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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Dec 14. 2019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독서노트 #24 < 승려와 수수께끼 >

열정이나 깨달음, 그리고 지적 환희는
언제나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다.

날카로운 감각의 눈을 통해서
이 순간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삶의 에너지가 절정으로 타오르는 지점에
늘 발을 디딘 채로
어떻게 하면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이 단단하고 보석 같은 불꽃으로
언제나 활활 타오르는 것,
이 황홀함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것이다.

- 월터 페이터의
<르네상스 역사에 대한 고찰> 중에서


<승려와 수수께끼> 라는 제목의 이 책은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했다.

이 책의 처음부분은 저자가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스님을 오토바이로 어느 목적지까지 태워다 준다. 그리고 이내 다시 처음 만났던 곳으로 데려다 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황당한 저자는 그 이유를 묻자, 스님이 그에 대한 답변으로 수수께끼를 하나 낸다. "계란 하나를 1미터 아래로 떨어뜨리되, 깨뜨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의 내용에는 수수께끼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고 저자의 사업에 대한 내용뿐이다. 맨 마지막 에필로그에 수수께끼의 답을 찾은 저자의 깨달음이 나온다.



세월을 거치면서 나는 사업이라는 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을 펼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회화나 조각처럼 개인의 재능을 표현하는 것이며, 캔버스와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사업의 핵심은 변화이기 때문이다. 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들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시장은 달라지고 제품은 발전하며 경쟁사는 동지가 되고 직원들은 들어왔다가 나간다.
기업은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몇 안 되는 사회 기관이다.

- p85

'사업'을 창의와 연관 지을 줄이야.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사업은 변화의 흐름 그 자체다. 시장을 볼 줄 모르면, 살아남지 못한다. 창의적인 아디디어로 선택받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예술가가 펼치는 창의만큼이나 사업가로서의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사회에 기여도 못하고, 이윤을 남기지도 못하고, 고객과의 소통도 하지 못하게 된다. 기업은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 맞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느끼는 기업은, 규모가 커지고 안일한 문화가 정착되다 보면, 변화에 가장 둔감해지는 곳이기도 한 것 같다.



이 타협안을 '훗날을 기약하는 인생 설계'라고 부를 것 같다. 이 보험 상품의 혜택을 완벽하게 받으려면 다음과 같이 인생을 두 부분으로 확실히 나눠야 한다.
1단계 : 해야 하는 일을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2단계 :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비슷한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 자란다. '첫 술에 배부르랴'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 '밥값은 하고 사는 사람이 돼야 한다' 등등.
  레니의 눈에 비친 아버지식으로 표현하자면, '열심히 일을 하고 그다음에 퇴직하고 - 퇴직할 때까지 살아 있다는 가정하에 - 그다음은 취미 생활에 시간을 할애하라' 정도 될까.
  실리콘 밸리에서 훗날을 기약하는 인생 설계가 대유행인 건 사실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후다닥 돈을 버는 게 1단계를 가장 빨리 통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p98

'훗날을 기약하는 인생 설계'라고 하는 것이 옛날 부모님 세대의 인생 설계에 가까운 것 같다. 현재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현재를 잠시 희생하더라도 해야 하는 일에 충실하고, 마침내 나중에 은퇴 후에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 시대는 그것이 일반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으며 돈도 벌고 재미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저자가 이와 같은 생각을 썼던 시기가 무려 2001년이라는 것이 놀랍다. 2001년 당시의 실리콘 밸리를 빗대어 말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모든 위험부담을 고려해두라고 말한다. 사업상의 위험부담뿐만 아니라 일신상의 위험부담까지 말이다. ...

  여기서 일신상의 위험부담이라 함은,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함께 일하게 될 가능성, 나와는 다른 사업관을 가진 회사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 마음에 안 드는 일을 하게 될 가능성, 내 본모습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심지어는 내 본모습과 정반대인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을 말한다. 미래의 행복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에 평생을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그중 가장 큰 위험부담이라 하겠다. ...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사업 실패에 따르는 위험부담은 숫자로 표시할 수 있다. 실패할 가능성에 실패로 인한 손실을 곱하면 되니까. ...

  반면에 일신상의 위험부담은 수량화가 불가능하다. 가치관의 문제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안전 제일주의'라는 말은 현상 유지에 만족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지금 당장 금전적인 이익이 있으면 시간 낭비와 만족감의 부재를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니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 반면에 시간과 뿌듯함을 소중하게,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사업 실패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감수한다. 원하는 삶을 포기하는 일신상의 위험부담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그쪽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신상의 위험부담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 어떤 건지 정의가 밝혀진다. 사업적인 성공이 반드시 개인적인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

  총체적인 인생 설계가 있어야 개인적인 성공을 맛볼 수 있다. 총체적인 인생 설계에 따라 살아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을 수 있다. 훗날을 기약하는 인생 설계에 따라 살다 보면 욕심과 방황과 허기가 끊이지 않는다. 늘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열성을 다해 열심히 일을 하되 가장 소중한 재산인 시간을 가장 의미 있는 일에 쏟아야 한다. 앞으로도 평생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은 앞으로 평생 동안 어떤 일을 할 거냐는 뜻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앞으로 평생 동안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 질문은 내일 갑자기 눈을 감게 된다면 지금까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느냐는 뜻이다. 당신은 앞으로 평생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지금 당장 그 일을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p208

저자가 표현한 말대로, '일신상의 위험부담'에 대해 우리는 생각조차 쉽지 않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일할 수밖에 없고,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속 시원히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직장생활이지 않은가. 하지만 요즘은 신입사원의 퇴사율이 몇십%나 될 정도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직장에 얽매이지 않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나 역시 퇴사의 직접적인 이유가 '안전 제일주의'로부터 보장받지 못할 것을 알기에 생겨난 회의감이었다. 내 시간이 내 인생의 족쇄가 되는 것이 싫었다. 의미 있는 일을 향해 가는 여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각자 나름의 인생관을 좇아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과 개인적인 성공을 향해 가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여행 중 질문을 받은 수수께끼의 의미.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

잘 생각해보면, 그 의미를 연결할 수 있다.

우리의 인생, 그리고 여행. 여행은 그 자체가 기쁨이다.

계란을 깨뜨리지 않으려면, 1미터를 1.5미터로 연장하면 된다. 이게 무슨 황당한 답인가 생각이 들 것이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나는 어떻게 인생설계를 할 것인가.

책의 본 내용은 실리콘 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 속에서의 사업에 대한 여러 통찰이지만, 이는 곧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가 않다.

더 이상 우리 시대의 시지포스로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우리 인생은 어떤 결과물이나 어떤 시점이 아니라,

열정을 유지하는 것,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을 경험하는 그 순간순간이 우리의 삶이지 않을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진정 원하는 일인지,

방황하고 있을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책 제목 : 승려와 수수께끼

* 저자 : 랜디 코미사

* 출판사 : 바다출판사

* 출판일 : 2001년 1월 24일


p.s 위의 책 말고 세련된 표지의 개정판이 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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