서는 파란색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무리하게 일한 1,2월은 건강이 유독 안좋았던 것 같다. 특히 2월은 집 내부를 나홀로 완전히 싹다 옮기고 난리를 피우느라 한 달 내내 몸살을 앓았던 기억이 이제야 난다. 그리고 12월 지금 매우(?) 아프다...
그래프를 비교하며 발견하게 된 점 첫번째, 결과가 과정을 모두 대변하지 않는다. 결과만 보면 행복도는 3,4,5,7,9월이 모두 비슷하게 좋아보이지만 과정은 전혀 다르다. 7월이 가장 수면 패턴이 이상적이었고, 그에 따라 계획과 실행 및 성과가 좋았다. 물론 반면에 휴식은 많이 못취했다. 내 일상 모든게 패턴화 될수는 없겠지만, 결과보다는 어떤 과정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참고해서 더 좋은 방향의 습관을 만들고 싶다.
두번째, 계획이 선행되지 못하면 내 삶의 주체는 남이 되어 버린다. 6월의 그래프를 보면 급격히 달라진다. 6월에 무슨 이벤트가 있었을까? 아이의 친구 중에서 유독 우리를 좋아하여 자주 초대하고 만남을 갖고 놀러다녔다. 그 과정에서는 나는 원치 않게 끌려다녔다. 내 일정과 내 여유를 많이 내어주고, 선택권이 남에게 넘어가 있는 한달을 보냈다. 그 여파는 사실 나에게만 전달된 것이 아니라 실상 아이도 약간의 데미지를 입었다. 관계의 측면에서. 상대가 나를 좋아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판단해야 한다. 나에게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삶을 리드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세번째, 적당한 휴식을 미리 기획하자. 휴식을 미리 기획하지 않으면, 나같이 하나에 쉽게 몰두하는 사람은 휴식이 뒷전이 되어 버린다. '번아웃 - 보상심리 과잉휴식 - 현타' 라는 사이클이 찾아오지 않게 하려면 적당한 티타임, 적당히 나에게 힐링되는 명상과 샤워시간, 산책을 강제하면서 몸과 마음을 식혀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 경험으로 보는 나의 2022년 ***
관계, 다시보기
최근 2~3년간 코로나 덕분에 그리고 코로나 핑계로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익숙해진 올해에는 오랜 지인들과 만남을 가졌다. 공통된 주제를 잃어가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데 의의를 두는 모임이 있었던 반편, 고단한 삶 속에서 점점 벌어져만 가는 인생관이 느껴지는 지인도 있었다. 그리고 정말 편안하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심으로 축하해줄 지인도 있음을 깨달았다. 대가들이 말하듯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들만 남게 되고, 그렇게 하는게 짧은 인생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라고 알려주어 이제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예전에 친했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억지로 그 관계를 계속 끌고갈 수만은 없다는 한계점을 확실히 느낀다. 내가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려 해도, 상대가 원치 않거나 그 과정에서 일부 충돌이 생길 수 있다면 관계는 거기까지인 법. 더 이상 그런 관계에는 힘을 쏟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도 결국은 살아 숨쉬는 생명체 같은 게 아닐까. 원래 그래야만 하는 관계도, 당연한 관계라는 것도 없으니 과거의 관계 속에 집착하지 말아야겠다.
내년의 운세
살면서 내년 운세, 올해 운세는 어떨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특히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욱 그런 주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사주팔자를 맹신하진 않는다. 점쟁이를 믿지도 않는다. 나는 신을 믿지도 않고 종교도 없다. 지금까지 살면서 대학생 때 번화가에 커피값만 주고 재미로 보는 타로카드나 사주 같은 것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진짜 진지하게 유명하거나 좀 더 돈을 주고 사주나 관상, 점을 보러 갔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궁금하긴 해도 거기에 휘둘리는 게 싫어서 굳이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리라. 그런데 올 겨울에 신점이란 것을 난생처음 봐봤다. (얼마나 내 인생이 답답했으면.. 나도 참..)
이게 뭐라고, 세상 무서웠다. 몸이 허하면 귀신들린다는 소리도 있고, 난 무엇을 물어보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몰라 고민하며 왕초짜 티내지 않으려 고민이 많았다. 어쨌든 친구와 함께 방문한 신점. 흥미로웠다.
세상에 정말 귀신이 있는지 난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이 왜 사주며, 점이며, 관상이며, 손금이며, 타로며 하면서 이런 것을 통해 미리 미래를 예측하고 싶은지 그 심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엔 장점도 있다는 걸 느꼈다. 역시 뭐든 직접 해보는 게 최고인듯 싶다. 결론은 내년 운세 좋대! 아자아자!
2022년 마지막, 나도 피해갈 수 없었던 바로 그것
연말 급계획을 짰다. 크리스마스 직전에 눈썰매도 타고 별을 보고 오기로! 휴양림에서 하루 푹 쉬면서. 그런데 출발 전날 짐을 싸면서 몸이 이상함을 느꼈다. 열이 올랐다. 약간의 미열보다 더 올랐다. 느낌이 쎄했다. 아이의 해열제를 먹었다. 달콤하니 맛있네. 열은 약간 내렸다. 추웠고, 으슬으슬 떨렸다. 몸이 안움직여졌지만 가사를 포기할 수 없으니 꾸역꾸역 그날의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쓰러졌다. 다음날 점심경 출발 예정이라 오전에 할 일 다 마치느라 바빴다. 그리고 안가려다 감기약이라도 지어가려고 병원엘 들렀다.
의사가 물었다. "코로나 언제 걸리셨죠?"
나는 생각했다. "코로나요?? 아직.... 공식적으론 한번도 안걸렸는..."
의사가 단칼에 말했다. "코로나 검사부터 하고 얘기하시죠."
검사 결과 나오자마자 다시 불렀다. "양성입니다."
"네!?!?!?!?!?!?!?!?!?!?!?!?!?!?"
진심으로 코로나는 1도 생각하지 않았다. 만난 사람이 거의 없었으므로...
그길로 남편과 아이 모두 테스트를 했는데, 모두 음성. Whattttttttt!!!!!!!!!!!! 나,만,걸,렸,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침실에서 격리 생활을 하는 지금 나는 차라리 이렇게라도 강제로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어 감사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연말 결산 및 회고도 할 수 있고...
아이는 매일 테스트 하는데 음성이다. 내가 매일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청소해주고, 머리도 빗겨주는데 음성이다. 슈퍼 최강 울트라 면역력자가 옆에 있다. 놀랍다. 그래서 아이는 강한가 보다.
*** 아쉬움으로 보는 나의 2022년 ***
책을 쓰지 못하다
책을 계약하고 제대로 쓸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이대로 나는 괜찮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모든 일에서 손을 놓다
올해는 정말 1,2월까지만 경제활동을 하고 나머지는 완전히 양육과 가사 두 가지에만 집중했다.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니 새해에는 어떤 일들로 나를 다시 만들어 갈까?
글을 쓰지 못하다
브런치에 꾸준히 글 올리는 것도 올해는 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다시 시작해야지! 새로운 마음으로!
*** 마무리하며 ***
2022년 올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올해의 중심에는 내가 아닌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지켜보기 위해 일에 관해 완전히 손을 떼었다. 이전에는 시간상 60~70% 정도 주양육 주체가 내가 아니었으나 올해부터는 100% 독박육아와 전업주부 역할을 함께 해야했기에 내 모든 생활 패턴이 바뀌어야만 했다.
그동안 어린이집을 보내면서도 어린이집 친구와 모임을 하거나 엄마들 모임 따위를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먹고 살기 바빴으니. 하지만 올해는 아이의 학교라는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지켜봐주고 도움이 필요할 땐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 그리고 양육 과정에서의 나의 무수한 의구심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엄마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에도 수동적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1년이라는 기간동안의 내 목적은 '아이'를 위한 온전한 집중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깨닫게 된 것은 한 생명을 키우는 과정 속에서 내 아이 뿐 아니라 다른 다양한 아이들의 양육 환경을 보며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게 되는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첫 아이이기에, 나도 엄마가 처음이기에 할 수 있는 실수와 잘못된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불안감'을 직면하며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가장 많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혹시 내가 하게 되는 서툰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했던 '걱정'과 '두려움'은 이제 '자신감'과 '믿음'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어느 해보다 가장 안정적인 마음과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확실히 느꼈던 한 해였다. 많지는 않지만 현재 내가 가진 것에, 나에게 주어진 것에 진정으로 감사하는 한 해였다.
남들보다 부유하지 않아도 아늑한 내 공간에 너무나 감사했다.
예전에 서울에서 30년 가까이 살았지만, 지금처럼 역세권과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서 살았던 적이 없음을 깨닫고, 이곳에서 누렸던 편리함이 결코 당연하거나 영원한 것이 아님을 깨달아 이런 경험에 감사하다.
통풍이 잘 되는 구조의 집이 얼마나 좋은지 9년을 살았는데 이제야 깨달은 것이 놀랍지만 이제라도 깨달은 것에 감사했다.
비록 멋진 뷰는 없지만 평지의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 감사했다.
수많은 아이들을 통해 그 속에 비슷했던 '나'를 발견하고 나의 결핍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해할 수 있어 감사했다.
내 아이는 나와 전혀 다른 자아를 형성하며 적어도 나보다 멘탈이 강한 사람으로 길러지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학교가 있는 것에 감사하다.
다양한 엄마들을 보며 과거 우리 엄마의 선택들을 이해하게 되어 감사했다.
집이라는 공간에 있어서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게 되어 감사했다.
5년이 넘게 경제 공부를 한다고 노력했지만 전혀 소득이 없었는데, 올 한 해 기하급수적으로 경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에 감사하다.
아이와 함께 수많은 전시를 보러 다닌 것에 감사했다.
내가 나를 경영하는 것을 넘어 가족과 가정을 경영하는 마인드를 장착하게 되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