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4 < 승려와 수수께끼 >
열정이나 깨달음, 그리고 지적 환희는
언제나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다.
날카로운 감각의 눈을 통해서
이 순간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삶의 에너지가 절정으로 타오르는 지점에
늘 발을 디딘 채로
어떻게 하면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이 단단하고 보석 같은 불꽃으로
언제나 활활 타오르는 것,
이 황홀함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것이다.
- 월터 페이터의
<르네상스 역사에 대한 고찰> 중에서
세월을 거치면서 나는 사업이라는 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을 펼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회화나 조각처럼 개인의 재능을 표현하는 것이며, 캔버스와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사업의 핵심은 변화이기 때문이다. 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들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시장은 달라지고 제품은 발전하며 경쟁사는 동지가 되고 직원들은 들어왔다가 나간다.
기업은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몇 안 되는 사회 기관이다.
- p85
이 타협안을 '훗날을 기약하는 인생 설계'라고 부를 것 같다. 이 보험 상품의 혜택을 완벽하게 받으려면 다음과 같이 인생을 두 부분으로 확실히 나눠야 한다.
1단계 : 해야 하는 일을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2단계 :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비슷한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 자란다. '첫 술에 배부르랴'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 '밥값은 하고 사는 사람이 돼야 한다' 등등.
레니의 눈에 비친 아버지식으로 표현하자면, '열심히 일을 하고 그다음에 퇴직하고 - 퇴직할 때까지 살아 있다는 가정하에 - 그다음은 취미 생활에 시간을 할애하라' 정도 될까.
실리콘 밸리에서 훗날을 기약하는 인생 설계가 대유행인 건 사실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후다닥 돈을 버는 게 1단계를 가장 빨리 통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p98
나는 사람들에게 모든 위험부담을 고려해두라고 말한다. 사업상의 위험부담뿐만 아니라 일신상의 위험부담까지 말이다. ...
여기서 일신상의 위험부담이라 함은,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함께 일하게 될 가능성, 나와는 다른 사업관을 가진 회사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 마음에 안 드는 일을 하게 될 가능성, 내 본모습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심지어는 내 본모습과 정반대인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을 말한다. 미래의 행복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에 평생을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그중 가장 큰 위험부담이라 하겠다. ...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사업 실패에 따르는 위험부담은 숫자로 표시할 수 있다. 실패할 가능성에 실패로 인한 손실을 곱하면 되니까. ...
반면에 일신상의 위험부담은 수량화가 불가능하다. 가치관의 문제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안전 제일주의'라는 말은 현상 유지에 만족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지금 당장 금전적인 이익이 있으면 시간 낭비와 만족감의 부재를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니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 반면에 시간과 뿌듯함을 소중하게,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사업 실패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감수한다. 원하는 삶을 포기하는 일신상의 위험부담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그쪽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신상의 위험부담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 어떤 건지 정의가 밝혀진다. 사업적인 성공이 반드시 개인적인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
총체적인 인생 설계가 있어야 개인적인 성공을 맛볼 수 있다. 총체적인 인생 설계에 따라 살아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을 수 있다. 훗날을 기약하는 인생 설계에 따라 살다 보면 욕심과 방황과 허기가 끊이지 않는다. 늘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열성을 다해 열심히 일을 하되 가장 소중한 재산인 시간을 가장 의미 있는 일에 쏟아야 한다. 앞으로도 평생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은 앞으로 평생 동안 어떤 일을 할 거냐는 뜻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앞으로 평생 동안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 질문은 내일 갑자기 눈을 감게 된다면 지금까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느냐는 뜻이다. 당신은 앞으로 평생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지금 당장 그 일을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p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