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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Designeer Dec 18. 2019

동굴에 갇힌 소비자들

독서노트 #28 < 본질의 발견 >

인지도는 브랜드 파워가 아니다.


이 책 <본질의 발견>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최장순 저자의 그다음 책인 <기획자의 습관> 책을 먼저 읽게 되면서부터였다. 작년 즈음 참여하던 커뮤니티에서 <기획자의 습관> 책으로 저자와의 만남을 갖는 북 토크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우연한 기회에 저자를 직접 만나 강연을 듣게 되었다. 그러면서 전작 <본질의 발견> 책을 알게 되었고, 이 책 역시 나에게 엄청난 영감을 가져다주었다. 책을 쓰는 모든 사람들이 다 대단하고 존경스럽긴 하지만, 이 저자는 직접 대면했던 사람들 중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이 있어 더욱 빛이 났던 분 중 한 분으로 기억한다.



'구매 깔때기(인지도 - 친숙도 - 선호도 - 구매 고려 - 구매 - 충성도)'라는 믿음에 근거한 그들의 '차별화'는 '인지-차별화 함정'에 빠져 있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차별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차별화. 그러면 자연스레 인지 - 구매 시퀀스를 따라 구매가 늘어난다고 믿어버리는 그런 차별화. 하지만 '온리 원'을 위한 진정한 차별화는 비즈니스의 차원에서의 본질적인 혁신을 의미해야 한다.

- p21

단순히 인지도 측면에서 서로 앞다투어 경쟁하는 수많은 기업들의 실태에 대해서, 그것은 결코 진정한 차별화가 아님을 저자는 꼬집어 이야기한다. 사실 '브랜드'에 대해 공부하며 충분히 공감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점이다. 기능적으로나 심지어 디자인적으로도 특별한 철학도 우수한 강점도 없으면서 지나친 광고를 통해, 혹은 데이터 기반한 타깃 마케팅을 통해 단순히 사람들의 심리만을 이용해서 판매를 올리려는 기업들의 수법을 보며 질리기도 했다. 몸 담았던 예전 회사의 신사업 역시 경쟁사 대비 품질이나 디자인, 가격적인 부분 어느 하나 경쟁력도 없으면서 그저 판매를 위한 판매, 보고를 위한 판매, 밥그릇 싸움을 위한 판매로 전락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



소비자들은 동굴 속에서 특정한 방향만 바라보도록 구속돼 있다. 소비자들 뒤에는 브랜더, 마케터, 디자이너 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들고 지나다닌다. 그 뒤로 타오르는 불꽃이 있어, 상품과 서비스의 이미지가 동굴 벽면에 투사된다. 소비자들에게 동굴 벽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TV, 잡지, 라디오, 신문, 블로그, SNS 채널, CATV, 팝업 스토어 ... 일일이 열거하기엔 너무나 많은 매체 형식들이 동굴 벽을 장식한다. 새로운 매체는 이전의 매체를 진부화시킨다. 마치 자신은 낡은 매체보다 더 나은 정보를 전달하는 진실된 매체인 양. 하지만 그것들 역시 동굴 벽에 위치해 있다.

동굴은 일종의 시장이다. 지금 이 상황은 시장 속에서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의 이미지를 통해 믿음을 갖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떤 소비자의 목에 묶여 있는 봉인을 풀어주면, 그(녀)는 동굴 밖으로 탈출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 뒤에 브랜더, 마케터, 디자이너 들이 실제 상품과 서비스를 들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 p39

여기서 다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브랜딩과 마케팅은 다른 것이고, 마케팅과 영업 역시 같은 것이 아니며, 마케팅과 광고 역시 같은 말이 아니다. 광고는 마케팅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중에 하나이다. (또한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은 동일한 말이 아니다) 개념에 대해 다 집고 넘어갈 순 없으니 가볍게 패스하기로 하고. 어쨌거나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을 통해 많은 소비자들은 일종의 조종 비슷한 것을 당하는 것이 사실이다. 나 역시 누군가의 혹할 만한 광고 때문에 구매로 이어진 경험이 많다. (마케팅 역시 '훅'만 있으면 다인 것 같은 장난질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진실의 순간'에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진실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경험 접점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소비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엔 소비자가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진실의 관점을 보여주는 디바이스들(인터넷, SNS 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이 발전되고 있을 뿐이다. ...

'실체'라는 본질의 회복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아직 동굴 벽을 향해 묶여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실체를 왜곡하거나 은폐하지 않고 전달할 수 있는 그림자 투사 기법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투사의 모든 방식을 조정하는 건 바로 '컨셉(Concept)'이다. 컨셉은 전달되는 이미지가 실체의 본질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브랜드 컨셉션(Conception)은 실체의 본질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

남들이 다 알고 있는 실체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숙고해보는 것. 혹은 당연하다고 알고 있는 것이 '왜' 그래야 하는지 본질적 성찰을 던져보는 것. 그리고 그렇다면 나는 왜 이일을 하는지를 깊게 고민해 보는 것. 그것이 진정 차별화된 컨셉션의 시작이다.

 - p43

꽤 오랜 시간 소비자들을 만나온 대기업의 경우, 브랜드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를 종종 우롱하기도 한다. 그것을 알기에 소비자들이 중간에서 농락당하지 않게 도와주는, 본질에 가까운 컨셉을 앞세운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사회생활을 좀 해봤다 하면, 진정한 본질을 추구하고 그 신념에 맞게 행동을 지켜나가는 브랜드를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사람들은 알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사정이 있듯이, 기업에게도 늘 사정이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이럴 땐 이래야 하고, 저럴 땐 저래야 하니까 딱 이번 한 번은 본질과는 '떨어진' 상술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그 한 번은 다음에 또 다른 한 번을 낳고, 또 다른 여러 번의 한 번으로 이어져 결국 진정한 브랜드의 컨셉은 무너지기 일쑤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든, 기업이든 자신만의 철학을 어떻게든 꾸준히 이어나가며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려는 브랜드를 만나면 그러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때 나의 경우 진짜 충성도가 생기는 것 같다.



업의 본질을 설정하고 일관된 철학으로 업을 전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컨셉. 명확하고, 본질적이며, 일관성 있게 지켜갈 수 있는 컨셉이 있어야 한다. 그런 컨셉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관점은 단순하다. 시장이라는 동굴 속에 갇혀 있는 소비자를 속이면 안 된다는 것. ...

투사되는 브랜드의 실체, 즉 업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가 필요하고, 이에 기반한 컨셉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 ...

결국 제대로 된 컨셉션은 '소비자', '업의 본질'이라는 두 축을 강력한 버팀목으로 성장해야 한다. 업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소비자를 위한 컨셉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소비 시민'을 위한 본질적인 컨셉이 필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1. 해당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2. 목표 소비자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3.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4. 최적의 컨셉은 무엇인가?

- p54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자신들의 업에서 본질적인 측면에 대해 깊이 숙고해보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핵심에 가까운 고민과 문제 해결을 앞장서 하는 브랜드는 많이 못 본 것 같다.

물론, 대기업의 경우 리소스가 많은 덕분인지는 몰라도, 특히 브랜드 이미지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기업의 경우 정말 본질을 꿰뚫어 시장에서 인정받기도 한다. 디자인계에서 현대카드를 모르면 간첩이듯 말이다.

신세계의 행보도 늘 남다르다.


이미 비대해진 덩치의 대기업에서 수많은 경영진들이 이런 생각을 갖지 않고 있을 경우, 설득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작은 기업에서 본질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가 자꾸 생겨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언가 다른' 정성적 차원의 차별성은 결코 시스템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스템이 아니라면? 답은 '사람'이다. 최고의 명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본질적인 조건은 언제나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 가진 철학이었다.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68퍼센트의 고객은 해당 직원의 불성실한 태도에 실망해서 그 기업을 등지고, 41퍼센트의 고객들은 직원이 훌륭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충성 고객이 된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객들의 브랜드 경험이나 인식을 형성하는 70퍼센트는 '사람'이라고 한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미소를 선사할 수 있는 '사람'의 힘.

- p109

결국 브랜드는 사람의 힘이다. 브랜드는 사람이 만들어가고, 그 사람의 생각과 철학이 만들어가고, 그로부터 일관성 있게 나타나는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혹은 아주 작은 물건 하나를 구매할 때도 소비자는 결국 구매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그 직원으로 브랜드를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배달 음식이 정말 별로인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시켜 먹었던 교촌 치킨도 결국 배달하는 알바의 수상해 보이는 행동 때문에 불쾌해서 다시는 시켜먹지 않는다. 맛있는 교촌 키친을 때로는 너무 먹고 싶지만, 사실 시켜먹지 못하는 것에 가깝다. 키친의 품질과는 아무 상관없이 하나의 브랜드를 잘 이용하지 않게 되는 과정이 이런 것 같다. (교촌치킨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 이렇듯 우리는 결국 '사람'에 집중해야 하나보다.



인문학은 인문 고전에 나오는 어려운 담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문은 그저 '사람의 무늬'일 뿐이다. 나이테의 수와 간격, 결을 보고 나무가 살아온 환경과 역사를 짐작할 수 있듯이 컨셉을 기획하는 사람은 소비 시장 내 위치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무늬를 읽고 진짜 '문제'가 무엇이고, 최적의 '해법'이 무엇인지 연구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기회를 만드는 기획을 할 수 있다.

- p267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줄 아는 것도 사람의 능력이고, 그에 맞는 '최적의 해법'을 제안하는 것 역시 사람의 능력일 것이다. 제대로 된 컨셉을 기획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려면, 저자가 말하는 질문 네 가지를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부터 시작일까.




* 책 제목 : 본질의 발견

* 저자 : 최장순

* 출판사 : 틈새책방

* 출판일 : 2017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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