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44 < 최고의 공부법 >
우리 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생각하기를 가장 싫어하는 아이들로 만든다는 점이다.
이 책 <최고의 공부법>은 예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하브루타'라고 하는 일종의 질문과 토론을 통한 깊은 대화방식이 아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며 독립적으로 크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되어서 다시 한번 책을 들춰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유대인을 비교했을 때, 우리는 지능도 유대인보다 앞서고, 공부하는 시간도 훨씬 길고, 부모의 교육열도 기러기 아빠가 없는 유대인보다 높고, 교사의 수준도 뛰어나다. 하지만 노벨상을 받은 유대인들은 200여 명인데 우리는 평화상 딱 1명이다. 그래서 유대인의 생활방식과 공부법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그 비법을 알고 우리의 삶에 맞게 응용하여 조금만이라도 적용할 수 있다면, 우리도 훌륭한 인재들을 키워낼 수 있지 않을까.
경영진들은 21세기에 4C중에서도 어떤 능력을 가장 중시할까? 그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소통 능력(80.4%)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비판적 사고력(72.4%), 협력(71.2%), 창의성(57.3%) 순으로 꼽았다. 이와 같은 평가 기준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똑같이 적용한다. 즉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이다. 효과적인 소통 능력이 부족하고 협동심이 떨어지며 비판적 사고 및 문제 해결 능력이 약하면 21세기를 살아가기 어렵다는 말이다. 학교 공부만 잘해서는 앞으로의 세상이 필요로 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 p32
이 얘기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이 문제는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먼저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는 부분은 매우 공감이 된다. 가족 간에, 친구 간에, 그리고 업무적으로 동료 간 대화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소통이라고 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아'라고 말하지만 상대방은 항상 '어'나 '오'라고 알아듣기 쉽다. 특히나 그런 상사들도 많이 봤다. '내가 아무리 개떡같이 말해도 너희가 찰떡같이 좀 알아들으라고' 말이다. 이런 황당한 경우를 보았나, 개떡같이 말하는 데 어떻게 찰떡같이 알아듣는단 말인가. 똑같이 회의를 하더라도, 아마 회의록을 작성하면 개개인마다 모두 다 다를 텐데 말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창의적 인재가 되어야 한다라는 강압 아닌 강압적 분위기에서 자라왔다. 그런데 창의성도 중요하긴 하나, 소통 능력을 필요로 하는 수치가 무려 80%다. 소통 능력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텐데,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공감을 주고받는 것을 배우지 못하면 쉽게 길러지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은 공부, 성적, 친구 관계, 이성 문제 등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뇌 기능 자체를 파괴한다.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을 더 빠르게 뛰게 하고 말초혈관을 수축시켜서 혈압을 높인다. 그 스트레스는 어린아이일수록 타격이 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 중에 특히 해마가 위축된다. 해마는 기억력과 관련된 부분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기억력이 감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어린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언어와 사회성 발달이 늦어지면서 모든 발달이 지연되거나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분이 기억력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마음이 편해야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 p78
어른들이 아이들의 스트레스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어른들 만큼 복잡한 세상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적을 테니 물론 스트레스가 적을 순 있겠지만,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 자신만의 세상에서 수많은 스트레스와 싸우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어렸을 때 나만의 고민과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어른이 되면, 어릴 때의 기억을 쉽게 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10대에는 다른 걱정 말고, 공부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주입받았지만, 그 환경에서도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지 않은가. 사실 이제 와서 느끼지만 공부만 해서도 안 되는 것 같지만 말이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면 언제로 가겠냐는 질문에 어떤 이들은 10대로 돌아가지 않으려 하는 경우도 많다. 다시 끔찍하게 많이 공부만 해야 하니까 말이다.
갓난아기에게도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해서 힘차게 울 때, 제때 도움을 주지 않으면 엄청난 스트레스에 쌓인다. 배고픔, 대소변, 졸림과 같은 생리적인 현상에 대해 적당한 상호작용을 받지 못하면, 점차 크면서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아이들의 마음이 편안한 게 중요한데, 막상 실제로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유대인의 자녀 교육은 질문과 토론을 통해 자립심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유대인 가정의 식탁에서는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부모와 의견을 나누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의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인다. 부모는 자녀가 하루 동안 있었던 이들에 대해 귀담아 듣고 자녀는 자신에게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며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질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정답은 아이 스스로 찾도록 도와줄 뿐이다. ...
이런 밥상머리 대화를 통해 아이들로 하여금 아이 스스로 사고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한다. 무엇을 선택하거나 고를 때도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밥상머리 대화는 아이의 사고력과 자립심을 기르는 공간이다.
- p160
식탁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대화하며 식사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어렸을 때 생각해보면 식탁에서 밥 먹을 때 자연스럽게 대화가 진행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TV를 틀면서 상황은 역전되었다. TV를 보며 밥 한 숟갈 뜨고, TV를 보며 국 한 숟갈 뜨고, TV를 보며 반찬 한 젓갈 가져갔던 기억을 되짚어보면, 역시 밥상머리에서는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듯싶다.
우리는 토론이나 논쟁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비판하면 인격을 비판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유용한 비판이라 하더라도 보통 자기를 무시한다고 여기거나 심지어 모욕으로 간주한다. 이렇게 비판을 인격에 대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어떤 피드백에도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에 개선의 기회는 없어진다.
비판은 인격에 대한 비판이 아니며 성장과 개선을 위한 도움의 말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
하브루타는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논쟁하는 것이다. 한 명이 자기가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듣고 상대방은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논리를 대서 반박한다. 이것은 서로 정확한 근거와 논리성에 바탕을 두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서로 배움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몇 시간이나 하루에 끝날 수도 있지만 며칠 또는 몇 달씩 걸릴 수도 있는 과정이다.
- p171
토론, 질문, 생각 이런 것들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주일에 한 번씩 강제적으로 학급회의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반장이었던 나는 항상 회의를 진행하기만 했는데, 사실 그 과정에서 살펴보면, 주제는 거의 정해져 있고, 의견을 내라고 하면 매일 이야기하던 아이들만 의견을 냈다. 그리고 특히나 잊히지 않는 것은 '건의사항' 있으면 얘기하라라는 차례가 있었는데, 그 시간에는 아무도 입도 뻥끗하지 않았었다. 그만큼 하나의 주제에 대해 우리는 생각을 할 시간조차 가져본 적이 별로 없고, 질문을 하라고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제공받아 본 적도 별로 없다. 늘 정해진 정답만 말하라고 교육받아왔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때로는 자신의 주장을 피력해야 하는 토론의 시간이 찾아오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던 것이다.
그러니 비판이라고 하는 과정이 찾아오면, 쉽게 감정이 상하고 논리적인 의견 교환이 아닌, 감정적인 싸움판으로 확장되는 것은 어쩌면 이미 정해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왜 갑자기 국회가 떠오르는 것일까. 씁쓸하다.
재미 교포인 김승기 박사는 컬럼비아대 사범대 박사 논문인 <한인 명문대생 연구>에서 1985~2007년 하버드와 예일, 코넬, 컬럼비아, 스탠퍼드 등 14개 명문대에 입학한 한인 학생 1400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56%인 784명만 졸업을 하고 나머지는 중간에 그만둬 중퇴율이 44%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유대인 중퇴율 12.5%, 인도인 21.5%, 중국인 2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 p174
물론 결과가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데이터라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옛날 방식의 교육방법이 지금이라고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몇 달 전 근처 미용실 사장님이 우리 동네 세탁업종에 종사하는 옆집 사장님 아들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 문구를 읽으니, 갑자기 떠오른다. 많은 한인 학생이 더 넓은 세상과 더 좋은 교육 환경에서 살아남아 더 멋진 인재로 거듭나길 마음속으로 응원해본다.
하버드생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는 한국의 공부 수준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억압하고 개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무시하는 단순 암기, 주입식의 획일화된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그들의 눈에 어떻게 보였을까?
그들이 왜 이렇게 힘들게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냐고 물었을 때 한국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서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얻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함"이라고 대답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당장 대학 진학과 직업의 문제만 있을 뿐 자신의 가치관이나 철학에 있어서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 p221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그것은 나에게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아이에게 자신만의 인생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래서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이 되는 일원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 내가 보호자이자 조력자로서 해주고 싶은 일이다.
공부는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핀란드 학생들은 하루 4시간 22분 공부하고 PISA 수학 과목에서 1등을 하고 한국 학생들은 하루 8시간 55분 공부하고 2등을 했다. 그것이 공부의 효율성이다. 유대인들은 우리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길지 않은데 아이비리그 입학률 30%를 차지하고 노벨상 역시 30% 정도를 휩쓴다. 그것이 공부의 효율성이다. 공부의 효율성은 스스로 호기심과 질문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토론을 하면서 하는 공부가 가장 높다 특히 공부한 것을 친구에게 가르치고, 친구에게 배우는 것이 효율성이 가장 높다.
- p304
그렇다. 공부는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이건 진심으로 공감한다. 엄청 동의한다.
효과성과 효율성은 분명히 다르긴 하지만, 당장 효과를 보장하진 못해도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일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분명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단순, 무식한 방법이 통할 때도 있겠지만, 더 스마트한 길이 있다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이가 어떤 것을 배우고 익히고 공부하더라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의 이점을 한 번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 책에서는 질문과 토론을 통해 깊이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하브루타가 유대인 공부법의 비밀이라고 말한다. 안 그래도 요즘은 영상의 시대이기에 눈으로 보기만 하다 보면 생각할 틈 조차 없는 시대이다. 대화를 통해 공감하는 능력과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을 어떨까.
* 책 제목 : 최고의 공부법
* 저자 : 전성수
* 출판사 : 경향BP
* 출판일 : 2014년 11월 21일