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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Dec 19. 2019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것

독서노트 #29 < 말그릇 >

사람의 '말 한마디' 속에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감정과 공식, 습관이 녹아 있는 법이다.


우리는 '말'의 중요성을 어렸을 때부터 일상적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실제로 왜 중요하고, 그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몸소 이해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경험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져 가는 과정 속에서 '말'의 힘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말그릇>은 우리가 '말에 대한 태도'와 그와 연관된 우리의 삶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 많은 인사이트를 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 앞에서도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것. 고정된 관점을 고집하는 대신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고, 유연한 태도를 보일 줄 아는 것 등이 바로 현명한 사람의 특징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사람들, 다양성을 고려하며 유연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말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부른다. 말을 담아내는 그릇이 넉넉한 사람 말이다. 그릇이 좁고 얕은 사람은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말을 쏟아내지만 그릇이 넓고 깊은 사람은 상황과 사람, 심지어 그 상황과 사람을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까지 고려해서 말한다. 이것은 단순한 말 기술의 차이가 아니다. 살면서 만들어진 말 그릇의 차이 때문이다.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이자 됨됨이라고 한다. 말을 들으면 그 말이 탄생한 곳, 말이 살아온 역사, 말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말은 한 사람이 가꾸어 온 내면의 깊이를 드러내기 때문에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내면이 성장해야 한다.

- p31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입에 필터를 달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크고 작은 상처를 입기도 한다. 때로는 내가 그러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유연하게 반응하며 넓은 마음과 함께 말도 조리 있게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그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만큼 그 길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말은 우리의 생각에서 비롯되고, 그 사고의 과정 역시 어쩌면 하나의 습관적인 행태로 나타날지 모른다.



말을 하는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은 분주해진다. 말을 할 때마다 몸이 반응하는 것은 물론이요, 세 가지 심리적인 시스템도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즉 사람의 '말 한마디' 속에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감정과 공식, 습관이 녹아 있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이해하고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는 일과 맞닿아 있다.

-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
-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공식
- 저절로 튀어나오는 말 습관

- p56

감정, 공식, 습관.

잘 생각해보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대해 깊이 관찰을 해 본 경험이 드문 것 같다. 공식 역시 패턴화 되어, 이미 자주 쓰는 패턴만 사용하니 그것이 습관이 된 것은 아닐는지 나의 말 습관을 되돌아보게 된다. 혹시라도 화를 자주 내게 되면, 내가 왜 화를 내는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왜 습관적으로 화를 내었는지 한 번도 의식해본 적이 없었던 게 부끄럽기도 하다.



감정은 '출현 - 자각 - 보유 - 표현 - 완결'이라는 다섯 개의 단계를 거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1단계 '출현' : 나는 어떻게 감정을 느끼는가?
2단계 '자각' : 지금 떠오르는 감정의 이름은 무엇인가?
3단계 '보유' : 어떻게 감정을 보관하고 조절하는가?
4단계 '표현' : 감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5단계 '완결' : '출현 - 지각 - 보유 - 표현'의 과정들을 제대로 거치고 난 감정은 제 역할을 다하고 깔끔하게 사라진다.

- p76

내가 자주 느꼈던 감정은 무엇일까? 즐겁고 기쁜 감정은 아마 별로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내게 떠오르는 감정들은 나를 괴롭히고 나를 파괴하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조절 방식과 표현 방식이 일으키는 이후 사건과의 인과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부조리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답답함과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땐 눈물도 난다. 계획한 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억울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했던 나의 감정들이 떠오른다. 나는 저 5단계의 과정에 대해 인지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동안은 몰랐으니까. 이제부터는 질문을 통해 하나씩 과정을 밟아보고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검증해 봐야겠다.



함께 멀리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깊게 참여시키고, 공을 들여 키워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질문만큼 귀한 기술도 없다. 성급하게 길을 알려주지 말고 자신의 두 다리로 걷고 뛸 수 있도록 질문해주자. 그래야 달콤한 결과를 스스로의 성취라고 느낄 수 있다.

 - p236

함께 하고 싶은 관계에서는 그 무엇보다 '말'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말 한마디로 천 냥의 빚을 갚을 수 있다는 말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 '어떤' 말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나를 이루는 수많은 관계와 내 인생이라는 영역에서 주인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말'을 하는 주체인 나부터 건강한 마음과 태도를 갖고,

좋은 '말'을 시도하는 노력에서 나의 그릇을 키우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 책 제목 : 말그릇

* 저자 : 김윤나

* 출판사 : 카시오페아

* 출판일 : 2017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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